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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SSN : 1225-1011(Print)
ISSN : 2288-1727(Online)
The Journal of Fisheries Business Administration Vol.57 No.3 pp.33-52
DOI : https://doi.org/10.12939/FBA.2026.57.3.033

Enhancing Acceptability of the Fishing Gear Deposit System through an Analysis of Policy Resistance in South Korea

Min-Sung Lee1,2, Jong-Su Lee3, Sun-Wook Hong4, Jong-Myoung Lee*
1Researcher, Korea Marine Litter Institute, Our Sea of East Asia Network, Tongyeong, 53014, Rep. of Korea
2Graduate Student, Division of Marine Production Management, Pukyong National University, Busan, 48513, Rep. of Korea
3Senior Researcher, Korea Marine Litter Institute, Our Sea of East Asia Network, Tongyeong, 53014, Rep. of Korea
4President, Korea Marine Litter Institute, Our Sea of East Asia Network, Tongyeong, 53014, Rep. of Korea
*Chief Science Officer, Korea Marine Litter Institute, Our Sea of East Asia Network, Tongyeong, 53014, Rep. of Korea

1https://orcid.org/0009-0000-6314-7024




2https://orcid.org/0009-0000-6314-7024




3https://orcid.org/0009-0008-9710-0943




4https://orcid.org/0000-0002-6513-3096


* Corresponding author: https://orcid.org/0000-0001-8638-5826, +82-55-643-6384, jmlee@osean.net
6 April 2026 ; 18 September 2026 ; 21 September 2026

Abstract


To implement the Polluter Pays Principle and ensure the full life-cycle management of fishing gear, South Korea introduced the world’s first Fishing Gear Deposit System in 2024. Despite its strategic significance in marine environment management, the system currently shows a critically low estimated collection rate of 3.35% and a budget execution rate of 12.4%. Given the inherent difficulties of monitoring, control and surveillance in marine environments, fostering the voluntary participation of fishers is vital for the effective implementation of the policy. Recognizing that policy acceptance is driven by multi-layered factors beyond economic incentives, including moral norms, social pressure, and perceived legitimacy, this study adopts Strauss and Corbin’s Grounded Theory to explore the complex influences of individual environments, community customs, and past policy experiences among 20 coastal trap fishers. This research aims to provide a timely diagnosis of the barriers to fisher participation in these early stages of implementation by examining the factors underlying policy resistance. The results reveal that among the 20 participants, only 9 were participating. Four of them were found to have adopted bypass strategies to mitigate economic risks. The paradigm analysis identified “Strategic Bypassing” as the dominant behavioral type, a pattern in which fishers acknowledge the policy's necessity yet remain reluctant to participate due to economic burdens and infrastructure deficiencies. Therefore, enhancing acceptability requires a fundamental shift toward inducing voluntary participation through continuous stakeholder consultation and the removal of infrastructural barriers, rather than simply intensifying mandatory regulations or enforcement.



정책 비수용 요인 분석을 통한 어구ㆍ부표보증금제 수용성 제고 방안 연구

이민성1,2, 이종수3, 홍선욱4, 이종명*
1동아시아바다공동체 오션 연구원
2국립부경대학교 해양생산관리학부 대학원생
3동아시아바다공동체 오션 책임연구원
4동아시아바다공동체 오션 대표
*동아시아바다공동체 오션 한국해양쓰레기연구소장

초록


    I. 서 론

    한국에서 매년 발생하는 해상 기인 쓰레기 5만 톤 중 약 3.8만 톤이 폐어구로 추정된다. 해저에 침적되거나 부유하는 폐어구로 인한 유령어업 피해는 연간 약 4천억 원에 달하며(해양수산부, 2024a), 선박 추진기 감김 사고를 유발하여 안전 운항을 저해하고 인명 피해를 초래한다(Hong et al., 2017). 또한 해양포유류, 바다거북, 바닷새에도 영향을 미치며 해양생태계를 교란한다(Hong et al., 2013;Noh et al., 2025). 그러나 기존 수산 정책은 어구의 생산, 유통 및 사용에 이르는 전 생애주기에 대한 통계 부재와 오염 원인자 규명의 어려움으로 인해 폐어구 기인 오염 예방에 근본적인 한계가 있었다(오원정, 2019). 이에 정부는 2022년「수산업법」전면 개정을 통해 어구 관리의 법적 기반을 강화했고, 이를 토대로 2024년에 세계 최초로 어구ㆍ부표보증금제1)를 도입했다.

    어구보증금제는 어구 구입 시 일정 금액의 보증금을 포함하여 지불하고, 폐어구를 반납하면 이를 환급해 주는 제도로, 유령어업 예방을 통한 수산자원 보호를 목적으로 한다(강동양 외, 2023). 시행 초기에는 장어통발을 제외한 연근해 통발 어구2)에 한정해 적용됐으나, 제도의 실효성을 높이고 어구 관리 범위를 확장하기 위해 적용 대상 어구를 단계적으로 확대하고 있다. 이에 따라 2026년 1월부터는 자망, 양식용 부표, 장어통발이 보증금제 대상에 새롭게 포함되며, 반납 시설 확충 및 무인반납처리기 보급 등 어업인의 제도 참여 편의를 높이기 위한 인프라 구축도 병행될 예정이다(해양수산부, 2025).

    어구보증금제는 경제적 유인을 통해 어업인의 자발적인 폐어구 회수를 유도하는 정책이다. 정책 당국은 보증금 환급이라는 기본 기제에 더해 폐어구 수거 비용과 평균 어구 유실률(약 30%) 등을 고려한 ‘회수촉진포인트’3)를 추가로 지급함으로써 회수 동기를 강화하고 있다. 반면, 어구를 고의로 투기하거나 유실할 경우, 보증금을 돌려받을 수 없게 된다. 이는 정부 혹은 지자체가 어업인이 수거해 온 폐어구를 사후 매입하여 처리 비용의 일부를 보전해 주는 기존 수매사업(Hong et al., 2015)이 실현하지 못했던 환경법상의 ‘사전예방 원칙(Precautionary Principle)’과 ‘원인자 부담 원칙(Polluter Pays Principle)’을 구현할 수 있는 정책으로 평가된다(오원정, 2019). 나아가, 본 제도는 어구 관리에 보증금 메커니즘을 결합한 세계 최초의 사례이다. 실제로 아워 오션 컨퍼런스(Our Ocean Conference) 등 국제 학술행사에서 어구 관리 정책 사례로 소개되며, 폐어구 문제 해결을 위한 새로운 모델로 국제 사회에서 주목받고 있다4).

    하지만 어구보증금제는 시행 초기임을 감안해도 매우 낮은 폐어구 회수율과 예산 집행률을 보이고 있다. 어구보증금관리센터를 운영하는 한국수산자원공단은 2026년 1월, 40만 개5)의 폐어구를 회수했다고 보고했다. 2024년 기준, 전국의 연안통발 어선은 4,647척, 근해통발 어선은 135척이다6). 복합어업을 제외하고 연근해 통발 어선 1척당 연간 어구 사용량을 2,500개7)8)로 추정하면, 국내 통발 어선의 연간 어구 사용량은 약 1,195만 개( 4,782 척 × 2,500 개 )로 추산된다. 이 추산치에 대입하면, 한국수산자원공단이 성과로 제시한 40만 개는 전체 어구 사용량의 약 3.35% 수준에 그친다. 통발 어구의 평균 사용 연수가 약 2.9년(해양수산부, 2022)임을 감안할 때, 시행 3년 차인 2026년 추산치를 전체 보증금 어구의 회수율로 상정하기는 어렵다. 그러나 제도의 이행 여부가 객관적으로 나타나는 ‘예산 집행률’을 통해서도 수거량이 저조함을 추정할 수 있다. 국회 이원택 의원실에서 2024년 지자체 보조금 사업비를 분석한 결과, 어구보증금제 예산 19억 9,800만 원 중 2억 4,700만 원만을 집행해 집행률은 12.4%에 그쳤다9). 한편, 경상남도의회에 따르면 국내 최대 통발 사용 권역인 경상남도의 경우, 2024년 집행률은 7.6%였던 반면, 2025년 3분기 기준 신규사업 집행률도 3.4%에 불과했다10).

    저조한 집행률의 원인으로는 행정력 및 물리적 인프라 부족 등 여러 문제를 꼽을 수 있으나, 인프라가 완비되더라도 어업인의 자발적 참여가 전제되지 않으면 실질적인 예산 집행과 제도의 안착은 불가능하다. 선행연구 역시 수산 정책의 성공적 정착을 위해 ‘현장 수용성’에 대한 면밀한 검토를 강조해 왔으며(손영태, 2021), 제도 시행 전부터 어업인의 회수 동기와 비용 문제를 고려한 의견수렴 및 사후 연구의 필요성이 제기된 바 있다(강동양 외, 2023). 따라서 어업인 수용성 제고는 보증금 제도의 안착과 실효성 담보를 위한 핵심과제로 판단된다.

    연근해 어장, 지하수, 목초지 등 비배제성과 경합성을 가진 공유자원의 딜레마를 연구한 Ostrom(1990)은 처벌과 유인책을 활용한 중앙집권적 관리 방식인 리바이어던(Leviathan) 접근 방식의 한계를 지적했다. 이러한 접근 방식은 ① 정확한 현장 정보, ② 정부의 규제 집행 능력, ③ 규제의 신뢰성과 ④ 낮은 행정 비용이 전제되어야 한다. 위 조건이 충족되지 않으면 규제의 수준이 잘못 책정되거나 부당한 제재가 가해질 수 있다11). 정책 참여자는 이러한 상황에서 규제가 정당하지 않다고 느낄 수 있으며, 이는 정책 신뢰 훼손으로 이어져 결국 정책 비수용 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다.

    어업정책 연구에서도 유사한 한계가 지적된다. Nielsen(2003)은 어업인의 정책 수용 여부가 ‘경제적 유인’ 혹은 ‘제재’라는 경제학적 관점만으로는 설명되지 않는다고 주장했다. 그는 감시와 통제에 필요한 재원의 한계가 있고, 어업인이 정책 우회 전략을 선택하면 규제의 강화가 정책 수용성 제고로 직결되지 않는다는 점을 지적했다. 오히려 Nielsen은 어업인이 규제 집행 과정을 정당하다고 느낄 때 정책 비용을 절감할 수 있다고 보았다. 이러한 절차적 정당성을 확보하기 위해서는 어업인이 입장을 충분히 개진할 기회를 보장해야 하며, 규제 형성 과정에서 어업인의 참여가 확대될수록 정책 수용성이 높아질 수 있음을 강조했다.

    특히 감시와 통제(Fishery Monitoring, Control and Surveillance)12)가 제한적인 해상 환경과 ‘공유재(Commons)’를 기반으로 하는 수산업의 특성상, 어업인의 생계 활동과 상충하는 규제 중심의 정책은 현장의 저항을 유발할 가능성이 크다. 따라서 본 정책의 안착을 위해서는 정책 이해관계자인 어업인의 높은 수용성과 자발적 참여가 필요하다(이정삼ㆍ김대영, 2016). 이에 어업인이 신규 정책을 어떻게 해석하고, 어떤 전략적 행위를 선택하는지에 대한 분석이 요구된다. 하지만 기존 연구의 의견수렴 과정이 제도 시행 이전에 수행된 설문조사(해양수산부, 2021)나 어업인 의견수렴(해양수산부, 2022)에 국한되어 있어, 실제 제도를 경험한 어업인의 반응과 수용성을 실증적으로 분석하지 못했다는 한계를 가진다.

    이상의 검토를 바탕으로 본 연구는 연안통발 어업인 20명을 대상으로 한 인터뷰에 근거이론(Grounded Theory)을 적용하여 다음 세 가지를 규명하는 데 목적을 둔다. 첫째, 어업인이 어구보증금제를 인식하는 양상을 파악한다. 둘째, 정책 비수용을 유발하는 요인과 그 작동 기제를 규명한다. 셋째, 어업인이 정책에 대응하기 위해 선택하는 전략적 행위를 분석한다. 이때 분석 시점은 어구보증금제 시행 2년 차인 2025년부터 적용 대상 어구가 전면 확대된 2026년 1월까지로 설정했다. 이를 통해 제도 도입 초기 단계에서 형성된 비수용 요인이 부정적 관행으로 고착되는 것을 방지하기 위해 현장 중심형 대안을 모색하고, 나아가 해양환경 보전과 지속가능한 수산업을 동시에 실현할 수 있는 제도적 토대 마련에 기여하고자 한다.

    II. 연구방법론

    1. 연구 설계

    본 연구는 어업인 개별 조업 환경, 지역 공동체의 관행 및 과거 정책 경험이 어구보증금제의 합리성과 정당성에 대한 인식 및 수용 양상에 미치는 복합적 영향을 고찰했다. 또한 통계 수치만으로는 포착하기 어려운 제도 수용 과정의 미묘한 인식 차이와 갈등, 그리고 타협을 거쳐 실제 수용에 이르는 동태적 과정을 규명하기 위해 Strauss & Corbin(1998)13)의 근거이론(Grounded Theory)을 적용하여 분석했다.

    2. 연구 대상 선정 및 자료 수집

    1) 연구 참여자 표집 및 선정

    본 연구의 참여자를 선별하기 위해 목적적 표집(Purposive Sampling)을 사용했다. 참여자 선정 기준은 ‘통발 어업 종사 경력’을 필수 요건으로 설정하고, ‘보증금 정책 영향권 내 현직 통발어업 종사자’를 우선 고려 요건으로 설정했다. 본 기준에 따라 지자체 해양수산 부서, 어촌계, 연안통발협회 등 공식 채널을 통해 1차 연구 참여자를 섭외했다. 이후, 1차 참여자와 형성된 라포(Rapport)를 기반으로 동료 어업인을 추천받는 눈덩이 표집(Snowball Sampling)을 병행하여 표본 수를 확보했다.

    조사 지역은 연근해 통발어업 어선 척수의 통계적 비중을 고려하여 경남(2,302척, 48%), 전남(932척, 19%), 부산(508척, 10.6%)을 중심으로 하되14), 지역적 특수성과 통발 종류에 따른 편향을 방지하기 위해 경북과 강원 권역을 포함한 총 5개 시ㆍ도에서 20명의 연구 참여자를 확정했다.

    2) 인터뷰 질문 개발 및 데이터 수집

    어업인의 심층 인식을 파악하기 위해 5가지 핵심 주제(정책 당위성, 참여 현황, 유실 요인, 참여 저해 요인, 인센티브)를 중심으로 반구조화된(Semi-structured) 질문지를 개발했다. 추가로 현장 의견수렴을 위한 보조 문항을 포함했다. 질문지는 ① 문헌 연구, ② 전문가 자문, ③ 현장 적합성 검증 과정을 거쳐 정교화했다. 인터뷰는 1:1 심층 면담으로 진행되었다(20~70분 소요).

    자료 수집 및 분석은 세 단계에 걸쳐 진행했다. 전체 인터뷰 대상은 23명이었으며, 이 중 표본의 동질성에 어긋나는 근해 및 타 업종 어업인 3명을 제외해 최종 20명을 분석 대상으로 확정했다. 먼저 1단계 예비 조사에서는 5명을 인터뷰하여 질문지의 현장 타당성을 검증하고 초기 범주화를 수행했다. 이어 2단계 범주 구체화 과정에서는 10명을 추가로 인터뷰하여 코딩을 수행하고 도출된 개념 간의 관계를 규명했으며, 마지막 단계에서 8명의 추가 인터뷰를 통해 앞서 도출된 개념들을 재검증했다. 분석 후반부에 이르러 새롭게 수집된 참여자의 발화가 기존 11개 하위 범주의 속성이나 범주 간 관계를 실질적으로 확장하지 않았으며, ‘수용성 단절’과 ‘전략적 적응’이라는 핵심 메커니즘을 보완할 새로운 개념도 추가로 나타나지 않았다. 이에 본 연구는 자료가 이론적 포화(theoretical saturation)에 도달한 것으로 판단하고 자료 수집을 종료했다.

    3. 데이터 분석 절차

    파편화된 현장 발화를 이론적 기제로 구조화하기 위해, 수집된 원자료를 Strauss & Corbin(1998)의 근거이론을 토대로 3단계의 코딩 절차를 거쳐 분석했다. 전사된 데이터를 개별 발화로 추출하고, 범주화 및 구조화를 위해 Python을 활용했다. Python 스크립트의 초안 작성을 보조하고 오류를 수정하기 위한 수단으로 대규모 언어 모델인 Gemini 3 Flash를 제한적으로 사용했으며, 자료 해석 및 분석에는 활용하지 않았다.

    먼저, ① 개방 코딩(Open Coding) 단계에서는 녹취 및 수기 기록을 병합한 전사 자료를 검토하여 유의미한 발화 단위를 추출하고 이를 범주화했다. 이 과정에서 유사한 개념들을 통합하고 상위 범주와 하위 범주를 도출했다. 이어지는 ② 축 코딩(Axial Coding) 단계에서는 개방 코딩에서 분절된 범주들을 패러다임 모형(Paradigm Model)에 따라 연결했다. 범주 간의 유기적 관계를 구조화하여 정책 비수용 현상의 역동성을 파악했다. 분석의 최종 단계인 ③ 선택 코딩(Selective Coding)에서는 모든 범주를 포괄할 수 있는 핵심 범주를 발견하고, 이를 중심으로 다른 범주를 통합하여 하나의 실체 이론을 도출했다.

    질적 연구에서는 연구자 개인이 연구 도구로 기능하기에, 분석의 전 과정에서 연구자의 편향이 개입할 개연성이 존재한다(유기웅 외, 2018). 이에 본 연구는 해석의 주관성을 최소화하고 분석의 객관성을 견지하기 위해 다음과 같은 분석 절차를 마련했다. ① Strauss & Corbin(1998)이 제시한 코딩 절차를 준수하여 방법론적 구조의 체계성을 확립했다. ② 심층 인터뷰 기간 중 주 1회 공동 연구자에게 전사 내용을 공유하고, 핵심 발화의 의미를 토의하는 동료 검토를 진행하여 해석의 편향을 줄였다. ③ 어구보증금제 유관 기관 전문가 자문을 통해 인터뷰 질문지가 제도 운영 실태를 반영하고 있는지 검토했다.

    분석 결과에서 도출된 개념의 실증적 근거를 제시하고, 객관성을 확보하기 위해 주요 발화 내용을 각주에 삽입했다. 이때 각주에 표기된 기호 ‘P(Participant)’는 발화자 식별을 위한 기호이며, 참여자별 일련번호를 병기하여 구분했다.

    Ⅲ. 연구 결과

    1. 개방 코딩(Open Coding)

    개방 코딩 단계에서는 20인의 심층 인터뷰 자료를 분석하여 총 1,896개의 발화 단위를 도출했다. 각 발화 단위의 유사성을 검토하여, 현장 의견을 이론적 기제로 체계화하기 위한 논리적 범주를 구축했다. 범주화는 두 단계로 진행되었다.

    1단계에서는 정책 의견을 적극적으로 피력한 어업인 5명을 선정해 총 548개의 발화를 연구자가 직접 분석했다. 이 과정에서 다수의 초기 범주를 도출했다. 이 중 정책 수용성과 연관이 낮은 범주는 배제하고 총 11개의 하위 범주를 선별했다. 2단계에서는 Python을 활용해 남은 15명의 발화를 범주화했다. 이를 위해 1단계에서 도출한 11개 하위 범주별 핵심 키워드를 수립하고, 이를 스크립트의 조건문으로 대입했다. 마지막으로 맥락적 오분류를 점검하기 위해 연구자가 2차 검토를 진행한 후 범주를 확정했다.

    일례로 경제적 부담을 나타내는 “일반 통발이 3,200원에서 3,400원인데 천 원이 더 붙으면... 단가가 30% 오른 거잖아” 발화에서 Python 스크립트에 사전 지정된 ‘천원’, ‘단가’ 등 핵심 키워드를 기준으로 ‘경제적 부담’이라는 하위 범주로 1차 분류하고, 연구자는 해당 발화가 ‘보증금 선납에 따른 초기 자본 부담 가중’이라는 의미를 파악한 후 하위 범주를 확정했다.

    본 과정에서 11개 하위 범주에 포함되는 342개의 고유한 발화 단위가 선별되었다. 11개의 하위 범주는 다시 공통된 속성을 기준으로 5개의 상위 범주로 통합되었다. 일례로 ‘경제적 부담’이라는 하위 범주는 어업인의 경영 부담이 규범적 동기를 압도하여 정책 참여를 저해하는 인과적 조건이기에 ‘정책 비수용 요인’ 상위 범주로 통합된다.

    1) 정책 비수용 요인: 경제적 부담 및 절차적 정당성 결여

    정책 참여를 저해하는 핵심 기제는 경제적 부담이다. 어구보증금제는 경제적 동인을 통해 자발적 어구 회수를 유인하도록 설계되었지만, 환급 보증금액보다 반환에 투입되는 인건비와 유류비가 상회하는 ‘비용 역전 현상15)’이 발생하면서 정책의 경제적 동인은 차단된다. 어업인들은 기상 악화나 어구 충돌 등 불가피한 어구 유실 변수로 인한 보증금 상실에 대한 우려를 나타냈다. 보증금을 회수 가능한 자산이 아닌 매몰 비용으로 인식하는 경향도 보였다. 나아가, 제도 이행과정에서 조업 현장의 특수성을 충분히 반영하지 못한 하향식 의사결정 방식은 제도 전반에 대한 절차적 정당성을 저해할 수 있다16).

    2) 정책 비수용 결과: 우회 전략 발생

    경제적 부담과 보증금 상실 변수는 정책 참여자의 방어적 행태를 촉발했으며, 이는 제도 시행 전에 선제적으로 어구를 대량 매입하거나 어구 본체와 보증금 표식을 분리하여 구매하는 ‘분리 매입’이라는 기형적 형태로 나타났다. 보증금 어구를 구매한 경험이 있는 참여자 9명 중 4명(44%)이 자의적 판단 혹은 선구점의 관행적 판매 방식에 따라 어구와 보증금 표식을 분리해서 매입했다. 이는 표면적으로는 정책을 수용한 것처럼 집계되지만, 실질적으로는 제도의 목적인 전주기 관리를 무력화시키는 정책 참여 형태이다.

    3) 행정 지원 체계 미비: 낮은 인프라 접근성과 정책 지원 시스템 미작동

    반환처 부족이라는 미비한 반환 인프라는 참여자의 물류 부담을 가중하며 어업인의 정책 참여를 저해한다. 2025년 기준, 계획 대비 실제 반환처 운영 비율은 46%에 불과했다17). 인터뷰에서 경북 일부 지역은 반환처가 아예 부재함을 확인했고18), 전남 도서 지역에서는 물류비의 이중 부담이 발생하는 현상을 발견했다19). 어구ㆍ부표보증금제 세부 운영방안 연구(해양수산부, 2022)에서는 보증금 어구 반환의 경제적 타당성을 ‘1톤 트럭 만차, 반환처 5km 이내 위치, 소요 시간 1시간 이내’라는 이상적인 기준으로 산출했다. 그러나 실제 이동 거리와 소요 시간은 선행 연구의 전제를 상회하거나, 반환 비용이 보증금액을 초과하는 현상도 확인되었다. 반면, 회수관리자가 어항에 방문해 보증금 어구를 직접 회수하는 시스템이 비교적 안정적으로 운영 중인 강원 지역 참여자의 정책 수용성이 상대적으로 높았다20).

    정책 지원 시스템의 미작동 또한 제도 정착을 저해하는 요인으로 지적되었다. 연구 참여자들은 모바일 앱 설치 및 회원가입, 기존 어구 표식 신청, 회수촉진포인트 수령 등 행정 절차에서 발생하는 난관 및 오류를 해결할 전담 소통 창구의 부재를 호소했다21). 이는 실제로 지원 체계가 부재하거나, 접근 경로가 현장에 원활하게 공유되지 않았음을 의미한다.

    현장에서는 인센티브도 효과적으로 기능하지 못했다. 제도 시행 2년 차에도 불구하고 연구 참여자의 35%는 회수촉진포인트 제도를 인지하지 못했고, 보증금 표식 부착 어구를 반환한 경험이 있는 어업인도 회수촉진포인트를 수령하지 못했다고 답변했다. 이는 정책 효능감을 저해하고 정책 지속성에 대한 의구심을 유발하며, 정부 정책에 대한 불신을 고착하는 계기가 될 수 있다22).

    4) 정책 수용 잠재성: 규범적 당위성 공감 및 원인자 부담의 책임감 인식

    연구 참여자의 35%는 우회 전략을 선택하면서도 어족자원 보호라는 정책의 규범적 타당성에 공감했다. 일부 어업인은 폐어구 기인 오염에 대한 원인자 책임을 직ㆍ간접적으로 언급하기도 했다23). 특히 본 연구는 바다를 장기적 삶의 터전으로 인식하는 30대 청년 어업인의 자발적 참여 동기24)와 “현실적 어려움이 있더라도 정부의 시책을 따르겠다”는 60대 어업인의 정부 정책 순응 의지25)에 주목했다. 이러한 규범적 공감대는 제도의 비수용 요인이 보완될 경우, 어업인의 자발적 참여를 유도할 수 있음을 시사한다.

    5) 정책 참여자 중심 대안 제시: 상향식 거버넌스 및 어구 정책 간 연계 확장

    정책 초기에 비수용 요인을 보완하기 위해서는 의견수렴을 통해 대안을 모색하는 상향식 거버넌스가 필요하다. 대표적으로 폐어구 반환 편의 제고를 위한 방문형 수거 모델이 제안되었고, 보증금 표식과 관련해서는 두 가지 상충하는 대안이 제시되었다. 첫째, 어구와 보증금 표식의 분리 매입을 제도적으로 허용하여 보증금 상실에 대한 심리적 저항감을 해소하자는 제안이다. 이는 어구 전주기 관리 원칙과는 상충하나, 실제 구매 경험자 9명 중 3명(33.3%)이 이를 제도의 순환 구조를 유지할 수 있는 현실적인 타협안으로 평가했다. 둘째, 보증금 표식에 바코드 기반의 생산ㆍ구매 정보를 탑재하여 법정 사용량 파악26) 및 절도 방지 기능을 강화하는 효능감 중심의 고도화 방안이다. 이는 규제를 준수하는 어업인에게 자산 보호라는 실질적 편익을 제공함으로써 제도의 수용도를 제고하는 대안이 될 수 있다.

    더불어 정책 연계를 통한 제도적 면책 수단이 필요하다고 언급되었다. 정책 참여자들은 2026년 4월 시행 예정인 ‘유실어구신고제’와의 연계를 통해, 불가피한 어구 유실을 공식 소명할 수 있는 제도적 장치를 요구했다27). 유실 사실이 객관적으로 확인될 경우, 정부 차원에서 회수를 지원하거나 보증금 미반환에 따른 경제적 손실을 감면하는 방식의 정책적 유연성이 확보될 필요가 있다28). 이러한 정책 간 연계를 통해 어업인은 유실 부담을 완화하고, 정책 당국은 자발적인 유실 신고와 회수를 유도하여 유실어구신고제의 초기 정착을 견인할 수 있을 것이다.

    2. 축 코딩(Axial Coding)

    축 코딩 과정에서는 어구보증금제가 현장에서 수용되는 구체적인 과정을 설명하는 패러다임 모형을 도출했다. 이 과정에서 연안통발 어업인이 처한 인과적ㆍ맥락적 조건과 이에 대응하는 전략 행위 간의 상관관계를 분석했다. 나아가 정책 수용 과정에 개입해 실행 동기를 강화하거나 저해하는 중재적 조건의 역할을 규명했다. <그림 2>의 패러다임 모형에서 중심 현상(Phenomenon)은 ① 정책 참여 우회와 ② 정책 실효성 불신, 2가지 형태로 나타난다. 구체적으로 ① 경제적 부담은 정책 참여 우회를 유발한다. 참여자는 어족자원 보호라는 정책의 취지에 공감하나, 보증금 상실 우려와 초기 어구 매입 비용 증가라는 인과적 조건(Causal Condition)은 참여자의 규범적 동기를 압도한다.

    한편, ② 정책 실효성 불신은 제도의 맥락적 조건(Contextual Condition)의 영향을 받는다. 참여자는 해상환경에서 어구 유실이 불가피함에도, 보증금 손실 책임이 어업인에게 전가되는 점을 지적하며29), 제도와 조업 현장의 구조적 괴리를 주장했다. 불가피한 보증금 상실을 보전하기 위해 설계된 회수촉진포인트도 지급 지연으로 인해 현장에서 정책 효능을 발휘하지 못하고 있다. 이러한 구조적 괴리 속에서 정책 이해관계자는 경제적 부담을 회피하기 위해 상호작용 전략(Interaction Strategies)을 선택했다. 현장에서는 제도 시행 전, 어구를 사전 매입하거나 보증금 손실을 예방하기 위해 표식을 분리 매입하는 전략적 회피가 빈번하게 발견되었다. 동시에, 수용도를 제고하기 위한 폐어구 방문 수거 시스템, 유실어구 소명 방안 고안과 같은 현장 중심형 대안이 제시되기도 했다.

    이런 상호작용 전략은 중재적 조건(Intervening Conditions)에도 영향을 받는다. 반환 인프라가 당초 계획 대비 50%에 미치지 못하는 상황에서 어업인의 폐어구 반환 비용 가중은 정책의 경제적 동인을 차단하는 기제로 작용한다. 나아가 정책 이해관계자는 정책 이행과정에서 발생하는 절차적 난관 및 오류를 지원할 전담 인력 및 소통 채널의 부재 또한 문제로 지적했다. 이러한 정책 환경은 정책 참여의 효능감을 저해하는 요인으로 작용했다.

    최종적으로 이 모든 패러다임은 실질적 정책 참여율 저조30)와 왜곡된 참여 방식을 고착하는 결과(Consequences)로 귀결되고 있다. 특히 인센티브 지급 지연과 같은 행정적 약속 불이행은 정부 정책 전반에 대한 학습된 불신을 심화하는 결과를 초래한다.

    3. 선택 코딩(Selective Coding)

    선택 코딩은 축 코딩에서 도출된 범주들을 통합하고 정교화하여 하나의 핵심 범주를 도출하는 과정이다. 본 연구는 연구 참여자 20인의 속성 매트릭스를 바탕으로 수용 태도를 유형화하고, 이를 관통하는 핵심 이론을 수립했다. 선택 코딩의 첫 단계로 패러다임 요소들을 참여자별로 매핑하여 속성 분포를 체계화했다. 이를 통해 정책 수용 태도를 결정짓는 변수 간의 결합 패턴을 확인했으며, 그 결과는 <표 4>, <표 5>와 같다.

    정책 참여 여부와 최종 유형 분류는 직접 대응하지 않는다. 제도에 참여한 경우라도 표식을 분리 매입했다면 실리우회형으로 분류되며, 반대로 제도에 참여하지 않더라도 어구를 사전 매입했다면 실리우회형으로 구분된다.

    상기 분석을 종합하여 도출한 최종 핵심 현상은 ‘현장과 괴리된 제도 설계가 초래한 수용성 단절과 어업인의 전략적 적응 과정’이다. 조사 대상자 20인 전원이 경제적 부담을 체감하고 있었다. 특히, 인터뷰 시점에서 참여자 전원이 회수촉진포인트를 수령하지 못했다31). 이 중에는 보증금 표식 부착 어구를 반납한 4인이 포함되어 있었는데, 이는 인센티브 기제가 현장에서 효과적으로 작동하지 않음을 방증한다32). 여기에 정부에 대한 낮은 신뢰와 반납 절차의 물리적 고충은 정책 수용성을 단절시키는 변수로 작용하고 있다.

    변수들의 결합 양상에 따라 연구 참여자를 유형화한 결과, 실리우회형이 전체의 45%(9명)로 가장 높게 나타났다. 이들 중 다수는 규범적 당위성에는 공감하나, 보증금 상실 변수를 방어하기 위해 표식 분리 매입 등 지능적인 우회 경로를 선택하고 있다. 뒤를 이어 정책 참여 자체를 거부하는 ‘저항형(25%, 5명)’과 안정적 인프라 환경에서 효능감을 느끼거나 정책 당위성을 강하게 공감하는 ‘능동참여형(25%, 5명)’, 그리고 정보 사각지대에 놓인 ‘소외형(5%, 1명)’ 순으로 분석되었다.

    Ⅳ. 고찰 및 결론

    1. 이해관계자 수용성 제고를 위한 지배구조(거버넌스)의 재설계

    본 연구 결과, 어구보증금제의 장기적 실효성 확보를 위해서는 규제 강화보다 어업인의 정책 수용성을 제고하는 것이 더욱 효과적인 것으로 나타났다. 해상환경은 공간적 특성상 육상에 비해 단속 비용이 많이 발생하고, 물리적 감시도 제한적이다(최동현ㆍ홍선욱, 2001). 따라서 수산 정책은 기타 정책에 비해 이해관계자의 자율적 참여가 정책의 실효성을 결정짓는 핵심 변수로 작용한다33). 특히 본 연구에서 ‘실리우회형’이 가장 지배적으로 나타난 현상에 주목한다. 이를 통해 어업인의 우회 선택은 규범적 가치에는 공감하나, 경제적 실리34)가 이를 상회하기에 제도권 내에서 자신의 자산을 보호하려는 합리적 기제에서 기인함을 추정해 볼 수 있다.

    심층 인터뷰 결과, 참여자의 65%가 정책 입안 과정에서의 탁상공론 및 의견수렴 부족을 지적했다. 제도 시행 초기인 2024년 기준, 정부 어업정책에 대한 어업인 만족도는 5점 만점에 2.59점에 불과하며, ‘만족’ 응답 비율은 15.1%에 머물렀다(박종면, 2024). 이해관계자의 낮은 정책 만족도는 정책 참여도 저하로 이어져, 막대한 행정 비용을 투입했음에도 정책의 실질적인 목표를 달성하지 못하거나 이해관계자와의 갈등을 유발할 수 있다. 만약 정책 참여도를 제고하기 위해 규제 강도를 상향하면 새로운 경제적 부담이 형성될 것이고, 어업인은 새로운 우회 전략을 고안할 수 있다(Gilman et al., 2022). 이러한 새로운 우회 전략에 대응하는 수단을 마련하고 실행하는 과정은 또 다른 정책 비용의 상승을 초래할 수 있다. 나아가 1차 생산자인 어업인을 정책 참여자가 아닌 단순 피규제자로 전락시켜 정부와 어업인 간의 신뢰 자본을 훼손할 우려도 크다.

    따라서 본 연구는 어업인의 정책 수용성 제고를 우선 가치로 설정해야 한다고 해석한다. 이해관계자의 의사결정 과정을 이해하면 폐어구 문제 해결을 위한 비용 효율적인 대안을 모색할 수 있다(DelBene et al., 2021). 동시에 이런 의견수렴 과정을 통해 어업인을 해양생태계의 공동 관리 주체로 격상시켜 책임감을 고취하고 정책 실효성을 제고하는 성과를 거둘 수 있을 것으로 판단된다.

    2. 육상 보증금제도와의 구조적 차이: 자원 특성과 반환 인프라

    선행 보증금제를 연구한 김경민(2023)에 따르면 보증금 관리 대상의 회수 성과는 대상 자원의 재사용 용이성35)과 반납 인프라 접근성36)에 영향을 받는 것으로 분석된다. 재사용 방안이 명확한 빈용기보증금제의 경우, 맥주병이 95% 이상의 높은 회수율을 기록했다(김남석, 2021)37). 반면, 어구보증금제의 관리 대상인 폐어구는 해상 노출에 따른 유기물 및 염분에 의한 훼손이 불가피하며(최동현ㆍ홍선욱, 2001), 합성수지 재질의 특성상 부피가 커 전처리 과정에서 막대한 비용과 인력이 소요된다(강동양 외, 2025). 게다가 빈용기보증금제가 기존 유통망을 활용해 높은 접근성을 확보한 것과 달리, 어구보증금제는 제3의 반환처를 추가로 마련해야 한다는 구조적 한계를 지닌다. 이러한 낮은 경제적 가치와 반환 인프라의 미비는 선행 보증금 제도의 성과를 재현하기 어렵게 만드는 제약 요인으로 작용한다.

    1985년부터 관리 체계를 정교화한 빈용기보증금제의 회수율을 신규 정책인 어구보증금제와 동일선상에서 비교하기에는 한계가 있다. 하지만 선행 보증금 제도의 성공 요인을 감안하면, 폐어구 회수율 제고를 위해서는 장기적인 재활용 산업 체계를 구축하여 폐어구의 경제적 가치를 높이면서, 당장은 반환 인프라 접근성을 개선해야 할 필요가 있다.

    3. 정책 제언

    본 연구의 분석 결과를 토대로, 어구보증금제의 수용성 제고 과제를 실행 우선순위와 추진 단계에 따라 단기ㆍ중기ㆍ장기로 구분했다. 단기 과제는 현행 제도에서 개선이 가능한 사항이고, 중기 과제는 타 제도를 통해 보완될 수 있는 사항이다. 장기 과제는 지속적 관리 체계 구축이 요구되는 사항이다.

    1) 단기 전략 1: 반환 비용 절감을 위한 인프라 확충

    어구보증금제 정착의 핵심 전제는 어업인이 체감하는 물리적 반환 비용의 최소화에 있다. 한국수산자원공단이 부산 기장군에서 14개 폐어구 회수관리장소를 직접 운영38)하며 시행하는 순회 수거 시범사업39)은 실효성 있는 정책 모델을 제시한다. 순회 수거 방식은 어업인이 직접 반환처까지 장거리를 이동해야 하는 근본적인 장벽을 완화함으로써 정책의 지리적 형평성을 확보하는 동시에, 현장 수용성을 단기간에 제고할 수 있는 수단이라고 판단된다.

    이와 함께 도입되는 무인반납처리기는 특정 요일이나 시간대에만 운영하는 일부 반환처의 한계를 보완하고, 소량 발생하는 폐어구의 적재 과정에서 나타나는 악취 및 보관 비용 문제를 해결하는 대안이 될 수 있다. 다만, 제도 안착을 위해서는 반환처의 절대적 수 확보가 선행되어야 한다. 이동 거리에 따른 근본적인 ‘반환 비용’ 문제를 해결하지 못하면 어업인의 자발적 수용을 기대하기 어려울 것이다.

    2) 단기 전략 2: 인센티브 지급 프로세스 정례화 및 정책 신뢰성 확보

    어구보증금제의 자발적 참여를 유인하는 핵심 기제인 ‘회수촉진포인트’가 실효성을 거두기 위해서는 지급 시기의 일관성과 예측 가능성이 확보되어야 한다. 홍보자료에 안내된 회수촉진포인트의 지급 시점은 연도별로 일관되지 않았다. 2024년에는 10월과 11월40), 2025년에는 1차 지급이 5월, 2차 지급이 10월로 안내되었으며41), 일부 교육 자료에서는 예산 확보 여건에 따라 2025년 2차 지급이 12월로 예정되어 있었다42).

    이러한 불규칙한 지급 주기와 예산 확보 상황에 따른 지급 지연은 어업인들에게 제도의 불안정성으로 인식될 우려가 크다. 특히 해당 재원이 국가 예산이 아닌 농어촌상생기금 등 민간기금에 의존한다는 특성을 고려할 때, 지급 가변성은 어업인에게 정책의 지속가능성에 대한 불안정성으로 인식되어 정책 신뢰를 훼손하는 결정적인 요인이 될 수 있다. 따라서 인센티브 제도가 실질적 정책 동인으로 기능하기 위해서는 지급 프로세스의 정례화 및 정보의 표준화가 필요하다. 특히 어업인이 지급 시점을 명확히 인지하고 경영 계획에 반영할 수 있는 정기 지급 체계를 구축해야 한다. 또한, 정책 홍보 매체는 지급 시기에 대한 정보를 일관되게 전달해야 한다.

    3) 중기 전략 1: 정책 효능감 제고를 위한 표식 기능 고도화 및 통합적 접근

    본 연구에서 포착한 어업인의 전략적 적응 형태는 정책 도입 초기의 불확실성에 대응하기 위한 합리적 방어 기제로 해석된다. 특히 초기 안착 과정에서 나타난 어구 사전매입 행위는 통발 어구의 내구연한(약 2.9년)을 고려할 때, 제도의 안정적 운영에 따라 점차 소멸할 과도기적 현상으로 판단된다. 그러나 보증금 표식 분리 매입과 같은 우회 관행이 고착하면 ‘어구 전주기 관리’라는 정책의 본질적 목표 달성을 저해할 우려가 크다. 현장에서 제기된 표식 분리 제도화 요구에 대해서는 정책적 원칙을 견지할 필요가 있다. 반면, 본 연구는 현장에서 제안된 ‘보증금 표식의 기능적 고도화’에 주목한다. 연구 참여자들은 표식을 단순한 보증금 반환의 매개체를 넘어, 어구 절도 예방 및 법정 사용량 준수 확인을 위한 어구실명제의 기능으로 확장할 것을 제안했다. 선행연구에서 오원정(2022)은 부표나 깃대에 표지를 부착하는 방식의 현행 어구실명제가 원인자 부담 원칙에 따른 수거 책임을 강제하지 못한다는 점을 지적했다. 초기에는 어구ㆍ부표에 실명제 표지를 부착한다고 해도, 어구를 방치 혹은 투기할 때는 표지를 간단하게 제거할 수 있기 때문이다. 한편, 어구보증금제 표식에 데이터 기반의 실명제 기능을 추가하면 단속과 통제가 어려운 현행 어구실명제의 한계를 보완할 수 있다. 나아가, 어구보증금제에 참여하는 어업인이 추가 인력이나 비용 투입 없이도 실명제 의무를 이행할 수 있는 정책 기반을 조성할 수 있다. 이는 어업인이 어구 절도로부터 ‘사유 재산을 보호’하고, 법정 사용량 준수를 통한 ‘공정한 조업문화 형성’이라는 어구 정책의 순기능을 체감하는 기제로 발전할 수 있다. 정책 당국 역시 보증금제와 실명제의 기능이 상호보완적으로 연계되면 어구 전주기 관리라는 공동의 목표를 달성함과 동시에 행정 비용을 절감하는 효과를 거둘 수 있다.

    4) 중기 전략 2: 유실어구 소명 절차를 통한 보증금 상실 변수 보완

    정책 이해관계자의 어구보증금제 수용도를 제고하기 위해서는 해상 조업의 특성상 불가피하게 발생하는 ‘보증금 상실 변수’에 대한 구조적 해소가 선행되어야 한다. 사용자의 의지에 따라 반환 여부가 결정되는 육상 보증금제와 달리, 해상환경은 기상 악화나 강한 조류와 같은 외생 변수와 어구 간의 충돌 및 도난과 같은 조업상 제약 요인이 복합적으로 작용해 반환 기회가 원천적으로 박탈될 수 있다(Macfadyen et al., 2009). 현재 운영 중인 회수촉진포인트 제도가 통상적인 유실률(30%)을 보전하는 기능을 수행하고 있으나, 보증금을 선납하는 예치 구조와 조업 환경에 따른 유실률의 편차로 인해 어업인이 체감하는 경제적 부담을 완전히 해소하기에는 한계가 있다.

    이에 본 연구는 2026년 4월 시행 예정인 유실어구신고제를 통해, 불가피한 유실을 공식 소명한 경우에 한해 보증금 손실 부담을 합리적인 수준에서 감경받을 수 있는 기제43),44)를 마련해야 한다는 현장 의견에 주목한다. 이러한 정책 간 연계는 어업인의 심리적ㆍ경제적 장벽을 유의미하게 낮추어 정책 수용성을 제고하는 결정적인 중재적 조건이 될 수 있다. 이는 어업인에게는 합리적인 자산 보호의 기회를 제공하는 동시에 정책 당국에는 정밀한 유실 데이터 확보라는 부수적 성과를 가져온다. 결과적으로 이는 양 정책의 근간을 공고히 하여 현장 맥락에 기반한 어구 전주기 관리 실현에 기여할 것으로 판단된다. 하지만 유실어구 신고가 어업인의 관리 소홀이나 고의적 투기를 정당화하는 기제가 되는 것을 방지하기 위한 제도 설계도 필요하다.

    이와 더불어, 어구보증금제의 원인자 부담 원칙 취지에 따르면, 어업인은 어구를 사용해 경제적 이익을 얻는 한편 폐어구를 발생시키는 원인자이기에(오원정, 2022) 외생 변수로 인한 어구 유실 비용까지 내부화해야 한다. 엄격한 원인자 부담 원칙의 관점에서는 유실어구를 신고하면 보증금을 돌려받을 수 있게 하면서, 현금성 회수촉진포인트까지 지급하는 것이 ‘이중 수혜’라는 비판에 직면할 우려가 있다. 하지만 어구 관리 정책의 궁극적인 지향점이 폐어구 발생량의 실질적 저감이자 신속한 회수에 있다는 점에 주목해야 한다45). 유실어구신고 제도 도입 초기에는 보증금 유실 변수에 대한 부담감을 덜어 유실 신고의 문턱을 낮추고, 자발적 신고 및 회수문화가 안착함에 따라 회수촉진포인트를 단계적으로 축소하는 로드맵을 구상해 볼 수 있다. 이러한 로드맵은 향후 회수촉진포인트 지급에 필요한 행정 재원을 절감하는 대안으로도 발전할 수 있다.

    5) 장기 전략: 사후 관리 체계의 고도화

    어구보증금제라는 신규 제도의 안착을 위해서는 제도 전주기(매입-사용-반납-환급)에 걸친 실시간 대응 체계 구축과 사후 관리 체계의 고도화가 병행되어야 한다. 현재 대상 어구가 자망, 양식용 부표와 장어통발로 확대되었으나, 다수의 통발 어업인은 여전히 제도 전반에 대한 경험 부재와 정보 접근성의 한계로 인해 정책적 소외를 경험하고 있다.

    노연희ㆍ백진경(2024)은 정책 안내가 일회성에 그치고 충분한 정보 전달이 이루어지지 않는 점이 정책 미준수의 주요 원인으로 작용하며, 이로 인해 발생하는 어업인의 경제적 피해 또한 적지 않음을 지적한 바 있다. 따라서 단발적인 홍보를 넘어, 체계적인 사후 관리 시스템과 보수 교육을 통해 어업인의 정책 이해를 제고하는 과정이 필수적이다. 특히 정책에 대한 의견 전달에 소극적인 어업인들의 특성을 고려할 때, 현장 밀착형 안내와 지속적인 사후 관리는 정책 사각지대를 해소하는 핵심적인 기제가 될 것이다.

    4. 연구 한계

    본 연구는 어구보증금제 도입 초기 어업인의 심층 인식을 실증적으로 규명했다는 의의에도 불구하고 다음과 같은 한계를 지닌다. 첫째, 20명의 참여자를 대상으로 수행된 질적 사례 연구로서, 분석 결과를 우리나라 전체 어업인의 인식으로 일반화하여 해석하기에는 일정한 제약이 따른다. 둘째, 본 연구는 정책 시행 초기의 과도기적 양상을 중심으로 논의를 전개했기에, 향후 제도의 안착 과정에서 나타나는 어업인의 행동 변화를 지속해서 관찰할 필요가 있다. 셋째, 연구 참여자의 발화를 범주화하고 의미를 도출하는 과정에서 연구자의 주관이 개입되었을 개연성이 존재한다. 다만, 본 연구는 분석의 객관성을 담보하기 위해 방법론적 절차를 엄격히 준수했으며, 동료 검토 및 전문가 자문을 거쳐 자료 해석의 타당성을 확보했다. 특히 수치 중심의 양적연구에서 포착하기 어려운 어업인 개별 조업 환경의 특수성과 구체적인 맥락을 연구에 반영함으로써, 현장 기반의 정책 대안을 마련하는 데 기여할 것으로 판단된다. 마지막으로 연구의 대상을 연안통발 어업으로 한정했기에 자망 및 양식용 부표 등으로 적용 대상이 확대되는 정책 환경의 변화를 충분히 포괄하지 못했다. 이는 향후 업종별 비교 연구를 통해 정책 수용성 논의의 외연을 확장함으로써 보완되어야 할 과제이다.

    제도 시행 초기인 관계로 관련 연구 문헌이 축적되지 않았기에, 학술 문헌 외에도 정책 홍보물, 교육 자료 및 언론 보도 등 회색 문헌을 연구에 활용했다. 이는 후속 연구가 누적됨에 따라 보완할 필요가 있다.

    5. 결론

    본 연구는 어구보증금제 도입 초기 어업인의 맥락적 상황과 대응 과정을 분석하여 제도 수용의 단절 요인을 규명했다. 어구보증금제는 수거 중심의 사후 처리에 의존하던 기존 정책(강동양 외, 2023)의 한계를 극복하고, 환경법상의 ‘사전예방과 원인자 책임의 원칙’을 구체화했다는 점에서 정책적 의의를 지닌다(오원정, 2022). 특히 기존의 명령ㆍ규제 방식을 벗어나 경제적 유인을 통해 자발적 회수를 유도한다는 점에서 정책적 진전을 보여 준다. 실제로 2026년 1월 기준 폐어구 40만 개 회수라는 객관적 성과를 기록했으며46), 연구 참여자들 또한 어족자원 보호를 위한 제도의 규범적 가치와 취지에는 공감했다. 이러한 정책적 의의에도 불구하고, 보증금 예치구조 및 불가피한 유실 변수로 인해 경제적 부담이 누적됐고, 반환 인프라 부족과 불투명한 인센티브 지급에서 기인한 낮은 정책 신뢰도로 인해 ‘실리우회형’ 대응 양상이 지배적으로 나타났다. 본 결과는 수산 정책이 하향식 규제보다 현장의 불가피한 변수를 정책적 차원에서 완충하고 실질적인 정책 효능감을 제공하는 수용성 기반의 설계로 전환되어야 함을 시사한다.

    결론적으로 어업인을 정책의 능동적 주체로 인정하고, 유실 소명 기제와 같은 위험 분담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 이러한 토대 위에 반환 인프라 확충과 정례적인 인센티브 체계가 뒷받침될 때, 해양환경 보호와 지속가능한 수산업을 실현하는 정책 메커니즘이 작동할 수 있을 것이다.

    Figur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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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어구보증금제 참여 주체 구분 및 운영체계 모식도

    자료: 한국수산자원공단 자료를 토대로 재구성

    FBA-57-3-33_F2.jpg
    어구보증금제 비수용 요인에 대한 패러다임 모형

    Tables

    인터뷰 참여자 지역ㆍ경력ㆍ연령ㆍ어구 종류별 구성 및 정책 참여 여부(20명)
    주: 인터뷰 참가자는 전원 남성, 연안 어업인 혹은 연안 어업 유경험자로 구성되었다.
    반구조화된 인터뷰 질문지
    개방 코딩의 결과로 도출된 상위 범주와 하위 범주
    패러다임 요소로 매핑한 참여자 속성 분석 매트릭스
    주: 개방 코딩에서 도출된 342개의 핵심 발화를 바탕으로 참여자의 속성을 분류했다. 예를 들어, “장기적으로 봤을 때는 크게 나쁜 제도는 아니라고 생각합니다”(P10)와 같이 정책의 취지에 동의하는 발화가 확인된 경우, ‘규범적 당위성 공감(●)’으로 분류했다. 반면, “소용이 없을 것 같아요. 책상에 앉은 사람들은 바다가 덜 황폐해진다고 하는데, 현장에 나가보면 현실하고 전혀 안 맞는 것을 인식하게 될 겁니다”(P19)와 같이 실효성을 부정하는 발화는 ‘실효성 인식(○)’으로 분류하여 연구자의 자의적 해석을 최소화했다.
    변수 결합 양상에 따른 연구 참여자 유형 분류 및 특징
    주: ●는 해당 속성이 있음을, ○는 없음을 뜻하며, N/A는 제도 미인지로 응답이 불가한 경우이다.

    Referenc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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