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 서 론
북한의 수산업은 식량과 단백질 공급원, 수출을 통한 외화획득의 원천으로 북한 경제에서 적지 않은 역할을 수행하고 있다. 이와 같은 이유로 유엔은 북한의 수산물 수출을 금지하고 있다1). 또한 북한은 중요 경제계획 지표에 수산물 생산량을 포함해 생산을 독려하고2) 있으며, 우리나라의 ‘부’에 해당하는 ‘성’단위 기구인 ‘수산성’에서 수산업을 관리하고 있다. 하지만 위와 같은 노력에도 불구하고 북한의 수산업 생산량은 1980년대에 최고점을 기록한 이후 지속해서 감소하고 있다3). 일시적 등락도 있었지만, 생산량 그래프는 전반적으로 우하향하고 있다.
북한의 수산물 생산량은 경제 상황, 연료 수급, 어자원 상황 등 다양한 현황과 여기에 대응한 북한의 정책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한 결과라 할 수 있다. 따라서 생산량 변화의 요인 분석 및 북한의 정책적 대응 등을 검토한다면 북한 수산업에 대한 이해의 폭을 넓힐 수 있으리라 생각한다. 본 연구는 위와 같은 문제 인식을 바탕으로 북한 수산업의 생산량 변동을 검토하고 생산량 변동과정에서 발생한 북한 수산업의 변화 양상과 북한의 대응을 분석하고자 한다. 또한 이 과정에서 발견한 북한 수산업의 특징도 파악하려 한다.
북한 수산업에 대한 1차 자료가 부족할 뿐만 아니라 수산업 생산량 추정치4) 외 정확한 생산량을 확인할 수 없어 연구에 한계가 존재한다. 선행연구 또한 타 분야 북한 연구에 비해서는 적은 편이라 할 수 있으며, 대다수는 북한의 수산업 현황 및 정책, 남북협력 방안을 다루고 있다. 북한 수산업 정책변화에 관한 연구는 남성욱(2006), Robert Winstanley-Chesters(2020), 진희권(2020) 등이 있으며, 북한 수산업의 최근 현황은 장덕회 외(2018), 황주희ㆍ윤인주(2022) 등의 연구가 있다. 남북한 수산협력을 주제로 한 연구로는 박준모(2014), 박성준(2016), 박성준ㆍ이성우(2016) 등을 들 수 있다.
본 연구는 위와 같은 목적하에 북한의 1차 자료와 FAO, 대한민국 통계청 등에서 발표한 북한 수산업 생산량 자료를 검토했다. 또한 앞서 언급한 선행연구의 성과를 바탕으로 북한 수산업의 변화 양상과 특징을 분석하였다.
Ⅱ. 북한 수산업 생산량 검토
1. 생산량 통계
북한은 2016년 ‘국가경제발전전략(2016~2020년)’에서 수산물 최고 생산량은 196만 7천 톤이었으며, 2014년에는 최고 생산량 대비 35%(688,450t)를 생산했다고 발표했다. 하지만 이외에 북한은 공식적으로 수산업 생산량을 발표한 바가 없다. 다만 여러 북한 자료에서 수집한 정보를 종합해 확인한 북한의 수산업 생산량은 <표 1>5) 과 같다. 결과적으로 북한 수산업이 최고 생산량을 기록한 해는 1981년으로 추정할 수 있다.
우리나라 통계청과 세계식량농업기구(FAO)가 북한 수산업 생산량을 발표하고 있으나 이는 추정치이며, 양 통계 간에도 약간의 차이가 존재한다. 또한 FAO는 전체 생산량뿐만 아니라 주요 품종의 생산량 자료도 제공하고 있다. 세계은행도 북한 수산업 생산량을 발표하고 있으나 수치가 FAO와 같다. 하지만 어선어업과 양식업의 생산량을 구분하고 있다.
위의 북한 자료에서는 최고 생산량이 196만 7천 톤(1981년)이지만 통계청의 통계는 178만 1천 톤(1985년), FAO의 통계는 203만 4천 톤(1987년)이다. 또한 2014년 북한의 자료는 약 68만 8천 톤이지만, 통계청은 84만 2천 톤, FAO는 79만 4천 톤을 추정했다. 우리나라 통계청과 FAO 자료의 정확성을 판단하기는 어렵지만, 북한이 발표한 내용과 다소 차이가 있는 것은 사실이다. 또한 두 자료 간에도 차이가 있어 구체적인 수치를 신뢰하기는 어렵다.
하지만 전반적 추이는 유사하므로 구체적 수치보다는 추세를 중심으로 생산량에 접근하고 활용해야 할 것으로 생각한다.
북한의 수산업 생산량 추정치는 <표 2>, <그림 1>과 같다. 다소 시기적으로 다소 차이가 있는 구간이 존재하지만, 북한의 수산업 생산량은 1980년대 중반 최고점을 기록한 이후 1990년대 중반까지 급락한 후 소폭 회복하였으나, 전체적으로 우하향하고 있다.
2. 생산량 구성
일반적으로 수산업 생산량은 어선어업과 양식업으로 구성되며, 어선어업은 연근해어업과 원양어업, 양식업은 해면 양식과 내수면 양식으로 구분할 수 있다. 북한의 수산업 생산량도 이와 같은 방법으로 구분해 가능한 범위에서 검토해 보려 한다.
우선 북한의 자료를 활용해 생산량 구성을 확인해 보았다. 아래 <표 3>은 1982년 북한의 동서해, 어류와 그 외 수산물 비중과 생산량 추정치이다. 북한 자료의 비중(좌)에 1980년 생산량 추정치인 170만 톤을 대입해 우의 생산량을 계산했다.
이어서 1981년의 주요 어종별 생산량 비중, 어류 외 생산량 비중에 <표 3>의 생산량 추정치를 대입한 결과, <표 4>, <표 5>와 같은 수치가 나왔다. <표 3, 4, 5>의 추정치는 1981년과 1982년의 비중에 1980년 생산량 추정치 170만 톤(통계청의 생산량 추정치)을 대입한 결과로 구체적 수치는 이해를 위한 참고자료일 뿐이다.
<표 3, 4, 5>에서 보는 바와 같이 1980년대 초반 북한의 수산업 생산량은 어류의 비중이 높으며, 특히 명태의 비중이 압도적이었다. <표 3>의 자료를 기준으로 비중을 환산하면 전체 수산물 생산량에서 어류는 약 75.3%, 명태는 69.4%를 차지한다. 또한 동해와 서해의 생산량 격차도 상당한 것으로 나타났다. 전체 생산량에서 명태가 차지하는 비중을 고려하면 동서해 격차의 주요인은 명태 어획량이라 볼 수 있다. 위의 생산량 구성은 1980년대 북한 수산업 생산량이 최고점을 기록한 시기의 자료라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물론, 북한 수산업 생산량이 최고점을 기록한 것은 1981년으로 추정되어 약간의 시차는 있으나 전체 생산량 규모에서 큰 차이가 없는 만큼 위와 같은 구성을 북한 수산업 전성기의 생산량 구성 형태로 이해해도 무리가 없을 것이다. 위 생산량 구성에서 원양어업 생산량은 약 10만 톤 내외로 추정된다6).
<표 6>과 <그림 2>는 북한 어선어업과 양식업의 생산량을 비교한 표와 그래프이다. 1985년을 기점으로 양식업의 생산량이 어선어업의 생산량을 넘어섰으며, 이와 같은 상황은 현재까지 지속되고 있다. 또한 어선어업의 생산량은 1982년을 정점으로 급격하게 하락해 최고 생산량 대비 20% 수준에 머물고 있다.
Ⅲ. 북한 수산업의 변화
1. 어선어업 생산량 대폭 하락
북한 수산업 생산량을 검토한 결과, 가장 눈에 띄는 변화는 어선어업 생산량 급락이다. 앞의 <표 6> 세계은행 통계에 따르면, 최대 100만 톤을 넘어섰던 북한 어선어업 생산량은 1980년대 후반부터 급격하게 하락한 것으로 나타났다. 앞서도 언급했지만, 세계은행의 수치를 전적으로 신뢰할 수는 없으며, 검증할 방법도 없다. 하지만 북한의 어선어업 생산량이 1980년대 중반을 정점으로 급격하게 하락한 것은 사실로 보인다. 구체적 근거는 다음과 같다.
첫째, <표 6>과 같이 1980년대 초반 북한의 수산업 생산량에서 어선어업이 차지하는 비중은 절대적이었다. <표 6>의 추정치에 따르면, 수산업 생산량에서 어류의 비중이 75%를 상회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따라서 북한 수산업 생산량 하락의 주요 원인이 어선어업의 생산량 하락에 있다고 추론하는 것은 당연하다 할 수 있다.
둘째, 당시 북한 어선어업 생산량에서 절대량을 차지했던 명태 등 동해 한류성 어종의 생산량 감소이다. 북한의 기록에 따르면, 해방 이후 명태는 북한의 어류 생산에서 절대적 비중을 차지, 1960년 50%, 1970년에는 70% 이상의 비중을 기록했으며7), 1980년대에는 <표 7>과 같이 90% 내외의 비중을 차지했다. <표 7>과 같이 1980년대 초반 북한의 명태 생산량은 100만 톤을 넘어섰던 것으로 추정되며, 1981년 북한의 명태 생산량 목표는 160만 톤이었다8).
명태와 함께 북한의 어선어업 생산량에서 큰 비중을 차지한 어종은 정어리였다. 북한의 자료에 따르면, 정어리는 1930년대부터 1941년까지 가장 많이 잡힌 어종으로 1937년에는 138만 3천 톤의 어획량을 기록하기도 했으나 1940년대 후반기부터 1970년대 전반기까지 자취를 감추었다가 1980년대에 들어 어획량이 증가했다고 한다9). 이와 같은 현상을 반영해 북한은 1986년 정어리 어획량 목표를 110만 톤으로 정하기도 했다10).
1980년대 남한의 명태와 정어리 생산량은 아래 <표 8>과 같다. 1980년대 초반부터 명태 어획량은 감소하고 정어리 어획량은 증가하며 생산량이 역전되었으며, 1980년대 중반을 넘어서며 정어리 어획량도 급감하는 모습을 보여 주고 있다. 북한도 이와 유사했을 것으로 추정된다.
세 번째는 북한의 정책변화와 문헌 기록 등이다. 북한은 1980년 조선로동당 제6차 대회에서 ‘사회주의 경제건설 10대 전망목표’를 제시하며, 수산물 생산목표를 연간 500만 톤으로 결정했다. 그중 양식생산 목표는 150만 톤이었으며11), 나머지 350만 톤은 어선어업의 몫이었다. 김일성 주석은 1981년 다시마와 미역 양식장을 1만 정보(약 9,917m2) 조성하고 100만 톤 생산을 지시했다12). 하지만 1987년에는 천해양식 면적을 10만 정보까지 확대하라고 지시한다13). 6년 사이 목표가 10배로 상승했다. 또한 해당 연설에서는 최근 어획량이 감소하고 있다며, 그 원인으로 해양조건 변동, 다른 국가의 남획 등의 요인을 들기도 했으나14), 주요한 요인으로 명태와 정어리 생산량 감소를 지목했다15). 또한 명태 어획량 감소에 대응한 대책을 주문하기도 했다16).
2. 해조류 양식 생산량 증대
북한 수산업 생산량과 연관된 또 다른 변화는 해조류 양식 생산량이 증가했다는 점이다. 앞서 북한 수산업 생산량 비중에서 어선어업은 줄어들고 양식업이 증가했다는 점은 설명한 바 있다. 여러 자료를 검토한 결과, 북한 양식업 생산량 증가의 주요인은 해조류, 그중에서도 다시마 생산량의 증가인 것으로 확인된다. FAO는 북한의 다시마 생산량을 아래 <표 9>와 같이 추정했다. 다시마 양식 생산량은 1970년대부터 급속하게 증가해 1980년대에는 전체 생산량 대비 50%를 넘어섰다. 2000년 이후에는 줄곧 60% 이상의 비중을 차지해 오고 있으며, 시간이 지날수록 비중이 높아지는 추세다. 또한 <그림 3>에서 보는 바와 같이 북한의 전체 수산물 생산량과 다시마 생산량 그래프의 모양은 거의 일치하는 모습을 보여 주고 있다.
북한의 다시마 양식은 1958년 황해도의 ‘부포바다가양식사업소’에 중국에서 들여온 종자로 처음 시작되었다17). <표 9>와 같이 1970년대에 들어 증가하기 시작한 다시마 생산량은 1980년대에 급격하게 확대되어 1989년에는 100만 톤을 넘어섰다. 북한의 문헌에 따르면, 1970년대 초반까지는 북한 바다 양식 생산량에서 미역과 김이 선두를 다투었으나 1970년대 중반부터는 다시마가 부동의 1위를 차지하고 있다18). 북한의 자료에서도 1980년대에는 2010년대에 비해 몇 배의 바다 양식장이 조성되어 다시마, 미역, 김, 섭조개 등을 대량생산했다고 기록하고 있다19). 앞서 언급했던 김일성 주석의 지시와 일치하는 내용이다.
결론적으로 1980년 중반 동해 한류성 어종의 어획량 급감에 따른 대응으로 해조류 양식면적이 급격하게 확대되었으나 1990년대 중반부터 본격화된 경제난으로 해조류 생산량도 감소했다. 하지만 2000년대 이후 점차 생산량을 회복하고 있으며, 북한 수산업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더욱 확대되고 있다.
3. 생산수단 다변화 노력
북한 수산업 생산량은 1980년대 중반 최고점을 기록한 이후 급격하게 하락하였고, 이와 같은 상황에 북한도 나름의 대안을 찾아 대응에 나섰다.
북한의 첫 번째 대응은 천해양식, 특히 해조류 양식을 확대하는 것이었다. 북한은 현재까지도 바다 양식에서 극소수 품종의 소량생산 외 성어를 생산하지 못하고 있다. 따라서 바다 양식에서 북한이 생산할 수 있는 품종은 해조류, 조개류 등이다. 위에서 언급한 여러 연설에서 김일성 주석은 다시마, 미역, 섭조개(홍합)를 수차례 언급하며 생산면적 확대를 독려했다. 또한 앞의 천해양식 면적 10만 정보 확대를 지시했던 1987년 연설에서는 이 사업에 수산부문뿐 아니라 각 도와 인민군, 사회안전부도 나설 것을 주문했다20). 위의 <표 9>를 통해 1980년대 후반부터 1990년대 초반까지 다시마 생산량이 급격하게 증가한 사실을 확인할 수 있는 바, 생산량 측면에서는 김일성 주석의 지시가 실효성이 있었던 것으로 평가할 수 있다.
북한의 두 번째 대응은 내수면 양식 확대였다. 내수면 양식 확대의 시발점은 김정일 위원장이 황해남도 룡정군의 양어장을 방문한 1997년이라 할 수 있다. 해당 방문에서 김정일 위원장은 전국의 양어장 개보수는 물론, 새로운 양어장 건설과 함께 조선인민군이 양어에 나설 것을 지시했다21). 이후 조선인민군에서 전국의 여러 곳에 양어장을 새롭게 건설했고 김정일 위원장은 수차례 방문해 내수면 양어 생산 확대를 독려했다22). 또한 1997년에는 화력발전소의 폐열과 온천수 등을 활용한 메기 양어에 성공했으며23), 이후 평양 등에 새로운 메기 양어장도 건설되었다.
북한의 세 번째 대응은 어선어업 생산량 회복이었으며, 2013년 김정은 위원장의 ‘조선인민군 8월25일수산사업소’ 방문을 계기로 본격화되었다. 조선인민군 수산사업소가 새롭게 조직되었고, ‘단풍’호 ‘황금해’호와 같은 표준어선이 보급되었다. 또한 어선과 어구 현대화 등도 추진되었다24). 이와 같은 변화의 결과, 2016년 북한 수산업 생산량은 100만 톤을 회복하기도 하였으나(통계청 자료 기준) 이는 도루묵 어자원이 증가하며 생산량이 증대된 결과로 추정된다25).
네 번째 대응은 내수면 가두리 양식의 확대였다. 내수면 가두리 양어는 2015년 김정은 위원장의 ‘대동강그물우리양어장’방문을 계기로 본격화되었다. 당시 김정은 위원장은 이동식 그물우리양어(가두리)가 물고기 문제를 푸는 방도가 될 수 있다며, 각 도, 시, 군에 가두리양어장을 설치할 것을 지시했다26). 아울러 당의 의도는 “우리나라를 하루빨리 세계적인 양어의 나라”로 만드는 것이라고 밝혔다. 이후 북한 전역에 가두리양식장이 대대적으로 설치되었다. 로동신문 보도에 따르면 2017년 한 해에만 약 270개의 가두리양식장이 설치되었고 전년 대비 생산량이 2배 늘었다고 한다 27).
위와 같이 북한은 수산업 생산량이 지속해서 하락하는 상황을 극복하기 위해 나름의 대책을 수립해 대응해 오고 있다. 하지만 드러나는 수치로만 보아서는 해조류 양식 외 다른 분야의 구체적 성과는 미미한 것으로 보인다.
Ⅲ. 북한 수산업의 특징
1. 생산량에서 해조류 비중 과다
북한 수산업 생산량에서 가장 눈에 띄는 특징은 해조류 양식의 비중이 높다는 점이다. FAO의 통계에 따르면 북한은 한 해 60만 톤 수준의 다시마를 생산하고 있다. 북한은 FAO의 통계를 인용 2008년 44만 톤의 양식 해조류를 생산해 세계 6위를 차지했다고 보도한 바 있다28). 북한도 FAO의 발표를 인정한다는 의미로 해석해도 무리가 없다. FAO는 코로나 이전인 2019년 북한의 수산업 생산량을 88만5천 톤, 양식어업 생산량을 연간 68만 톤, 이 중 다시마는 60만 톤으로 추정했다. 북한의 현재 바다 양식 현황을 고려하면, 다시마 외 양식업 생산량은 미역, 김, 바지락, 굴, 내수면 양식 어종 등이 차지했을 것으로 추정된다. FAO의 발표대로라면 북한의 한 해 해조류 양식 생산량은 최소 60만 톤을 넘어서며, 수산업 생산량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70% 이상으로 추정된다. 그에 비해 어류 생산량은 23% 수준에 불과하다.
우리나라의 경우, 2022년 전체 수산업 생산량 3,603,580톤 중 해조류 생산량은 1,729,871톤을 기록해 약 48%의 비중을 차지했다29). 품종별로는 미역류 585,955톤, 다시마류 560,848톤, 김류 550,221톤 기록했다. 하지만 생산금액 면에서는 김류(약 7,260억 원)가 미역류(약 1,177억 원), 다시마류(약 1,109억 원)를 압도했다. 국내 다시마 생산은 2004년 약 2만 2천 톤(약 87억 원)까지 감소했으나 전복양식이 증가하며 전복 먹이용 다시마가 폭발적으로 증가하며 생산량도 증가했다30). 우리나라의 해조류 양식은 수출 및 전후방 산업 연관성 속에서 생산이 이루어지고 있으나 북한의 경우 대다수가 내수용일 가능성이 크다. 북한도 다시마를 이용해 다용한 건강식품은 물론 튀김, 나물, 자반 등 40여 종의 부식물을 생산할 뿐만 아니라 공업제품의 원료, 가축 먹이 첨가제 등으로 활용하고 있다31).
북한의 해조류 양식 생산량 비중은 1970년대부터 꾸준하게 증가하다 1980년대 급격하게 증가해 1990년대부터는 전체 수산물 생산량에서 줄곧 60% 내외의 비중을 차지해 오고 있다. 앞서 설명했던 것처럼 북한은 1980년대, 어선어업 생산량 하락국면에 대응하기 위해 정책적으로 해조류, 특히 다시마 양식을 강조하고 생산면적을 확대했다. 결과적으로 북한 수산업 생산량에서 해조류는 70%의 비중을 차지하게 되었다. 양적으로 어선어업 생산량 하락을 어느 정도 상쇄했다고 평가할 수 있다. 하지만 생산의 질이 하락했다는 평가를 면하기는 어렵다. 또한 한 해 60만 톤이나 생산한 다시마를 어떻게 소비하는지도 의문이다. 이와 같은 상황은 북한적 특성이라 평가할 수 있다. 생산과 공급, 기업 수준에서 이윤과 인력투입의 균형을 무시하고 오로지 생산량에 집중한 결과라고 볼 수 있다.
2. 생산시설의 동해 집중
북한 수산업의 또 다른 특징은 수산업 생산시설이 동해에 집중되어 있다는 점이다. 앞의 <표 3>의 추정치에 따르면, 1980년대 초반 북한 수산업 생산량에서 동해가 차지하는 비중은 약 83.2%에 달했으며, 이와 같은 상황은 그 이전부터 지속되었다. 해방 이후 1980년대까지 북한 동서해의 수산업 생산량 비율은 <표 10>과 같다.
북한의 문헌에서는 1960년에 동해의 생산량 비율이 떨어진 것은 고등어가 자취를 감추었기 때문이라고 설명하고 있다32). 이후 동해에서는 1980년대 초반까지는 명태, 80년대 중반까지는 정어리 어획량이 증가했으며, 서해는 다시마 양식이 본격화되면서 황해도 지역의 다시마 양식 생산량이 급증하였다. 1980년대 중반 이후 명태, 정어리 어획량의 급감과 다시마 생산량의 증가 양상을 고려하면 최근 서해의 생산량 비중은 다소 상승했을 것으로 추정된다. 앞의 <표 3>과 <표 5>의 해조류 생산량 통계에서는 서해보다 동해의 비중이 더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서해의 해조류 양식은 황해남도에 집중되어 있는데 반해 동해 지역은 서해보다 해안선도 더 길뿐만 아니라 전역에서 해조류 양식이 이루어지고 있다. 하지만 해조류 양식이 본격화된 1970년대 이전에 서해의 생산량 비중이 워낙 낮았으며, 전체 생산량에서 해조류가 차지하는 비중을 고려하면 서해의 생산량 비중은 30%대로 상승했을 것으로 추정된다.
위와 같이 생산량이 동해에 집중되어 있는 상황을 반영해 북한의 수산업 생산시설도 동해에 집중되어 있다. 북한 수산업 중 어선어업과 양식업의 생산구조 및 시설은 <표 11>과 같이 구분할 수 있다. 현재 확인 가능한 수준에서 북한의 어선어업과 양식업 생산시설의 구성은 <표 11>에서 보는 바와 같다. 각 생산시설의 규모와 활동, 성격이 상이해 단순히 숫자로 비교하기에 한계가 있으나 절대 숫자 면에서 208개(동해)와 148개(서해)로 58.3% : 41.5%의 비중이다. 상대적으로 규모가 큰 국영 수산사업소, 바다가양식사업소 등의 생산시설은 동해 쏠림 현상이 더 크게 나타나고 있어 실제 생산력의 비중 차이는 더 클 것으로 추정된다.
3. 생산구조의 제한성
북한의 수산업 생산량은 해면양식, 그중에서도 해조류 양식이 절대적 비중을 차지하고 있으며, 연근해어업과 내수면 양식 순으로 나머지를 채우고 있다. 일반적으로 수산업 생산, 그중 어류 생산에서 많은 비중을 차지하는 원양어업과 해면 양식 중 어류 생산이 거의 이루어지지 않고 있다. 북한은 1960년대부터 원양어업에 진출해 1970년대에는 최대 266,500t의 생산량을 기록34) 하기도 했으나 이후 경제 사정이 악화되며 1980년 초반 원양어업 생산량은 10만 톤 내외로 줄어들었다. 이후 원양어업 생산량은 지속해서 하락해 최근에는 아주 미미한 생산량을 기록하고 있는 것으로 추정된다. 해면양식은 해조류 양식이 주를 이루고 조개류 등을 생산하고 있으나 어류는 일부 어종의 치어를 생산하고 있을 뿐 성어를 생산하지 못하고 있다. 다만 대서양연어 등 일부 어종을 극소량 생산하고 있다.
우리나라의 경우, 2022년 전체 수산업 생산량 3,603,580톤 중 해면양식 62.9%(2,267,830톤), 연근해어업 24.6%(887,239톤), 원양어업 11.1%(399,759톤), 내수면어업 1.4%(48,753톤)의 비중을 차지했다35). 이 중 어류 생산량은 총 1,103,601톤이었으며, 연근해어업 59.6%(657,693톤), 원양어업 28.8%(317,382톤), 해면양식업 8.3%(91,368톤), 내수면어업 3.4%(37,158톤)의 비중을 차지했다36). 어류 생산량을 금액 기준으로 환산할 경우, 연근해어업 45.7%, 해면양식업 25.7%, 원양어업 15.7%, 내수면어업 12.9%의 비중을 차지하게 된다.
북한의 경우, 원양어업과 해면양식에서 어류 생산이 이루어지지 않고 있는데 반해 우리나라 어류 생산량에서 원양어업과 해면양식 비중은 약 37%였다. 물론, 북한과 우리나라의 생산량 수치를 단순비교하기는 어렵다. 특히 북한의 수산업은 경제성보다 생산량에 집중하고 있어 생산의 질적 측면에서 비교가 되지 않는다. 북한이 생산하지 못하고 있는 수산업 분야의 생산량과 경제적 가치를 가늠해 볼 뿐이다.
어떤 의미에서 원양어업과 해면양식의 어류 생산이 북한 수산업의 장기적 생산량 하락을 극복하는 방법이 될 것이다. 물론, 북한도 이를 알고 있으나 경제적, 기술적 사정 등으로 나서지 못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2023년 연말 북한의 노동당 중앙위원회 제8기 제9차 전원회의에서는 2024년 수산부문 과제로 원양어업을 적극적으로 전개할 것, 양어양식의 품종 수, 어종 수를 늘릴 것, 바다양어를 대대적으로 진행할 것을 제시했다37). 여기서 논의한 원양어업과 바다양어를 강조했다는 점에서 눈길이 갈 수밖에 없다. 또한 이는 과거와 다른 대응일 뿐만 아니라 최근 급격하게 가까워지고 있는 북한과 러시아 관계를 고려하면 실현 가능성이 크다고 평가할 수 있다. 향후 북러 관계가 북한 수산업에 미치는 영향을 주시할 필요가 있다.
4. 생산량의 장기지속적 하락
북한의 수산업 생산량은 1980년대 최고점을 기록한 후 지속해서 우하향하고 있다. 앞의 논의를 종합하면 북한 수산업 생산량은 1980년대 중반 전성기를 구가했으며, 그 요인은 명태, 정어리 등 동해 한류성 어종의 어획량 증가, 다시마 등 해조류 양식생산 확대로 지목할 수 있다. 1980년대 중반부터 2000년대 후반까지 이어지는 하락국면은 두 단계로 나누어 설명할 수 있다. 앞의 <표 2>, <그림 1>과 <표 6>을 참조하면 쉽게 이해할 수 있다. 첫 번째 단계는 1980년대 중반부터 1993년까지이다. 이 국면에 하락을 주도한 것은 동해 한류성 어종의 생산량 하락이다. 이 기간 최대 100만 톤을 넘어섰던 북한의 어선어업 생산량은 30만 톤 선으로 하락했으나 양식업 생산량이 이를 어느 정도 상쇄했다. 하지만 1994년부터는 어선어업과 양식업 생산량이 동반 하락했다. 이른바 고난의 행군이라 불리는 북한 경제난의 영향으로 이해할 수 있다. 2000년까지 북한의 어선어업 생산량은 물론 양식업 생산량도 절반 이하로 감소했다. <표 6>에서 보는 바와 같이 2000년 이후 양식업 생산량은 소폭 반등했으나 어선어업 생산량은 줄곧 20만 톤 선에 머무르고 있다. 물론 우리나라 통계청의 자료에서는 2004년과 2016년에 상승국면이 나타나지만, 전체적 흐름에서는 차이가 크지 않다. 다만, 2016년의 상승국면은 앞서 언급했던 것처럼 도루묵 어획량의 일시적 증가로 추정할 수 있지만 2004년의 상승국면은 그 이유를 설명하기가 어렵다.
결론적으로 북한 수산업 생산량의 장기 우하향에 영향을 미치는 구조적 요인을 다음과 같이 추정해 볼 수 있다. 첫째, 동해 한류성 어종의 생산량 감소이다. 북한 수산업 생산량에서 절대량을 차지했던 명태, 정어리 등 주요 어종이 사라지며 생산량도 급감했다. 단순한 기술적, 경제적 문제가 아니라 어자원 문제라 인위적 노력으로 문제를 극복하기는 어려워 보인다. 두 번째 원인은 수산업 생산구조에 있다. 북한의 수산업 생산량은 전통적으로 동해에 집중되어 있어 생산수단도 동해에 쏠려 있다. 하지만 동해의 어획량이 과거와 비교하면 20% 수준으로 급락한 현재에도 동해의 수산사업소 비중은 줄어들지 않고 있다38). 물론 북한의 수산사업소도 바다 양식 등을 통해 생산수단 다변화를 위해 노력하고 있으나 생산량과 비교하면 그 규모가 과하다는 평가를 피하기는 어렵다. 끝으로 생산수단 다변화 노력의 실패다. 물론 북한은 지금도 수산업 생산수단을 다변화하기 위해 다양한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따라서 현시점에서 실패라는 것이지, 미래에도 실패할 수밖에 없을 것이라 예단하는 것은 아니다. 북한은 동해 어자원 고갈에 따른 수산업 생산량 감소 상황에 대응하기 위해 해조류 양식, 내수면 양식을 중심으로 생산수단 다변화를 위해 노력해 왔으며, 어느 정도 성과를 보였다고 평가할 수 있다. 하지만 해조류 양식은 다시마에 집중되어 있어 생산량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높으나 경제성, 실효성이 떨어진다. 내수면 양식은 지금도 지속해서 강조하고 있으며, 최근 공세적으로 가두리 양식장 확대를 추진하고 있는 만큼 그 결과를 지켜볼 필요가 있다.
Ⅴ. 결 론
북한의 수산업 생산량은 북한 수산업의 내외적 현황과 이에 대한 북한의 대응 등이 총체적으로 반영된 결과이다. 따라서 생산량에 관한 연구는 북한 수산업에 대한 입체적 이해와 평가 및 전망을 위해 필요한 연구라 생각한다. 이와 같은 문제의식을 바탕으로 본 연구는 현재 활용 가능한 자료의 범위에서 북한 수산업 생산량에 접근해 생산량 변동의 관점에서 북한 수산업의 변화와 특징을 도출했다.
우선 북한의 수산업 생산량을 검토해 보았다. 현재 우리나라의 통계청과 FAO가 북한의 수산업 생산량 추정치를 발표하고 있으며, 북한은 공식적으로 생산량을 발표하고 있지 않다. 하지만 북한의 자료를 활용해 가능한 만큼 수산업 생산량을 유추해 보았다. 북한의 자료를 통해 유추한 수산업 생산량과 통계청, FAO의 자료 간에는 다소 차이가 존재했으나 전반적 추이는 유사한 것을 확인할 수 있었다. 북한의 수산업 생산량은 1980년대 최고점을 기록한 이후 1990년대 후반까지 급격하게 하락했다. 이후 소폭 반등 후 현재까지 소폭 하락하고 있다. 또한 1980년대 수산업 생산량이 정점을 기록한 시기에는 어선어업 생산량이 75% 이상의 비중을 차지했으며, 특히 명태는 생산량 대비 70%에 육박하는 비중을 차지했다. 어류 외에는 해조류가 약 80%, 조개류가 약 20%의 비중을 차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북한의 수산업 생산량 하락국면에서 세 가지 변화를 확인할 수 있었다. 첫 번째 변화는 어선어업 생산량이 대폭 하락했다는 점이다. 특히 명태와 정어리 등 동해 한류성 어종의 어획량 감소가 북한 수산업 생산량 감소를 주도했다. 두 번째 변화는 해조류 양식 생산량이 증가했다는 점이다. 북한의 해조류 양식, 특히 다시마 양식 생산량은 1970년대부터 빠르게 증가하며, 북한 수산업 생산량 증가에 한 축을 담당했다. 여기에 더해 1980년대 어선어업 생산량이 급격하게 하락하자 북한은 해조류 양식면적 확대와 생산량 증대를 정책적으로 강조했다. 그 결과, 북한 수산업 생산량에서 해조류 양식의 비중은 1980년대 50%, 1990년대 60% 선까지 확대되었다. 세 번째 변화는 생산량 하락에 대한 대응으로 생산수단을 다변화하기 위한 노력을 진행하고 있다는 점이다. 앞서 언급한 해조류 양식이 첫 번째 대응이었다면, 두 번째 대응은 김정일 시대 내수면 양식 확대이고 세 번째는 김정은 시대에 어선어업 생산량을 회복하기 위한 노력이었다. 마지막은 2015년부터 본격적으로 진행되고 있는 내수면 가두리 양식장 확대 정책이다.
또한 생산량 변화를 통해 북한 수산업의 네 가지 특징을 확인할 수 있었다. 첫 번째 특징은 전체 수산업 생산량에서 해조류 특히, 다시마 생산량의 비중이 과도하게 높다는 점이다. 두 번째 특징은 생산시설이 동해에 집중되어 있다는 사실을 들 수 있다. 세 번째 특징은 수산업 생산량이 연근해어업과 해면양식 중 해조류 양식에 집중되어 있으며, 원양어업과 해면에서 어류양식이 이루어지지 않고 있다는 점이다. 네 번째 특징은 수산업 생산량이 장기지속적으로 하락하고 있다는 점이다.
결론적으로 과거 북한 수산업은 명태, 정어리 등 동해 한류성 어종에 절대적으로 의존하였으나 그 어획량이 급감한 현실에 제대로 대응을 하지 못하는 상황이라고 평가할 수 있다. 북한도 이와 같은 상황을 인식하고 나름의 대응책을 마련했으나 그다지 실효성은 없었던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최근 러시아와의 관계가 개선된 데 따라 원양어업 생산량이 증가할 가능성도 커 향후 변화를 주시할 필요가 있다.
이상과 같이 큰 틀에서 수산업 생산량 분석을 중심으로 북한 수산업의 변화와 특징을 검토해 보았다. 여기에서 논의한 내용만으로 북한 수산업 생산량 변화를 완전히 설명하기는 어렵다. 구조적인 측면에서 큰 방향의 변화와 특징을 도출한 데 불과하다. 하지만 북한 수산업의 현황이 눈에 드러나는 생산량보다 더 나쁜 상황이라는 점은 분명해 보인다. 생산량 하락도 중요한 문제이지만 현재 생산량 중 다시마 등 해조류의 비중이 높아 생산의 질도 과거와 비교하면 현저하게 떨어졌다고 평가할 수 있다. 또한 명태, 정어리 등 동해 한류성 어종의 생산량 감소는 어족자원 고갈 등이 원인이라 북한 당국의 독자적인 노력만으로는 단기간에 극복이 어렵다. 장기적으로는 어족자원 회복을 위해 노력해야 하겠지만 단기적으로는 원양어업, 해면양식 등을 통해 부족한 어획량을 채우기 위한 대책이 필요하다.
위와 같은 북한 수산업에 대한 진단에 따라 향후 남북한 수산협력 등의 과정에서 접근 방법이 달라질 수도 있다. 따라서 북한 수산업 생산량 변화에 영향을 미치는 다양한 요인에 대한 검토와 실증이 필요하다. 하지만 본 논문은 북한의 수산업 생산량 추정치를 바탕으로 제한된 자료를 활용한 연구의 결과로 필자의 분석과 판단에 의존하고 있다. 이는 본 연구의 근본적 한계라고 생각한다. 본 연구의 최초 목표는 북한 수산업 생산량에 영향을 미치는 여러 요인을 분석해 생산량 장기 우하향의 원인을 찾는 것이었다. 하지만 자료의 부족 등으로 인해 당장 최초의 목적을 달성하기 어렵다고 판단, 지속적 연구를 진행하는 과정에서 현재까지 얻은 성과를 정리하고 다음 단계의 구체적 연구과제를 도출하고자 하였다. 향후 지속적인 추적과 자료수집 및 분석 등 후속 연구를 지속할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