Ⅰ. 서 론
어업과 양식업으로 대표되는 수산업은 진입 제한 등의 엄격한 법적 규율을 통해 영위되는 산업이다. 무주물인 공유자원과 공유수면을 대상으로 하는 만큼, 경합성에 따른 이용자간 다툼이 발생하고 비배제 성에 따른 자원지대의 소멸을 초래할 수 있기 때문이다. 다른 산업부문에서도 법적 규제가 강한 경우가 있지만, 대부분 산업 자체의 지속성 유지에 필수적인 것이 아니란 점에서 수산업과는 차이가 있다.
우리나라는 근대적 어업제도 도입시부터 면허, 허가, 신고라는 행정적 절차를 통해 산업에 진입하게 하는 방식으로 수산업을 관리해 왔다. 이 과정에서 면허와 허가 대상을 엄격히 제한하고, 신청자의 자 격과 우선순위 등을 정책적으로 선택할 수 있도록 하였다. 이를 통해 제한된 자원에 대한 과잉 이용 과 경쟁을 막는 동시에 다양한 사회경제적 정책 추진이 가능해진 반면, 신규 자본의 진입과 인력 대 체는 크게 제한받게 되었다.
이러한 어업제도의 중심에「수산업법」이 있다.「수산업법」의 개념은 두 가지 의미로 구분할 수 있 다. 먼저, ‘형식적 의미의 수산업법’은 1953년 9월 9일 제정된 이후, 2022년 1월 11일자로 제4차 전부 개정되어 2023년 1월 12일부터 시행되고 있는 법을 가리킨다. 그리고 ‘실질적 의미의 수산업법’은 수 산업에 특유한 법규의 총체로서 형식적 의미의「수산업법」을 비롯하여「수산업법」부속 법령 및 수산 업에 관한 특별법령을 포함하는 실질적으로 수산업과 관련한 법규의 총체를 의미한다.
본 연구에서는 형식적 의미의「수산업법」을 다루고자 한다.「수산업법」은 “수산업에 관한 기본제도 를 정하고 수면의 총합적 이용으로써 수산업의 발전과 어업의 민주화를 도모하며 수산자원을 보호함 을 목적”1)으로 제정, 올해로 시행 70년을 맞게 되었다.「수산업법」은 그 제정 목적에서 밝히고 있는 바와 같이 수산업에 대한 기본제도를 정하기 위한 법률이다. 그리고 어업의 민주화라는 정치적·사회경 제적 목적까지 지향하고 있다.
이러한「수산업법」이 갖는 중요성에 비해 관련 연구는 매우 부족하다. 그동안 수산분야 법제 연구 는 정책과제 등에서 단편적으로 이루어진 것이 대부분이다. 이는「수산업법」자체가 일반 법학연구자 들에게는 생소하고, 수산사회과학자들에게는 다소 접근하기 어려운 분야인 것이 이유라 할 수 있다.
「수산업법」및 관련 규율 내용을 대상으로 한 연구를 포괄하면, 이봉우(1989)의 “수산업법의 장소에 관한 효력”, 김병호(1991;1992)의 “고도성장 이후의 연안어장 이용관계의 변모”, 이종근(1996)의 “어 업규제개혁의 필요성과 수산업법 개정 내용에 관한 소고”, 이승래ㆍ신용민(2000)의 “한국과 일본의 어 업제도에 대한 비교연구”, 박정기ㆍ박명섭(2003)의 “신국제어업질서에 따른 우리나라 수산업법에 관한 연구”, 이종근(2010)의 “수산업법의 처벌 규정에 관한 연구”, 임종선ㆍ조상혁(2013)의 “수산업법상의 재산권의 이용과 제한”, 최치훈(2019) “마을어업의 변천에 관한 연구”, 신용민(2020)의 “양식산업발전 법 제정의 의의와 문제점 분석”, 신용민ㆍ정겨운(2021)의 “어업관리수단으로서의 어업권제도의 의의와 개편 필요성”, 이남우(2021) “수산자원의 효율적 관리를 위한 법제 개선방안에 관한 연구”, 최치훈 (2022) “양식업제도의 변천에 관한 연구” 등을 들 수 있다.
본 연구에서는 2023년 1월 12일자로 시행된 제4차 전부개정「수산업법」에 대한 내용분석을 통해, 전부개정의 의의와 문제점을 찾아보고자 한다. 그리고 이를 통해 개정「수산업법」이 지향하고 있는 수산업의 지속가능성 제고와 변화하는 수산업 대내외 환경변화를 반영하기 위한 향후「수산업법」의 개편 방향을 제시하고자 한다. 연구의 구성은 먼저 Ⅱ장에서 제4차 전부개정「수산업법」의 주요 내용 을 살펴보고, Ⅲ장에서는 개정「수산업법」의 의의와 문제점 분석을 통해 향후 개정의 방향성을 찾아 보고, Ⅳ장에서 결론을 맺고자 한다.
Ⅱ. 개정 수산업법의 주요 내용
1. 수산업법 개정 연혁
우리나라 수산 관련 법령의 효시는 대한제국시대인 1908년 제정된「어업법」이다.「어업법」은 1906 년 제정된「광업법」과 함께 우리나라 최초의 근대식 법률체계를 갖추고 있었다는 역사성을 갖고 있 다. 이후 일제강점에 따라 1911년 일본 명치어업법의 하위법령인「어업령」으로 격하된 후, 1929년 「조선어업령」으로 다시 개편되었다. 해방 이후에도 한동안 대체 입법 없이 유지되다, 1953년에야 현재 의 제명과 동일한「수산업법」이 법률 제295호로 공포되어 독자적 수산분야 법체계를 갖추게 되었다2).
국내 수산법제의 기본법3)이라 할 수 있는「수산업법」은 제정 이후 지난 70년 간 2022년 6월 10일 타법개정에 따른 개정까지 총 66차례 개정된 바 있다. 그중에서도 전부개정은 1990년 8월 1일(법률 제4252호), 2007년 4월 11일(법률 제8377호), 2009년 4월 22일(법률 제9626호), 그리고 지난해 1월 11 일자로 전부개정(법률 제18755호) 되었다4).
「수산업법」의 전부개정은 변화하는 수산업 현실에 따른 제도 개선 필요성을 반영한 경우도 있었지 만, 이전 일부개정 과정에서의 삭제나 신설된 조문의 일괄 정리 목적도 있었다. 따라서 전부개정이 법 률의 내용이나 구성상의 큰 변화를 의미하는 것은 아니다. 실제「수산업법」은 아래 <표 1>과 같이 그동안 4차례의 전부개정이 내용상의 변화보다는 단순히 조문을 새롭게 나열, 정리하는데 초점이 맞 추어져, 1990년의 제1차 전부개정을 제외하고는 사실상 법률 내용상의 큰 변화는 없었다. 오히려 일부 개정 과정을 통해 제도적으로 더 큰 변화가 있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전부개정은 법률의 연혁 면에서 중요한 의미를 가지고 있다. 제정 이후 37년만 에 처음으로 이루어진 1990년의 제1차 전부개정에서는 오랜 기간 변화한 수산업 여건을 반영하여 관 련 제도를 재정비한 특성이 있다. 2007년의 제2차 전부개정은 ‘알기 쉬운 법령 만들기 작업’에 따른 단순한 법률 용어의 순화 목적이었다.
이후의 전부개정은 새로운 법률의 제정, 분법에 따라 이루어진 공통점이 있다. 2009년의 제3차 전 부개정에서는 ‘국민 중심의 법체계 선진화 계획’에 따라「기르는 어업육성법」,「어업협정체결에 따른 어업인 등의 지원 및 수산업발전특별법」 등에 분산되어 있던 수산업 관련 규정을「수산업법」으로 통 합하고, 수산자원의 보호ㆍ관리에 관한 사항을「수산자원관리법」으로 분리하고, 특정 자원의 이용을 위한 한시어업을 허가할 수 있도록 하는 등의 내용으로 전부 개정되었다5). 이번 제4차 개정 역시 2019년「양식산업발전법」이 제정, 분법됨에 따라 양식업 관련 조항 삭제에 따른「수산업법」체계를 재정비할 필요를 반영하고, 변화하는 어업 여건을 반영하여 어구 관리 등의 새로운 제도 도입을 목적 으로 한 것이다.
2. 제4차 수산업법 전부개정의 특징
1) 조문 구성의 변화
제4차 장부개정으로 새롭게 탄생한「수산업법」은 총 11개 장, 112개 조문 및 부칙으로 구성되어 있다. 개정 직전의 12개 장(삭제 조문 포함), 102개의 조문에 비해 조문수가 오히려 늘어났다. 법률의 구성을 살펴보면, 아래 <표 2>와 같다.
전부개정이기는 하지만 전체적 구성면에서 큰 틀의 변화는 없다.「양식산업발전법」제정에 따라 양 식업 관련 내용이 대폭 삭제되었지만, 면허어업의 일부인 마을어업과 정치망어업이「수산업법」에 남 아 있어 면허ㆍ허가제도 관련 규정이 유지되어야 하기 때문이다. 이전의 일부개정 과정에서 이미 삭 제되었던 제4장과 제8장을 완전히 없애고 기존 장을 순서에 따라 새롭게 정리하는 한편, 어구 관리에 관한 내용이 제6장에 신설되었으며, 제7장에서 어업규제 완화에 관한 사항 등이 추가되는 등 일부 신 설 제도를 규정하고 있다.
2) 법률의 정합성 제고
제4차 전부개정「수산업법」의 주요 내용은 다음과 같다.
첫째, 법률의 정합성을 제고하고 현시대 수산업이 지향해야 할 목표와 역할 등을 고려하여 법률의 목적 조항을 수정하였다. 특히 아래 표와 같이「수산업법」제정 당시부터 유지해 오던 “어업의 민주 화”라는 용어를 삭제하고 “지속가능한 수산업”, “국가경제의 균형 있는 발전에 기여”를 추가하였다.
둘째,「수산업ㆍ어촌 발전 기본법」(이하 “기본법”) 및「연안관리법」,「갯벌 및 그 주변지역의 지속 가능한 관리와 복원에 관한 법률」에서 정의하고 있는 ‘수산업’, ‘바닷가’, ‘부속선’에 대한 정의와 일 치하도록 개정하여 법률의 정합성을 제고하도록 하였다. 특히 기존 수산업 개념에는 어업, 양식업, 어 획물운반업 및 수산물가공업이 포함되었으나, 기본법과 일치되도록 수산물유통업을 추가시켰다.
3) 어구 관리제도의 도입
어구의 초과 사용 및 폐어구로 인한 과잉어획, 해양오염, 유령어업, 어장 선점 등의 어구 관련 문제 개선을 위해 ‘제6장 어구의 관리 등’이 신설되었다. 어구 관리를 위해 새롭게 도입된 주요 제도는 다 음과 같다.
첫째,생분해성 어구의 사용을 강화하기 위해 기존 어구 규모등의 제한 조항(구「수산업법」제64조의 2제1항)에 어구의 ‘재질’을 제한할 수 있는 근거를 추가(제60조제1항)하였다.
둘째, 어구의 생산단계 관리를 강화하기 위해 어구 생산업과 판매업 신고제도를 신설하고, 어구의 생산ㆍ판매기록 등을 작성해서 보존하도록 하며, 부정한 방법으로 영업을 신고한 경우 등에는 영업의 폐쇄 등을 명할 수 있는 근거(제71~제73조)를 마련하였다.
셋째, 어구의 사용단계 관리를 위해 어구의 과다 사용 방지, 투명한 관리 등의 목적으로 판매량, 판 매장소 등을 제한(제74조)하도록 하고, 어구의 생산ㆍ유통ㆍ사용ㆍ관리 등에 대한 실태조사 근거(제 75조)를 마련하였다.
넷째, 어구의 사용 이후 관리 강화를 위해 어구실명제 시행 근거를 명확히 하고(제76조), 어구의 수 거, 폐어구 집하장 및 처리 등에 관한 사항(제77~제80조)을 신설하였다. 더불어 어구보증금제의 운영과 이를 관리할 ‘어구보증금관리센터’의 설치와 운영 등에 대한 규정을 신설(제81~제83조)하였다.
다섯째, 벌칙(제109조) 및 과태료(제112조) 조항에 이들 어구의 전 주기적 관리 강화 관련 제반 규 정을 위반할 경우도 새롭게 추가하였다.
4) 어획량 기반 어업관리 지원
정부는 ‘수산혁신 2030 계획’을 통해 어구ㆍ어법 등 기존의 투입규제 방식의 어업관리를 총허용어 획량(TAC)에 따른 생산량 규제방식으로 전환하려는 목표를 분명히 하였다. 이를 제도적으로 지원하기 위해 엄격한 TAC 관리 및 모니터링 체계를 자발적으로 수용할 경우, 현행의 어업규제를 일부 완화하 는 시범사업을 추진할 수 있도록 하였다(제86조). 즉, 현재 시행 중인 ‘TAC 기반 규제완화 시범사업’ 을 제도화하여「수산업법」에 규정한 것이다.
또한「수산업법」이나「수산자원관리법」의 관련 규정에도 불구하고, 시ㆍ도지사가 관할 수역 내의 어획량 제한을 기반으로 하는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의무6)를 이행할 경우, 어구ㆍ어법을 일부 달리 적 용할 수 있도록 하는 어업관리의 자율성을 부여하는 조항도 신설(제87조)하였다.
5) 기타 제도 개선
「수산업법」 전부개정을 통해 새롭게 도입된 기타 제도로는 첫째, 현행 신고어업(나잠, 맨손)의 단위 는 ‘사람’7)으로 공동신청이 존재하지 않기 때문에 이에 맞추어 조항을 정비하였다(제6조). 그리고 신 고어업 관련 어업분쟁 방지 등을 위해 신고어업의 조업구역 등의 제한을 지자체가 정할 수 있도록 규 정(제48조)하였다. 나아가 지역을 옮겨가며 신고어업자를 고용하여 기업형으로 조업하는 행위를 막기 위해 신고어업 요건에 ‘6개월 이상 거주조건’을 추가하고(제48조), 면허ㆍ허가 어업과 같이 타인 지배 금지 규정을 준용하도록 명시(제50조)하여, 신고어업의 제도적 취지를 벗어난 전국단위 기업형 신고어 업 등을 방지하고자 하였다.
둘째, 마을어업권의 행사 자격을 완화하였다. 마을어업권 행사 자격 중 주소지 제한을 어촌계 관할 구역(마을 단위)에서 어촌계가 속한 시ㆍ군ㆍ구로 완화하였다(제36조). 이는 마을어업권을 행사하기 위한 주소지의 범위를 확대함으로써 신규 어업인의 유입을 촉진하도록 한 것이다.
셋째, 어업허가의 지위 승계 대상 중 경매를 매입의 일종으로 명확히 하였다(제45조). 현재도 경매 를 매입의 한 종류로 유권해석하고 있고, 사실상 어업 현장에서도 이를 적용하고 있던 것을 법적으로 명확히 하였다.
넷째, 수산조정위원회의 기능 강화이다. 이전에는 단순히 “어업별 분쟁의 조정”으로 되어 있던 것을 “어업별 분쟁의 사전ㆍ사후 조정”(제96조)으로 개정하여 수산조정위원회에 사전 분쟁 조정 기능을 추 가하고 있다. 이는 어업분쟁 다양화에 따른 선제적 대응의 필요성에 따른 것이다.
다섯째, 수산데이터베이스 구축범위 확대를 위해 조업상황 등을 보고해야 하는 대상을 확대하였다 (제104조). 또한 필요한 경우 관계 중앙행정기관, 수협 등에 자료 제출을 요구할 수 있는 근거를 마련 하였다. 이에 따라 구획어업 등도 수산데이터베이스 구축범위에 포함되었으며, 이를 통해 어획실적 등 조업정보의 체계적 관리를 강화하고자 하였다.
여섯째, 청문 절차의 보완으로 수산물 양육 및 매매장소의 지정 취소, 어구생산업자 등의 영업정지‧ 폐쇄 명령 시 행정처분 당사자의 권리를 보호하기 위하여 청문 절차를 의무화하였다(제103조).
6) 수산업법 시행규칙의 제정
「수산업법」하위법령체계는 매우 복잡하게 구성되어 있다.「수산업법 시행령」은 1953년 12월 18 일 대통령령 제851호로 제정된 이후, 2021년 2월 19일 타 법개정에 따른 개정에 이르기까지 모두 88 차례의 개정을 거쳤다. 해양수산부령인「어업면허의 관리 등에 관한 규칙」은 1985년 4월 11일「어업 면허및어장관리에관한규칙」(농림수산부령 제928호)으로 제정된 이후, 이전까지 41차례의 개정을 거쳤 다. 역시 해양수산부령인「어업의 허가 및 신고 등에 관한 규칙」은 1985년 3월 2일 「어업허가에관 한규칙」(농림수산부령 제927호)으로 제정된 이후, 현재까지 54차례의 개정을 거쳤다.
금번 제4차「수산업법」전부개정에 따른 하위법령 정비를 통해 이들 규칙이 2023년 2월 3일자로 「수산업법 시행규칙」(해양수산부령 제581호) 제정과 함께 폐지되었다. 즉 이전에는 어업면허와 어업 허가가 분리된 규칙 체제였으나, 금번 개정으로 통합되었다.「수산업법 시행규칙」은「양식산업발전 법」분법에 따른 정비 필요성을 반영하고, 법령체계의 정합성과「수산업법」개정에 따른 신설 제도의 위임사항 반영에 따른 개정 외에는 기존 규칙을 그대로 통폐합하는 방향으로 제정되었다.
Ⅲ. 개정 수산업법의 의의와 과제
1. 제4차 전부개정의 의의
1)「양식산업발전법」분법에 따른 형식적 체계성 정립
2020년 8월 28일자로 첫 시행된「양식산업발전법」은「수산업법」과「내수면어업법」에서 규율하던 면허ㆍ허가어업의 일부를 분법한 것이다. 이를 계기로「수산업법」의 체계화 및 정합성 제고를 위한 전부개정 필요성이 제기되었다. 금번 제4차 전부개정으로「양식산업발전법」제정 및 이전의 일부개정 과정에서 삭제 또는 신설되었던 여러 조문들을 새롭게 정리함으로써 법률의 형식적 체계성을 재정립 할 수 있게 되었다.
이에 따라「수산업법」이 양식업을 제외한 어업 관련 법률에 한정된 법률로서의 전문성을 가지게 된 반면,「수산업법」의 규율 범위 축소라는 결과를 가져와「수산업법」이란 제명의 합당성에 대한 논 란을 초래하게 만들었다.
2) 변화하는 대내외적 여건의 반영
「수산업법」의 시행목적이 바뀌었다. 제1조 목적조항에 제정 이후부터 명시되어 온 “어업의 민주 화”가 최근 정부 수산정책의 어젠다가 된 “지속가능한 개발”로 대체되었다.「수산업법」상의 어업의 민주화는 구래의 무질서한 연근해어업을 지선 어업인들에게 맡기고, 생산수단인 어장과 자원을 권력과 자본의 지배로부터 벗어나게 하려는 상징성을 지닌 용어이다. 이에 따라 이전의 여러 개정과정에서도 「수산업법」제정의 역사성과 용어의 상징성 등의 면에서 이를 유지해 왔다. 그러나 어업의 민주화라는 개념의 모호성, 법률적 용어로서의 부적합성 등의 주장에 밀려 금번 제4차 전부개정에서 삭제되었다.
그러나 목적조항에서의 삭제에도 불구하고, 어업의 민주화 관련 조문은 그대로 유지되고 있다. 즉 공동체 우선 면허(제8조), 다른 사람에 의한 지배의 금지(제31조), 임대차의 금지(제32조), 어업권 행사 의 제한(제38조), 면허와 허가의 선원주의 채택(제13조, 제41조) 등은 금번 전부개정에서 전혀 개정되 지 않아, 목적 조항 개정 취지를 무색하게 만들고 있다.
한편, 수산업의 정의에 ‘수산물유통업’을 포함시킨 것은 관련 법률과의 정합성 제고 면에서 오래전 부터 요구되어 온 것이다. 이는 수산업의 규율 대상이나 수산정책 대상의 확대라는 점에서 변화하는 시대적 요구를 반영한 것으로도 이해할 수 있다.
3) 어구 관리등 신설 제도의 도입
개정된「수산업법」은 수산자원과 해양환경 보호 강화를 위한 제도적 조치를 강화하였다. 즉 TAC 제도 강화와 어구관리제도를 새롭게 도입하였다. 먼저 TAC 중심의 어업관리는 기존의「수산자원관리 법 시행령」에 규정하고 있던 어업규제 완화 시범사업을「수산업법」에 도입, 규정함으로써 법적 시행 근거를 보다 명확히 하였다. 이를 통해 전통적 어획노력량 중심의 어업관리제도를 양적관리체제로 전 환하겠다는 정책 의지를 강하게 표시한 것이라 할 수 있다.
어구 관리는 이를 위한 독립된 법률 제정 추진이 지체됨에 따라 그 대안으로「수산업법」에 전격 도 입되었다. 어구 관리는 해양환경 관리 강화 외에 어획노력량 관리의 주요한 대상이라는 점에서 제도 도 입의 필요성이 매우 크며, 이러한 이유로「수산업법」에 별도의 장으로 신설되었다. 이에 따라「수산업 법」에서 규율하는 연근해 어선어업은 어선과 어법 외에 어구에 대해서도 체계적인 관리를 받게 되었다.
기타 신설 제도로는 시ㆍ도의 연안자원관리와 수산데이터베이스 구축 대상 확대 등이다. 특히 연안 자원 관리의 일부 권한을 시ㆍ도지사에게 위임함으로써 수산행정의 지방분권화와 지역 특성에 맞는 수산자원 관리가 가능하게 되었다. 그러나 한편으로는 현행「수산업법」상 연안어업과 근해어업은 어 선의 규모(톤수)로만 구분되어 있어 향후 시ㆍ도지사의 관할 수역 즉, 연안자원에 대한 공간적 범위 설정이 과제로 대두될 것으로 보인다.
2. 개정 수산업법에 대한 평가
1) 제명의 적합성 문제
(1) 제명 변경의 필요성
현행「수산업법」은 제정 이후 내용상의 여러 변화를 거치기는 하였으나, 제명은 변함없이 지금까지 그대로 이어지고 있다. 그러나「양식산업발전법」의 분법 이후, 현행「수산업법」에서 규율하는 수산업 의 범위가 제한적이라는 이유로「수산업법」이란 제명의 적합성에 대한 논란이 제기되고 있다. 실제 현행「수산업법」의 내용은 면허어업, 허가어업, 신고어업 등의 어업제도를 기본으로 하고 있고, 어획 물운반업에 관해서만 일부 규정하고 있으며, 수산물가공업에 관한 규율밀도는 매우 낮다.
이에 ‘어업법’으로 축소하고, 다른 수산 관련 산업들에 대해서는 그에 합당한 법률을 별도로 제정하 는 것이 합당하다고 볼 수도 있다. 입법 연혁적으로도 대한제국 시대의「어업법」(1908년 제정), 일제 강점기의「어업령」(1911년 제정)과「조선어업령」(1929년 제정) 등 입법형식상의 차이가 있었지만, 당 시에는 모두 ‘어업’이라는 용어가 사용되었다. 그리고 1953년「수산업법」이 제정된 이후, 다음 <표 6>과 같이「수산업법」에서 수산 관련 산업들을 규율하는 개별법이 순차적으로 제정, 독립되었기 때문 에, 「수산업법」이 그동안 수산 관련 법률의 모법으로서의 역할을 하였다고 할 수 있고, 수산 관련 법률들의 기본법으로서의 역할도 수행해 왔다고 할 수도 있다8).
그러나 현재는 수산 관련 산업들이 다양한 개별 법률에 의해 각각 규율되고 있어「수산업법」이라 는 이름을 현행 법률이 사용하는 것은 수산업에 관한 법률로서의 지위를 독점하는 오해를 초래할 수 있다. 또한「수산업법」에서 정하는 수산업의 범위에 포함되지 못해 다양한 수산 관련 다른 산업을 배 제하는 문제 역시 초래할 수도 있으며, 이는 향후 수산 관련 다른 법률의 제정이나 개정에 있어 체계 성을 결하게 할 가능성이 있다는 것이다9).
「수산업법」은 제정 당시부터 그 목적을 “수산업에 관한 기본제도”를 정하는 것으로 하고 있었다. 또한 그 내용에 대해서 수산업을 어업과 수산제조업으로 정의하고, 수산업 전체에 대한 규율법으로서 기능하는 것으로 제정되었다. 그러나 제정 당시부터「수산업법」에서 수산제조업에 대한 규정의 비중 은 그다지 큰 것은 아니었으며, 현행「수산업법」에서는 수산업의 범위에 어업 외에 양식업ㆍ어획물운 반업ㆍ수산물가공업 및 수산물유통업까지 포함되어 있으나, 어획물운반업(제51조~제52조, 제54조)을 제 외하고는 수산물가공업에 관해서는 다른 법률에서 정한다는 규정(제53조)만 있을 뿐이다.
이처럼「수산업법」상의 수산업에 대한 정의와「수산업법」에서 규율하고 있는 수산업의 범위가 크 게 다른 모순성을 보이고 있다. 더구나 개정 법률은 어구 관리를 위해 어구생산업과 어구판매업에 대 한 여러 규제내용을 담고 있으나, 정작 어구의 생산업ㆍ판매업은 수산업에 포함되어 있지도 않다.
(2) 제명 변경안 검토
「수산업법」의 제명 변경 시 고려가 가능한 대안은 다음 몇 가지로 요약된다.
첫째, 우선 고려되는 것이 ‘어업법’이다. 이는 앞서 설명한 바와 같이 기존의「수산업법」상 수산물 가공업과 어획물운반업 등 어업 이외의 수산업분야에 대한 규율 내용이 너무 적어, 실제「수산업법」이 수산업이 아닌 어업에 관한 내용만을 담고 있다는 점이다. 더구나「양식산업발전법」이 어업에서 제외, 분법됨에 따라 어업만을 규율하는 법으로 변경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그러나 ‘어업법’으로 제명할 경 우, 어업 이외의 다른 수산업을 포괄하는 기본법이 없어지는 문제가 있다. 이 경우 현재의 어획물운반 업과 수산물가공업이 제외되어야 하는 문제가 생긴다.
둘째,‘어업법’으로의 제명 변경을 고려할 경우, 오히려 ‘해면어업법’이 더 합리적일 수 있다. 이는 어업의 한 분야인「내수면어업법」이 지난 1975년 이미 분법되었기 때문에 실제 현재의「수산업법」 에는 해면어업만 남아 있다. 따라서 당해 법률의 규율 대상을 명확히 한다는 점에서 보면 ‘해면어업 법’으로 변경하는 것이 오히려 맞을 수도 있다. 그러나 이 역시 수산업을 포괄하지 못하며, 어업 중 일부만을 포함한다는 점에서 부적합하다.
셋째,「수산업법」에서 ‘어업법’으로의 제명 변경을 고려한다면, 제정 목적 면에서 ‘어업관리법’도 고 려 대상이 될 수 있다. 이는 현행「수산업법」에서 규율하고 있는 어업제도의 기본 내용이 어업관리 중심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어업법의 제정 목적이 어업관리에만 국한되는 것이 아니며, 어업관리는 결 국 자원관리를 바탕으로 하기 때문에 이 경우 이미 분법된「수산자원관리법」과의 중복이나 재통합해 야 하는 문제로 연결될 수 있다.
이러한 여러 이유로 당장은「수산업법」의 제명은 그대로 유지하는 것이 불가피하다. 이는 수산업 전체를 규율하는 기본법으로서「수산업법」의 존속이 필요하기 때문이다.「수산업ㆍ어촌 발전 기본 법」이 제정, 시행되면서 형식상 ‘기본법’이라 칭하고 있으나, 법률 제정의 목적 자체가「수산업법」과 는 명확히 구분되며, 수산업에 관한 기본제도를 규율하고 있지도 않다.
더구나「수산업법」이 이번 개정을 통해 수산업의 정의를 보다 포괄적으로 규정함으로써 수산업의 범위가 보다 넓어졌으며, 이를 전체적으로 규율할 법률의 필요성은 더욱 커졌다고 할 수 있다. 이런 점에서「수산업법」은 오히려 수산업 전체를 규율하는 방식으로 더욱 강화되어야 한다.「수산업법」이 일본 어업법의 모방, 이식에서 출발하였다는 역사적 관점에서 보면, 일본은 현재까지도 ‘어업법’이라 제명하고 있지만, 일본은 양식업과 내수면어업을 포함하여 명실상부한 모든 어업을 포괄하고 있어 우 리나라와는 규율 대상에서 분명 차이가 있다.
따라서「수산업법」은 수산업에 관한 기본제도를 정하는 현재의 제정 목적이 바뀌지 않는 이상 제 명은 그대로 유지되어야 한다. 그러나 향후「수산업법」에서 규율하는 수산업의 범위가 제한 또는 변 경되거나, 어업 이외의 수산업 분야가 계속 개별법으로 분법될 경우에는 전술한 검토 대상 제명으로 의 변경이 불가피할 것이다.
2) 목적 조항의 차별성 부족
법률의 목적 조항은 입법자의 입법 취지를 명확히 밝히는 것으로, 법률에 규정된 사항의 해석 방향 결정과 충돌하는 이익 간의 조정을 위한 지침적 역할을 수행한다. 특히 법률의 입법과정에서 예상하 지 못한 사안의 발생시 적용 조문의 흠결이 있더라도 입법 취지에 맞게 정책을 수행할 수 있도록 보 충하는 역할을 할 수 있다. 이처럼 목적 규정은 법령이 달성하려는 목적 등을 밝혀 일반 국민이 입법 목적이나 입법 취지를 쉽게 이해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한 것이며, 개별 조문에 대한 해석을 하는 경우, 그 법령의 해석지침을 제시하는 역할을 한다10).
<표 7>과 같이「수산업법」의 목적조항인 제1조는 제정 이후 이전까지 5차례 개정되었으나, 입법목 적 중 하나인 “수산자원의 보호”가 1990년 8월 1일「수산업법」전부개정법률에 따라 수단으로 규정되 었다가, 2009년 4월 22일 전부개정으로 삭제된 것을 제외하고는 큰 변화가 없었다고 할 수 있다.
그러나 이번 제4차 전부개정을 통해「수산업법」의 목적조항이 개정되었으며, 이로 인해 기본법과의 차별성 결여라는 문제를 낳게 되었다. 즉 표와 같이 “지속가능한 수산업 발전을 도모하고 국민의 삶 의 질 향상과 국가경제의 균형있는 발전에 기여”라는 입법목적이 기본법의 목적과 거의 비슷하게 되 었다. 물론 입법의 궁극적 목적이 법률 간 유사할 수도 있다. 또한 목적조항에서「수산업법」은 “기본 제도를 정함으로써”, 기본법은 “수산업과 어촌이 나아갈 방향과 국가의 정책 방향에 관한 기본적인 사 항을 규정”한다는 수단 간의 차별성은 유지되고 있다.
그러나 수산분야의 대표적 법률들이 유사한 목적조항을 가지고 있다는 것은 개별 입법의 목적과 필 요성이 낮아지는 문제로 연결된다. 이런 점에서 향후「수산업법」이나 기본법의 개정 시 이에 대한 충 분한 검토가 있어야 할 것으로 보인다.
3. 향후의 개정 과제
1) 기본제도에 대한 개편 필요
「수산업법」은 “수산업의 기본제도 정하는 것”이 법률 제정의 1차적 목적임을 밝히고 있다. 여기서 기본제도의 의미를 살펴보자.「수산업법」에서의 “수산업의 기본제도”의 의미가 무엇인지를 법률의 규 정 내용으로 풀이하자면, 어업, 천일염생산업, 어획물운반법, 수산물가공업, 수산물유통업에 대한 기본 제도라 할 수 있다. 그러나 실제「수산업법」에서는 수산물가공업, 어획물운반업, 수산물유통업 등에 대해서는 특별한 기본제도를 정하고 있지 않는데, 이로 인해 이들 산업에 대한 규율 자체가 없거나 밀도가 낮다. 그 이유는 수산물가공업과 어획물운반업 등은 특별한 제도를 독립적으로 규율할 필요가 없으며, 일반 어업제도에 따라 영향을 받기 때문이다.
따라서 기본제도는 결국 어업에 한정해서 살펴볼 수 있다. 여기서 말하는 ‘기본제도’를 ‘어업의 기 본제도’를 말하는 것으로 가정할 경우,「수산업법」에서 어업에 관해서는 면허ㆍ허가ㆍ신고어업 제도 를 설정하고, 면허어업에 관해서는 우선순위의 설정, 어업권의 창설, 어업조정명령 등에 관한 규정을 두고 있다.
「수산업법」의 연혁 또는 이러한 기본제도에 관한 규율 내용 면에서 보면, 일본 어업법의 이식, 모 방이 된 구래의 ‘어업법’체제를 여전히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이는 일본 ‘어업법’(1949년 법률 제267 호)은 “어업생산에 관한 기본적 제도”를 정하는 것을 목적으로 하고 있는데(제1조), “어업생산에 관한 기본적 제도”란 “어장의 이용관계(이용방식)” 즉, “어장을 누구에게 어떻게 사용하도록 할 것인지, 그 리고 그것을 누가 결정하는가”를 정하는 제도라고 이해하고 있다11). 일본 어업법에서의 어장의 이용 관계(이용방식)를 정하는 제도는 두 가지가 있는데, 하나는 연안수역 및 내수면에 적용되는 어업권제 도(어업면허제도)이고, 또 하나는 연근해 수역 및 원양 수역에 적용되는 어업허가제도이다. 이는 지금 도 여전히 유지되고 있는데, 우리나라「수산업법」역시 거의 동일한 제도를 어업의 기본제도로 운용 하고 있다.
현행「수산업법」에서 규정하고 있는 면허어업인 어업권어업은 마을어업과 정치망어업으로 구분되는 데, 마을어업과 정치망어업은 생산의 장이 자연물이다. 이 점에서 같은 면허어업인 양식업과는 차이가 있다. 이들 어업을 어업권어업으로 제도화한 이유는 기술적 측면에서 특정 어장의 배타적ㆍ고정적ㆍ 지속적 이용이 확보되지 않는다면 경영의 성립ㆍ발전이 어렵기 때문이다.
「수산업법」은 어업권자에 대해 당해 어업경영이 사실상 타인에 의해 지배되도록 해서는 안 된다 고 하고, 최초 면허시 적격성 및 우선순위 규정에 의해서 어업권자로서 적합하다고 인정된 자가 아니 면 당해 어업의 실질적인 경영자가 되지 못하도록 하고 있다. 그러나 사실상 어업권의 이전·분할·변경 이 거의 자유롭게 이루어지고 있는 현실에서는 이들 규정은 그다지 의미를 갖지 못하고 있다12). 공동 체 면허인 마을어업의 경우에도 사실상 분할, 사적 점유하거나 행사계약을 통한 위탁생산 또는 불법 임대가 많아 어장 이용의 효율성이 크게 떨어지고 있다. 현재와 같은 어업권제도를 유지해야 할 당위 성이 낮은 것이다.
대표적 면허어업인 양식업도 마찬가지이다.「양식산업발전법」은 이러한「수산업법」의 어업권의 개 념을 양식업권이란 이름으로만 대체했을 뿐 그대로 승계하고 있다. 양식업권은 결국「수산업법」상 어업권의 상대적 개념에 불과한 것으로, 분법 당시 이러한 양식업권의 개편에 대한 검토가 부족했던 만큼, 향후의「수산업법」개정시에는 어업권과 양식업권제도의 개혁적 개편에 대한 방안이 함께 마련 되어야 할 것이다.
또한 현행「수산업법」에서 결여되어 있는 수산업 각 분야별 기본제도의 설정 필요성에 대한 검토 가 필요하다. 그리고 향후「수산업법」개정 시 이를 반영함으로써 수산업법이 명실상부한 수산업에 관한 기본제도를 정하는 법률적 지위를 회복하도록 해야 할 것이다.
2) 수산업법 개정 과제
「수산업법」에서 규정하고 있는 어업의 기본제도인 면허와 허가제도에 대한 문제들에 대해서는 오 래전부터 그 개정 필요성이 주장되었음에도 많은 이해관계로 인해 계속 미루어져 왔다. 금번「수산업 법」전부개정은 이러한 어업권 문제를 개선할 좋은 기회였으나, 단순한 조문 순서의 정리에 그치고 말았다.
개정「수산업법」이 제1조 목적조항에서 밝히고 있는 “지속가능한 수산업”을 위해서는 도입 115년 이 된 어업권제도에 대한 근본적인 개편이 필요하다. 기존의 어업권어업을 대신할 새로운 어장의 이 용ㆍ관리 방안이 적극 검토되어야 하는 것이다. 또한 TAC와 ITQ(양도성개별할당) 등 어획량 관리와 시장중심적 연근해어업으로의 개편 추진에 따라 어업허가제도에 대한 개편 역시 심도 있게 논의되어 야 한다. 어업권제도에 대한 초기 제정 과정에서의 입법 정신은 충분히 이해 가능하나 오랜 시간이 지난 지금은 제도적 유효성이 낮아진 반면, 불필요한 갈등의 초래와 어업 발전을 가로막는 최대의 장 벽이 아닌지 검토가 필요한 것이다. 이처럼 향후의「수산업법」개정은 우리나라 어업제도가 안고 있 는 해묵은 난제들을 해소하고, 지속가능하고 경쟁력 있는 어업으로 발전하기 위한 제도적 혁신적인 방향을 담고 있어야 한다.
기타 향후의「수산업법」개정시 함께 검토가 필요한 과제로 다음 몇 가지를 추가로 지적할 수 있다. 첫째,「수산업법」의 목적조항에 대한 재검토가 필요하다. 앞서 기본법과의 차별성 부족 해소와 함 께, “국민의 삶의질 향상”이 지나치게 포괄적이고 일반적이란 점에서 “어업인의 삶의 질 향상” 등으로 의 변경을 검토할 필요가 있다.
둘째, 제2조(정의)에서 어업의 개념에 포함되어 있는 천일염생산업을 수산업으로 변경할 필요가 있 다. 천일염을 어업에 포함시킨 정책적 이유가 있겠으나, ‘양식어업’이 어업이 아니란 이유로 ‘양식업’ 으로 개정한 이유가 합리적이라면, 천일염생산업 역시 어업에서 제외하는 게 정의 조항의 통일성과 일관성, 법률의 엄격성 면에서 바람직하다.
셋째, 현재「수산업협동조합법」에서 규정되어 있는 ‘어촌계’에 대한 개념 정의가 필요하다. 어촌계 가 우리나라 수산업 기본제도상 중요한 기능을 차지하고 있고,「수산업법」 내에서도 어촌계에 대한 다양한 규정이 존재하는 만큼, 기본법인「수산업법」에서 이에 대한 개념 정의가 요구된다.
넷째, 향후의「수산업법」 개정 과정에서는 ‘어업’과 ‘어업인’의 정의에 대한 재검토가 필요하다. 이 는 변화, 확대하는 산업의 범위와 산업 간 경계가 급속히 허물어지는 시대적 여건 변화를 반영할 필 요가 있기 때문이다. 이를 통해 정책지원이나 규제대상을 재검토하여야 하며, 위축되어 가는 수산업의 산업적 위상을 제고할 수 있도록 하여야 한다. 향후 이에 대한 논의는「수산업법」의 규율 대상을 재 설정한다는 면에서 매우 중요한 과제라 할 수 있다.
다섯째, 어구 관리에 관한 제6장의 규정 내용을 다른 법률로 이관할 필요가 있다. 어구 관리는 어 구관리법 제정이 지체됨에 따라 금번에「수산업법」에 포함되었으나, 법률의 체계상 바람직하지 않다. 당초 계획처럼 개별 입법을 지속적으로 추진하거나, 여의치 않을 경우「어선법」이나「수산자원관리 법」등 다른 법률로 이관할 필요가 있다. 이는「수산업법」이 농림업과 광업 등 다른 1차 산업 기본 법13) 대비 지나치게 규율 내용이 복잡하고 방대하여 이해관계자 모두에게 어려움을 주고 있다는 점에 서 슬림화를 추진하여야 한다는 점에서도 필요하다.
여섯째,「수산업법」의 제명에 맞게 각 수산업분야별로 기본제도를 정하거나, 그 필요성이 낮을 경우 이를 다른 법률로 위임하는 규정을 둘 필요가 있다. 특히 이번 전부개정으로 수산업에 새롭게 포함된 수산물유통업에 대해서도 수산물가공업처럼 다른 법률에서 정하도록 하는 규정을 마련할 필요가 있다.
일곱째, 수산업의 대상인 어업자원ㆍ해수ㆍ연안역ㆍ해양공간 등에 대한 타 산업이나 비어업인들의 대안적 이용수요가 늘어나고 이에 따른 이해충돌이 잦은 점을 고려하여, 이를 포괄하여 규제, 관리할 수 있는 규정을 마련하여야 한다. 소위 해루질로 대표되는 일반인들의 연안자원 이용이나 해상풍력 등 향후 어업활동과 상충적 이해관계를 가진 산업활동이 크게 증가할 것으로 보이는 만큼, 현재의 「수산업법」제63조(면허ㆍ허가 또는 신고어업 외의 어업의 금지)의 규정을 보다 명확히 개정하는 등 의 조치가 필요하다.
마지막으로,「양식산업발전법」,「수산자원관리법」,「원양산업발전법」,「내수면어업법」,「수산종자산 업육성법」,「소금산업 진흥법」등 수산분야 각 개별법에 대한 포괄적 위임 근거를「수산업법」에 마련 하고, 이들 법률들과의 정합성 제고 및 체계성을 명확히 설정할 필요가 있다. 이를 통해 기본법으로서 의 지위와 기능을 회복하도록 해야 하며, 그렇지 않을 경우「수산업법」이란 제명 변경에 대한 본격적 검토가 뒤따라야 할 것이다.
Ⅳ. 결 론
2023년은 근대적 어업제도가 우리나라에 도입된지 115년이 되는 해이다. 더불어 수산분야 법제의 모법이라 할 수 있는「수산업법」이 제정된지 70년이 되는 뜻깊은 해인 동시에, 역대 네 번째로 전부 개정된「수산업법」이 시행된 해이기도 하다.
이번 제4차「수산업법」전부개정은「양식산업발전법」제정에 따른「수산업법」체계 정비가 목적이 었지만, 일부 의미있는 개정도 이루어졌다. 즉「수산업법」제1조 목적조항에서 “어업의 민주화”가 처 음으로 삭제되었고, 제2조 정의조항에서 수산물유통업이 수산업에 포함되는 등「수산업법」연혁상의 상징적인 변화가 있었다. 특히 어구 관리를 위한 다양한 제도가 새롭게 도입되고, 지자체에 어업관리 의 자율성을 일부 부여하는 등 그동안의 사회경제적 여건 변화와 어업 현장의 요구를 일부 수용한 점 도 의미있는 개정이라 할 수 있다.
한편으로는 그동안 수산업분야별로 개별 입법, 분법이 가속화됨에 따라「수산업법」상의 규율 대상 이 지속적으로 축소되어 수산업 기본제도를 정한다는「수산업법」의 제정 취지가 무색해지고, 기본법으 로서의 지위가 위축되는 등의 문제도 낳게 되었다. 이에 향후 제명 변경에 대한 검토가 필요하게 되었 으며, 입법 목적조항의 차별성 부족, 정의 조항의 추가 개정 필요 등 여러 숙제도 안게 되었다.
이러한 상황에서 최근 정부는 115년만의 수산업 제도 개편 방안을 발표한 바 있다14). 이는 어업제 도의 틀을 전환하여 규제를 간소화하고, 어획량 관리 중심의 어업관리로 국제 수준의 어업관리 시스 템을 도입하여 어업 경쟁력을 강화하겠다는 것이다. 우리나라는 근대적 어업제도가 도입된 이후, 면허 ㆍ허가ㆍ신고어업을 기반으로 한 어업제도는 전혀 변화한 것이 없다. 금번 발표가 과감한 제도적 개 편을 지향하고 있지만, 실상은 기존 어업제도 하에 어획량 규제를 확대하고, 이를 통해 세부적 규제 내용만 축소하려는 것으로 이해된다.
「수산업법」제정 70년이 아닌 ‘어업법’ 제정 이후 115년으로 소급되는 지금의 어업제도는 일본의 어업침탈을 위한 도구로 악용된 태생적 한계가 있다15). 그리고 이후 제도 운영은 자원의 효율적 이용 이 아닌 자원지대의 형평적 배분에 우선해 왔다. 정부가 추진하고 있는 제도 개편이 성공하려면, 어업 에 관한 기본제도를 규정하고 있는 지금의「수산업법」이 지속가능한 수산업을 가능하게 하는 방향으 로 크게 개편되어야 한다.
한 세기가 훌쩍 지날 만큼 시대가 바뀌었고, 대내외적 여건이 크게 달라졌다. 어장은 축소되고 자원 은 고갈되고, 어업인은 고령화되고 어촌은 비어 가고 있다. 반면에 시장은 확대되고 수입수산물은 늘 어가고, 수산물 소비는 증가하고 있다. 단편적이고 단기 대응적 제도 개선만으로는 더 이상 우리 수산 업의 지속성을 유지하기 어렵게 되었다. 이제는 이러한 해묵은 제도의 실패를 인정하고, 근본적 틀을 바꾸는「수산업법」개정 작업에 나서야 할 때이다.
본 연구를 통해 제4차「수산업법」전부개정의 의의를 살펴보고, 향후의 개정 과제를 일부 제시하였 다. 그러나 보다 근본적이고도 힘든 제도적 개혁 과제가 우리 앞에 있음도 인식할 수 있었던 바, 이를 향후의 연구과제로 남기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