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 서 론
세계적으로 어류양식은 중요한 식량 공급원으로 자리 잡았으며, 국내에서는 수산업의 핵심 축으로 성장해 왔다. 우리나라에는 현재 넙치, 조피볼락, 숭어 등 다양한 어종이 양식되고 있으며, 국내외 시장 수요 증가에 따라 생산성 또한 꾸준히 향상되고 있다. 그러나 최근 과학적 연구에 따르면, 어류도 고통과 스트레스를 느낄 수 있는 지각(Sentience) 능력이 있음이 입증되고 있으며1), 이에 따라 어류 복지에 대한 논의가 활발해지고 있다.
어류 복지에 대한 사회적 요구는 더 이상 윤리적 문제에 국한되지 않고, 어류의 건강, 생산성, 나아가 수산물의 안전성에까지 영향을 미치는 중요한 요소로 인식되고 있다2). 이러한 중요성을 인식한 세계동물기구(World Organisation for Animal Health, 이하 WOAH)와 유럽연합(European Union, 이하 EU)은 양식 어류의 복지를 보장하기 위한 구체적인 기준과 지침을 마련했다. WOAH는 수생동물 위생규약(Aquatic Animal Health Code)을 통해 복지 기준을 명확히 설정하고 있으며, EU는 어류의 사육, 운송, 도살 과정에서 복지 보장을 위한 정책을 수립하여 시행 중에 있다.
어류 복지에 대한 논의가 활발한 국제적인 흐름과 달리, 우리나라에서는 어류 복지에 대한 논의가 아직 초기 단계에 머물러 있다. 양식업계는 어류의 복지보다는 양적 생산에 중점을 두고 있으며, 주로 생산성 향상과 관련된 연구3)가 주로 이루어지고 있다. 이에 따라 어류 복지와 관련된 국내 연구는 아직 부족한 상황이며, 양식 현장에서도 어류 복지의 중요성이 충분히 반영되지 않고 있다. 한편, 어류 복지에 대한 소비자의 인식도 변화하고 있다. 윤리적 소비에 관한 관심이 증가함에 따라, 소비자는 수산물의 품질과 안전성뿐만 아니라 어류가 복지적 관점에서 양식되고 있는지를 중요하게 고려하고 있다4). 이러한 변화는 국내 양식업계에 어류 복지 도입을 요구하는 강력한 동기가 되고 있다. 이러한 상황에서, 어류 복지의 개념을 명확히 정립하고, 이를 바탕으로 국내 양식장에 적합한 어류 복지 평가 기준과 가이드라인을 마련하는 것은 매우 시급한 과제이다.
따라서 본 논문은 어류 복지의 개념과 평가 기준을 체계적으로 정립하고, 국내 양식장에 어류 복지를 도입할 가능성을 검토함으로써 향후 어류 복지 가이드라인 개발을 위한 기본 방향을 제시하고자 한다. 그러나 본 연구에서는 어종별 및 양식 방법별 특성을 충분히 반영하지 못했으며, 주로 제주와 전남 지역의 육상양식장에서 넙치를 생산하는 생산자를 대상으로 어류 복지에 대한 인식을 조사한 것에 한정된 한계가 있다. 이러한 이유로, 본 연구에서는 양식 어종 중 넙치와 육상수조식 방식에 좀 더 초점을 맞추어 가이드라인을 수립할 수밖에 없었다. 이러한 한계에도 불구하고, 본 연구는 국내에서 수행된 최초의 양식 어류 복지 연구로서 중요한 의미를 가지며, 향후 어종별 어류 복지 기준을 마련하는 데 기초 자료로 활용될 수 있을 것이다. 이를 통해 향후 연구와 실무에서 어류 복지에 대한 체계적인 접근과 적용을 위한 기반을 제공하고자 한다.
본 연구의 구성은 다음과 같다. 먼저, 어류 복지의 개념 및 평가 기준을 검토하기 위해 국내외 선행연구를 고찰하고 이론적 분석을 진행한다. 이어서, 국내 양식장 내 어류 복지 도입 가능성을 검토하기 위해 양식장 내 어류 복지의 필요성, 양식장의 어류 복지 실태, 생산자의 인식을 분석하였다. 다음으로, 앞선 분석 결과를 토대로 국내 여건에 적합한 양식장 내 어류 복지 도입 기본 방향, 어류 복지 고려 요인, 가이드라인을 제시하였다. 마지막으로, 결론에서는 연구 결과를 토대로 정책적 시사점을 도출하고 연구의 한계점을 제시한다.
Ⅱ. 어류 복지의 개념 및 평가 기준
1. 선행연구
어류 복지에 대한 선행연구는 주로 어류의 지각 능력과 행동적 반응을 지니고 있음을 다양한 실험을 통해 규명하고, 이를 토대로 어류 복지의 중요성을 설명하고 있다. Kristianse 외(2020)는 어류의 두뇌, 지각, 행동, 고통, 스트레스 등을 실험적으로 분석하여 어류 복지의 중요성을 강조하였다. 이들은 양식 어류뿐만 아니라 어업, 관상어, 실험실에서 사용하는 어류의 복지 고려사항을 제시하였으며, 어류의 생리적, 인지적 특성을 바탕으로 복지 평가 방식을 제안함으로써 어류 복지가 다양한 상황에서 어떻게 적용될 수 있는지를 논의하였다.
한편, 어류를 포함한 동물 복지 개념의 선구자로 평가받는 연구는 Harrison(1964)에 의해 이루어졌다. 그는 영국의 공장식 축산시스템의 실태를 분석하여 동물복지 개념을 최초로 정립하였다. 특히 닭, 돼지, 송아지 등 밀집식 사육시설을 조사하여 공장식 축산시스템의 문제점을 밝히고, 이를 개선할 법률의 필요성과 소비자의 인식 전환의 중요성을 강조하였다. 이러한 연구는 동물복지에 대한 사회적 관심을 촉발시켰으며, 이후 어류를 포함한 다양한 동물 복지 연구의 기초가 되었다.
또한 Chandroo et al.(2004)은 어류가 고통, 두려움, 스트레스 등 복잡한 정서적 경험을 할 수 있는 존재임을 지지하는 연구를 수행하였다. 해당 연구는 어류가 지각을 지닌 생명체로서 고통과 스트레스를 느낄 수 있는 능력을 지니고 있음을 강조하였으며, 어류 복지의 필요성을 과학적으로 뒷받침하였다. 연구자들은 어류가 스트레스를 피하려는 행동을 보이며, 고통을 겪을 수 있다는 점에서 어류도 복지적 고려가 필요하다고 주장하였다.
Sneddon(2003)은 어류가 통증을 느낄 수 있다는 생리적 근거를 제시한 연구로, 어류에게 진통제로 사용되는 모르핀의 효과를 분석하였다. 어류가 통증에 반응하는 신경학적 구조를 지니고 있으며, 진통 제에 긍정적으로 반응한다는 사실을 밝혀냈다. 이러한 연구 결과는 어류가 고통을 경험할 수 있음을 증명함으로써, 어류 복지에 대한 과학적 증거를 제공하였다. Conte(2004)는 양식 어류의 복지에 미치는 스트레스 요인을 분석한 연구로, 양식 방법별로 질병, 밀도, 취급, 양식 기자재, 선별 및 육종, 도살 등 다양한 요인이 어류의 스트레스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를 탐구하였다. 이 연구는 양식업에서 어류의 복지를 개선하기 위해 고려해야 할 주요 요소들을 제시하며, 특히 스트레스 관리의 중요성을 강조하였다. 이와 더불어, Eurogroup for Animals(2018)는 EU의 양식 어류에 대한 복지 실태를 조사하고, 이를 EU의 어류 복지 규정과 비교하였다. 이 연구는 사육, 운송, 도살, 데이터 투명성, 교역과 관련된 어류 복지 개선 사항을 도출하여 EU의 양식 어류 복지를 향상시키는 방안을 제안하였다. 이러한 연구는 국제적 수준에서 어류 복지를 개선하기 위한 정책적 기초를 제공하였다.
또한 Segner 외(2019)는 양식 어류의 복지에 관한 주요 고려사항과 어류 복지 평가 및 모니터링 방법을 연구하였다. 이 연구는 인력, 어종별 특성, 사육 기술(수질, 사육 밀도, 사육 환경), 취급 및 운송, 도살, 질병 관리 등 양식장 내 어류 복지에 영향을 미치는 다양한 요인들을 분석하였다. 이를 통해 양식장에서 어류 복지를 체계적으로 관리하고 개선할 수 있는 실질적인 방안을 제시하고 있다. McInerney(2004)는 동물복지 도입의 경제적 효과를 분석하여 동물복지 개선을 위한 정책 방안을 도출 하였다. 이 연구는 동물복지 수준과 생산성 간의 상관관계를 분석하고, 동물복지 수준을 높이면서도 생산성이 유지될 수 있는 방법을 모색하였다. 이를 통해 동물복지와 경제성 간의 균형을 맞추기 위한 정책적 접근이 필요함을 강조하였다.
반면, 국내에서는 어류 복지에 관한 연구가 매우 제한적이며, 양식 어류 복지와 관련된 연구는 거의 이루어지지 않았다. 다만, (사)동물복지문제연구소 어웨어(2021)는 어류 복지에 대한 국민 인식조사를 실시하여 어류 복지에 대한 사회적 인식을 파악하고, 이를 바탕으로 식용 어류 복지 개선을 위한 정책 방향을 제안하였다. 이는 어류 복지에 대한 국내 연구의 초석을 다지는 중요한 자료로 평가된다. 마지막으로, 김은도(2016)는 어류의 신경 내분비적 면역 시스템 조절기작에 대한 분석을 통해 스트레스 유발성 질병 치료 및 예방을 위한 방안을 제시하였다. 이처럼, 어류 복지에 관한 선행연구는 어류의 생리적, 인지적 특성 분석과 복지 평가 방법론을 바탕으로 어류 복지의 중요성을 강조하고, 양식업에서의 실질적인 적용 방안을 제시하는 데 초점을 맞추고 있다. 특히 국제적 연구들은 어류 복지의 다양한 측면을 포괄적으로 다루며, 정책적, 실무적 개선을 위한 기초자료를 제공하고 있다.
2. 어류 복지의 개념
어류 복지의 개념은 최근 수십 년 동안 어류가 지각을 지닌 생명체로 인정되면서 중요한 연구 주제로 부상하였다. 지각이란 쾌락 또는 고통에 대한 의식을 의미하며, 이는 어류를 포함한 다양한 생명체가 고통을 느끼고 이를 회피하려는 행동을 보일 수 있다는 점을 함축한다(Peter, 2009). Chandroo et al.(2004), Braithwaite et al.(2007), Cottee(2012)의 연구들은 어류가 고통, 두려움, 불안, 스트레스와 같은 복잡한 정서적 경험을 할 수 있는 존재임을 뒷받침하고 있다. 어류는 통증을 감지하는 수용기 (nociceptors)를 지니고 있으며, 이는 유해하거나 고통스러운 사건에 반응할 수 있는 신경 수용체로 작용한다(Sneddon, 2003)5). 이러한 신경학적 구조는 어류가 고통을 경험할 수 있는 생리적 기초를 제공 하며, Reilly(2008)6)의 연구는 어류가 이와 같은 자극에 대한 생리적 및 행동적 반응을 보일 수 있음을 강조하고 있다.
더욱이 Sneddon(2013)7)은 어류가 진통제에 긍정적으로 반응하며, Yue et al.(2004)과 Dunlop & Laming(2006)의 연구에서는 어류가 고통을 피하려는 학습 능력을 지니고 있음을 입증하였다. 또한 Sneddon(2003)은 어류가 고통을 수반하는 취급 과정에서 포유류와 유사한 생리적 및 행동적 스트레스 반응을 나타낼 수 있음을 보여 주었으며, 이는 어류의 복지에 대한 고려가 필요함을 시사한다. 더 나아가 Mizukami et al.(1999)의 연구는 어류가 기억력, 사회적 학습, 문제해결 능력 등 고도의 인지적 능력을 보유하고 있음을 밝혔으며, 이러한 능력들은 어류의 지각 및 인지능력을 평가하는 중요한 지표로 사용될 수 있다. 이상의 논의를 종합하면, 어류 복지란 어류가 고통과 스트레스를 느끼지 않도록 적절한 환경과 사육 조건을 제공하여, 건강하고 본래의 습성을 발휘하며 삶을 영위할 수 있도록 보장 하는 것을 의미한다. 이는 양식장에서 어류의 생리적, 행동적 특성을 고려한 종합적인 관리 방안을 마련하여, 어류 복지의 수준을 개선할 가이드라인 수립이 필수적임을 의미한다.
3. 어류 복지 지표 및 평가 기준
양식장 내 어류의 복지를 평가하기 위한 지표는 운영복지지표(Operational Welfare Indicators, 이하 OWI)로 정의된다. 이 지표는 어류의 복지 수준을 체계적으로 평가하고 개선하기 위한 다양한 측정 도구로 활용되며, 환경 기반 지표, 동물 기반 지표, 실험실 지표로 구분된다.
환경 기반 지표는 어류가 생활하는 물리적 환경의 질을 평가하는 데 사용된다. 이 지표에는 수질, 사료의 질 등이 포함되며, 어류 복지를 예방적인 차원에서 개선할 수 있도록 하는 역할을 한다. 적절한 수질 관리와 영양공급은 어류의 건강과 성장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며, 이러한 지표는 양식장의 관리 수준을 판단하는 기본적인 요소로 작용한다8).
동물 기반 지표는 어류 자체의 상태나 행동을 평가하는 데 중점을 둔 지표로, 그룹과 개별 개체 지표로 나뉜다. 그룹 기반 지표는 사망률, 식욕, 성장률, 행동 및 건강 상태 등 어류 집단의 전반적인 복지를 평가하는 데 사용된다. 이 지표들은 양식장의 운영 효율성을 반영하며, 그룹 내에서 발생할 수 있는 문제를 조기에 발견하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한다. 개별 개체 지표에는 안구 운동, 아가미 상태, 비정상적인 행동, 기생충(이)의 존재, 은화, 기형, 백신 반응 등이 포함되며, 이들 지표는 개체 수준에서의 복지 문제를 세밀하게 평가할 수 있게 해주며, 개별 어류의 건강 상태를 모니터링하고 필요한 조치를 취할 수 있도록 한다9).
실험실 지표는 특수 장비를 이용하여 어류의 내부 상태를 정밀하게 분석하는 데 사용되는 지표이다. 이러한 지표에는 혈액학적 요인, 코티졸, 글루코스, 젖산 및 삼투질 농도, 미생물 감염 여부 등이 포함되며, 어류의 스트레스 수준과 전반적인 건강 상태를 평가하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한다. 실험실 지표는 현장에서 즉각적으로 확인하기 어렵다는 단점이 있으나, 매우 정밀한 복지 상태 평가를 가능하게 하며, 어류가 경험하는 생리적 스트레스와 질병의 존재 여부를 과학적으로 분석할 수 있다10).
이와 같은 어류 복지 지표들은 양식장에서 어류의 복지 수준을 정확히 파악하고, 그에 따라 적절한 관리 방안을 마련하는 데 필수적인 역할을 한다. 환경 기반, 동물 기반, 실험실 지표를 종합적으로 활 용함으로써, 양식장에서 어류가 최적의 환경에서 건강하게 성장할 수 있도록 복지 상태를 지속적으로 개선할 수 있다11)12).
Ⅲ. 국내 양식장 어류 복지 도입 가능성 검토
1. 양식장 내 어류 복지 도입의 필요성
양식장 내 어류 복지는 어류의 건강과 생산성, 윤리적 측면에서 매우 중요한 요소로 점차 주목받고 있다. 최근 과학적 연구에 따르면, 어류가 고통과 스트레스를 느낄 수 있는 지각 능력이 있다는 사실이 증명되고 있으며, 이는 어류 복지의 필요성을 더욱 강조하고 있다. 어류 복지는 단순한 윤리적 의무를 넘어 어류의 건강 유지와 양식업의 생산성 향상에 밀접한 관련이 있으며, 이에 따라 양식장에서 어류 복지의 향상은 필수적인 과제가 되고 있다.
어류 복지의 개선은 어류의 건강을 증진하는 데 직접적인 영향을 미친다. 열악한 환경에서 사육되는 어류는 스트레스와 면역 저하로 인해 질병에 더 취약해지고, 이는 어류의 생존율을 감소시킨다. 지속적인 스트레스는 질병 발생률을 높이며, 양식장의 전체적인 생산성이 떨어지게 된다. 어류의 복지를 개선하기 위해서는 수질 관리, 사육 밀도 조절, 적절한 영양공급 등 환경적 요인이 중요한 역할을 하며, 이를 통해 어류의 건강을 유지하고 양식업의 효율성을 높일 수 있다.
또한 어류 복지는 식품 안전과 밀접하게 연관되어 있다. 열악한 환경에서 자란 어류는 스트레스와 질병에 노출되기 쉬우며, 이러한 어류를 소비할 경우, 식품 안전에도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 건강하지 않은 어류는 병원체에 더 취약하고, 이에 따라 소비자는 건강 위험에 노출될 수 있다. 따라서 어류 복지를 고려한 양식 방식은 더 안전하고 고품질의 수산물 생산을 가능하게 하며, 이는 소비자에게 신뢰할 수 있는 식품을 제공하는 데 필수적이다. WOAH는 수생동물 위생규약(Aquatic Animal Health Code)13)을 통해 어류 복지와 건강이 긴밀하게 연결되어 있음을 강조하며, 어류 복지를 개선하면 생산성이 향상될 수 있다는 점을 명확히 하고 있다.
윤리적 측면에서도 어류 복지는 중요한 의미를 지닌다. 어류가 고통과 스트레스를 느낄 수 있다는 과학적 증거가 증가하면서, 어류의 도살 및 운송 과정에서 고통을 최소화해야 한다는 인식이 확산되고 있다. 유럽을 비롯한 여러 국가에서는 이미 어류를 동물복지의 대상으로 포함해 복지 기준을 설정하고 있으며, 이는 윤리적 소비를 중요하게 여기는 소비자들의 요구를 반영한 결과이다. Eurogroup for Animals의 조사에 따르면14), 유럽 소비자의 65%는 어류가 고통을 느낄 수 있다는 점에 동의했으며, 61%의 소비자는 어류 복지가 수산물 구매 결정에 중요한 영향을 미친다고 답했다. 이러한 결과는 어류 복지가 소비자 인식에서 중요한 요인으로 자리 잡고 있음을 보여주며, 윤리적 소비 패턴을 더욱 확산시키는 역할을 한다.
한국에서도 어류 복지에 대한 인식이 점차 확산되고 있다. (사)동물복지문제연구소 어웨어의 조사에 따르면15), 응답자의 89.2%가 어류 도살 시 고통을 최소화해야 한다고 응답했으며, 81.5%는 식용 어류에 대해서도 운송과 도살 규정이 필요하다고 답했다. 또한 어류가 공기 중에 방치될 때 고통을 느낀다는 응답이 92.1%에 달하는 등 어류 복지에 대한 사회적 요구가 크게 증가하고 있다. 이러한 인식은 소비자들이 윤리적 소비를 중시하는 추세와 맞물려, 어류 복지를 고려한 생산 방식을 지지하는 방향으로 이어지고 있다.
어류 복지를 개선하는 것은 양식업의 지속 가능성 확보에도 중요한 역할을 한다. 어류의 복지를 강화함으로써 스트레스를 줄이고 질병 발생을 예방할 수 있으며, 이는 양식장의 생산성을 높이고 경제적 이익을 증대시킨다. 스트레스를 받은 어류는 성장 속도가 느려지고, 사료 효율성도 떨어지기 때문에 복지 관리가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은 양식장은 경제적 손실을 초래할 수 있다. 반대로, 어류 복지를 개선하면 양식업의 생산성이 높아지며, 장기적으로 지속 가능한 생산 체계가 구축될 수 있다.
결론적으로, 양식장 내 어류 복지의 필요성은 어류의 건강, 식품 안전, 윤리적 소비 확산, 그리고 양식업의 지속 가능성이라는 여러 측면에서 매우 중요하다. 어류 복지를 개선함으로써 양식업의 효율성을 제고하고, 고품질의 안전한 수산물을 제공할 수 있으며, 이를 통해 윤리적 책임을 다하는 지속 가능한 산업으로 발전할 수 있을 것이다.
2. 양식장의 어류 복지 실태
국내 양식장 내 어류 복지 실태를 살펴보면 여전히 많은 문제점이 존재하며, 개선이 요구되고 있다. 특히, 사육시설 관리, 먹이 관리, 질병 관리, 운송 및 도축, 인력 관리 등 양식장의 전반적인 운영 과정에서 어류 복지에 대한 배려가 부족한 실정이다.
1) 사육시설 관리와 유지
양식장에서 어류는 주로 그물망, 뜰채, 컨테이너 등을 이용해 이동, 선별, 출하된다. 특히 어류를 선별하거나 출하할 때는 많은 개체가 한꺼번에 포획되기 때문에 물리적 손상이 발생할 가능성이 크다. 또한, 경영 상태를 개선하기 위해 일부 양식 어가에서는 입식량을 과도하게 늘려 밀식 상태에서 양식을 진행하고 있다. 사육 밀도가 과도해지면서 어류의 스트레스와 질병 발생률이 높아진다. 육상수조식 양식장에서는 대량의 종자를 수조에 입식한 후 밀도가 높아지면 분조 작업을 통해 개체들을 나누는데, 이 과정에서 뜰채를 사용해 개체를 이동시키는 작업이 반복되면서 어류에게 물리적 손상이 발생할 수 있다. 특히, 선별 작업을 자주 수행하는 경우, 어류의 스트레스와 부상이 빈번하게 발생할 위험이 있다.
2) 먹이 관리
양식어업인은 짧은 기간에 양식 어류를 상품 크기로 성장시켜 최대 이윤을 달성하고자 한다. 이에 따라 어류에게 영양학적으로 균형 잡힌 사료를 공급하지만, 양식 과정에서 사료 관리에 여러 문제가 존재한다. 예를 들어, 육상수조식 양식장에서 넙치와 강도다리는 배합사료와 생사료가 혼합되어 사용 되며, 특히 넙치는 치어 시기 이후 생사료로 전환되는 경우가 많다. 생사료는 연근해에서 잡힌 상품성이 떨어지는 어류를 원료로 사용해 양식장에서 자체적으로 제조하는 사료로, 배합사료에 비해 관리가 체계적이지 않다. 생사료는 법적 관리 체계가 없으므로 질병 전파 및 중금속 오염의 위험성이 존재하며, 관리가 소홀할 경우 어류의 건강과 안전성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다.
생사료는 어류의 성장 속도를 빠르게 하고 지방질 형성을 촉진하지만, 이에 따라 생산성과 수익을 높이려는 양식 어가에서 선호되고 있다. 그러나 이러한 생사료 사용이 제대로 관리되지 않으면 어류 복지와 질병 관리에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 따라서 생사료와 배합사료의 균형 잡힌 사용과 관리가 필요하다.
3) 질병 관리
양식장에서 발생하는 어류 질병은 세균성, 기생충성, 바이러스성, 영양성 질병 등으로 다양하다. 이에 대한 해결책으로 백신 접종, 항생제 투여, 약욕 등이 활용되지만, 실제로 질병 관리에 대한 명확한 가이드라인이 부족한 실정이다. 어업인은 육안으로 어류의 질병 여부를 확인하고 있으며, 이를 기반으로 자가 기준에 따라 질병을 관리한다. 그러나 육안만으로 질병을 정확히 판별하기는 어렵고, 병어를 별도로 관리하지 않고 방치하는 경우도 있다. 이러한 자가 기준에 의한 질병 관리는 항생제 남용과 약물 오남용을 초래할 수 있으며, 이는 어류의 건강뿐만 아니라 수산물의 안전성에도 문제를 일으킬 수 있다.
4) 운송 및 도축
양식장에서 어류를 운송하거나 출하할 때 어류는 뜰채로 포획되어 고밀도 상태로 컨테이너에 담겨 운송된다. 한국은 활어회 선호 문화로 인해 양식장에서 출하된 어류가 소비지까지 살아 있는 상태로 운송되는데, 이 과정에서 어류는 고밀도 환경에 노출되고, 산소 부족과 스트레스로 인해 건강에 부정적인 영향을 받을 수 있다. 특히 활어차의 좁은 수조에 여러 어종을 함께 보관하면서 어류 간의 스트레스가 증가하고, 도축 시에도 같은 방식으로 어류가 좁은 수족관에서 보관된다. 이는 어류의 복지를 고려하지 않은 방식으로, 어류가 느끼는 고통을 최소화할 수 있는 대책이 필요하다.
5) 어업인 교육
국내 양식장에서 제공되는 어종별 표준 매뉴얼은 있지만, 실제 현장에서는 어업인의 경험과 직관에 의존한 양식이 주로 이루어진다. 이에 따라 선별, 분조, 항생제 처리, 백신 접종 등 중요한 작업이 어 업인의 자의적인 판단에 따라 이루어지고 있으며, 체계적인 교육이나 지침이 부족하다. 또한 인력 부 족 문제로 인해 미숙련 외국인 노동자의 비율이 증가하고 있지만, 이들에 대한 교육이 제대로 이루어 지지 않아 양식장 내에서 발생하는 문제를 해결하는 데 어려움을 겪고 있다.
3. 양식장 어류 복지 인식
국내 양식 어류 중 생산량이 가장 높은 넙치 양식어업인16)을 대상으로 ‘어류복지 인식’에 관한 조사를 하였다17). 조사 결과에 따르면, 양식어업인 중 어류 복지에 대해 인지하고 있는 비율은 40.8%로, 나머지 59.2%가 어류 복지에 대해 인지하지 못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양식어업인 대다수가 어류 복지에 대해 명확한 인식을 하고 있지 않음을 시사한다. 그러나 어류의 고통과 스트레스를 고려하는 생산 방식의 중요성에 대해서는 95.8%가 동의하는 반면, 이에 동의하지 않는 응답자는 4.2%에 불과하였다. 이러한 결과는 어류 복지에 대한 구체적인 인식은 부족하지만, 어류의 고통과 스트레스를 줄이는 생산 방식이 필요하다는 데에는 공감대가 형성되어 있음을 나타낸다.
향후 소비자 요구 증가나 외부 환경변화로 인해 어류 복지형 양식을 도입할 가능성에 대해서는 전환하지 않겠다는 응답이 63.4%로 가장 높았으며, 복지형 양식으로의 전환 의사를 밝힌 응답자는 32.4%, 알 수 없다는 응답은 4.2%에 그쳤다. 이는 넙치를 양식하는 다수의 양식어업인이 어류 복지형 양식에 대한 전환 필요성을 크게 느끼지 않고 있음을 보여준다. 어류 복지에 대한 인식이 부족할 뿐만 아니라, 이를 실질적으로 양식업에 적용할 의지도 낮다는 사실을 확인할 수 있다.
어류 복지형 양식 전환 계획이 없는 이유에 대해서는 ‘관심 없음’과 ‘필요성을 못 느낌’이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였다(<표 4>). 이는 어류 복지가 현재 양식어업인에게 실질적인 경영 요소로 인식되지 않고 있음을 반영하는 결과로 볼 수 있다. 또한 ‘자금 부족’, ‘경험에 의존해 진행하고 있음’, ‘현실성 이 없음’ 등의 응답도 다수 나타났다. 이는 양식어업인이 어류 복지 도입에 대한 경제적 부담과 기존의 경험에 의존하는 생산 방식을 선호하는 경향이 강하다는 점을 시사한다. 특히 자금 부족 문제는 어류 복지형 양식을 도입하는 데 있어 가장 큰 장애물로 작용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Ⅳ. 양식장 어류 복지 가이드라인
1. 양식장 어류 복지 도입 기본방향
닭, 돼지, 소 등의 농장동물에는 일찍부터 동물복지에 대한 개념이 적용되어 ‘동물복지 인증제’가 도입되었다. 이로 인해 대형마트와 시장에서는 동물복지 인증 마크가 부착된 달걀과 닭, 돼지 등이 판매 중이며, 농장동물에 대한 복지의 개념은 우리에게 더 이상 낯선 개념이 아니다. 그리고 소비자를 중심으로 윤리적 소비와 식품 안전에 관한 관심이 증가하면서, 동물복지 여부가 식품 구매에 영향을 미치고 있다. 이러한 농장동물의 복지에 대한 인식과는 달리 우리나라에서는 양식장의 어류 복지와 그 개념에 대해서는 아직 생소한 실정이다.
어류 복지에 대한 개념을 도입하고 관련 정책을 적극 추진 중인 EU에서는 어류를 지각이 있는 존재로 법에 명시하고 복지의 대상으로 규정하였으며, 이에 따라 EU 회원국 등에서는 어류 복지에 대한 인식이 확대되고 국민 사이에서 어류 복지의 개념이 자리를 잡아가고 있다(European Commision, 2023). 어류의 복지에 있어 가장 중요한 것은 어류의 스트레스를 최소화하는 것이며, 어류 복지를 위해서는 스트레스를 저감하기 위한 방안이 마련되어야 한다. 이를 위해 양식 방법의 개선이 요구되지만, 현재 우리나라의 어류양식은 어업인 개인의 경험에 기반한 운영과 낙후된 시설을 보유한 영세 양식장이 다수로 어류의 스트레스와 고통을 세심하게 고려하지 않은 방법이 주를 이루고 있다. 이러한 상황에 의해 어류는 극심한 스트레스를 받게 되며, 증가한 스트레스로 인해 발생하는 양식 어류의 폐사 비율이 높을 수밖에 없게 된다. 또한 양식 어류의 복지를 실현하기 위해서는 사육단계 이후의 과정인 운송 및 도살과정의 복지에 대한 고려도 필요하다. 양식 어류는 양식장에서 시장으로 판매를 위해 살아 있는 상태에서 옮겨지는데, 양식장에서 판매지로의 이동으로 인한 환경변화와 도살 시 급격한 스트레스에 노출되므로 운송과정에 있어서도 어류 복지를 증진하기 위한 운송법의 재검토가 요구되고 있다.
기존 어업인의 양식 방법에 어류 복지 개념을 도입하면 현재의 양식 방법은 어류 복지를 위해 큰 변화를 맞이할 수밖에 없다. 특히 어류 복지의 요인은 생물학적, 환경적 요소 등 다양하기 때문에 이 모든 요인을 고려하여 현재의 양식 방법을 어류 복지형 양식으로 변화하기는 현실적으로 어려운 실정이다. 따라서 본 연구에서는 현행 어류 양식 방법이 일으키는 문제점의 해결책으로써 어류 복지를 단계적으로 적용하고자 하며, 우리나라 양식장 어류의 복지를 위해 ‘글로벌 양식 기준과의 조화와 윤리적 양식 어류 생산 기반 구축’을 목표로 설정하였다. 이를 통해 어류 복지를 통해 어류가 편안함을 느낄 수 있는 안정적인 생육환경 조성하여 질병을 최소화하고, 소비자에게는 고품질의 양식 어류를 공급하여 생산자가 안정적인 생산과 수익을 보장받을 수 있는 시스템을 구축하고자 하였다. 이러한 목표 달성을 위해 본 연구에서는 ‘어류 복지 도입 기반 구축(어류복지 관련 법제도 개선, 어류 복지 인증 및 양식 어종별 가이드라인 개발)’, ‘어류 복지 공감 및 인식 (어류 복지 인식 개선을 위한 생산자와 소비자 홍보 및 교육 확대)’, ‘어류 복지 연구개발(어류 복지형 시범양식장 운영, 어류 복지 도입을 위한 연구개발)’이라는 세 가지 기본방향을 설정하였으며, 해당 기본방향에 부합하는 정책 과제를 도출하였다.
2. 양식장 어류 복지 고려 요인
현행 우리나라의 「동물보호법」(법률 제19846호)에서는 동물의 복지 증진과 ‘동물의 5대 자유’를 보장하는 것을 동물보호의 기본 원칙으로 채택하고 있다. 여기서, 동물의 5대 자유는 ‘배고픔ㆍ갈증으로부터의 자유’, ‘불폄함으로부터의 자유’, ‘통증ㆍ부상ㆍ질병으로부터의 자유’, ‘두려움과 고통으로부터의 자유’, ‘정상적으로 행동을 표현할 수 있는 자유’로 본 연구의 대상인 식용 어류는 동물보호법 적용 대상에 포함되지는 않지만, WOAH 및 EU는 농장동물에 적용하는 5대 자유를 어류에도 적용하고 있다(FAWC, 2009). 따라서 동물의 5대 자유는 동물의 생존과 안전을 위한 최소한의 자유라는 점에서 어류 복지에서 반드시 고려되어야 할 부분이며, 본 연구에서는 동물의 5대 자유의 개념을 양식 어류에 적용하여 이를 양식 어류의 복지 고려 요인으로 설정하였다.
동물의 5대 자유를 양식 어류에 적용하면 <그림 1>과 같다. 첫째, 양식 어류에 영양이 풍부한 먹이를 충분히 공급하는 것이 필요하다. 물과 먹이의 공급, 영양과 관련되며 이를 어류 복지의 요인으로 고려해야 한다. 이에 따라 양식 어류의 건강 및 성장을 증진할 수 있도록 각각의 어종이 요구하는 영양소가 풍부한 먹이를 공급하고, 불필요한 경쟁이 발생하지 않도록 대상 종의 먹이 행동에 적합한 방식으로 먹이를 제공해야 한다.
둘째, 양식 어류의 생존에 필요한 최적의 환경을 제공해야 한다. 이는 양식장의 사육환경과 관련되며 어류의 양식 환경을 구성하는 수질, 유속, 수온, 조도, 은신처 등이 어류의 복지를 결정하는 요인이 될 수 있으므로 어종별로 최적의 생육환경 조건을 조성하고 제공해야 한다. 특히 어류의 피부와 아가미는 사육 용수와 밀접하게 접촉하고 있기 때문에 양식장의 수질(용존 산소, 암모니아 및 pH)과 오염 물질(유기 또는 무기 오염 물질)의 관리가 적절히 고려되어야 하며, 어종별로 어류의 생육을 위한 최적 환경 조건이 상이하기 때문에 이에 대한 고려도 필요하다.
셋째, 양식 어류의 질병에 대한 체계적 예방 및 발병 시 신속한 진단과 치료를 제공해야 한다. 이는 질병관리와 관련되는데 어류의 질병은 사육 환경, 외부 환경 요인 등으로 다양하게 발생하고 있으므로 관련 질병을 예방할 수 있는 쾌적한 사육 환경을 조성하고 질병 발생 시 폐사 개체의 즉각적인 제거와 백신 투여 등의 적절한 절차로 사육의 안정성을 확보해야 한다. 또한 치어와 중간 크기ㆍ성어의 크기를 분류하기 위해 그물을 이용하여 분류하는데, 이 과정에서 양식 어류의 어체가 손상될 수 있으므로 세심한 관리가 요구된다.
넷째, 공포ㆍ고통ㆍ불편을 일으키는 요인과 양식 어류의 복지를 저하시키는 요인을 최소화하여야 한다. 이는 취급, 운송, 도살 등과 관련되며, 양식 어류에 불안, 두려움, 고통, 지루함, 질병, 고통, 갈증, 굶주림 등 스트레스를 유발하는 조건을 최소화하여야 한다. 양식 어류에 스트레스 발생 시 식용 및 성장이 감소하고 운동능력이 저하되고 이로 인해 질병 발생 확률이 증가하게 되기 때문에 이러한 스트레스 유발 행위를 제한하여야 한다.
다섯째, 양식 어류가 사육되는 동안 자유롭게 활동할 수 있도록 적절한 밀도와 환경을 조성하여야 한다. 양식어업은 다른 산업과 달리 투입량과 산출량의 관계가 일정하지 않다. 양식어업에 있어 높은 밀도의 양식 수산생물 투입은 오히려 수산생물의 건강과 복지에 악영향을 미칠 수 있으므로 양식 어류의 행동반경 확보와 서로 부딪혀 발생하는 부상을 줄이기 위해 충분한 공간을 제공해야 한다. 또한 양식 어류의 성장을 위해서 일부 양식장에서는 성 능력을 억제하거나 제거하기도 하므로 성의 통제가 고려되어야 한다. 이는 윤리적인 문제로 양식생산량 증대라는 목적과는 상충하지만, 양식 어류의 복지를 위해서는 간과할 수 없는 요인 중의 하나이다.
3. 양식장 어류 복지 가이드라인
본 연구에서는 국내 양식장에 적용할 수 있는 어류 복지 가이드라인 수립을 위해 영국 FAWC가 정립한 동물의 5대 자유와 EU의 어류 복지 관련 규정, 노르웨이, 영국의 어류 복지 기준, 국내 「동 물보호법」(법률 제19846호) 및 관련 법률, 국립수산과학원의 양식기술매뉴얼을 검토하였다. 그리고 국립수산과학원 병리연구과, 국립부경대학교, 공주대학교, 동물복지문제연구소의 전문가 의견수렴을 통해 우리나라 여건에 맞는 가이드라인을 수립하고자 하였다.
최종적으로 본 연구에서는 양식장 내 어류 복지 가이드라인의 기본 원칙으로 동물의 5대 자유를 고려하였으며, 동물의 5대 자유에 근거하여 양식 어류에 적용할 수 있는 복지를 정의하였다. 양식 어류의 5대 자유와 이를 충족하기 위한 복지 요건은 사육 환경, 영양, 취급(선별, 도살, 운송 등), 질병의 적절한 관리와 유지로 확인되었다. 하지만 양식 어류의 복지는 육상의 농장동물과 달리 사육수(水)를 매개로 하며 어종별로 최적의 사육 환경이 상이하고 각기 다른 특성이 존재한다는 점으로 인해 동일한 복지 기준을 적용할 수 없다는 한계점이 존재하였다. 특히, 현재 국내에서는 어종별 생물학적 특성을 반영한 어류 복지에 관한 기초 연구가 부족한 상황이다. 이에 본 연구에서는 국내에서 생산량이 높은 넙치에 초점을 맞추어, 육상수조식으로 넙치를 생산하는 양식업자의 인터뷰 및 현장 조사를 기반으로 하여 육상양식장에 적용할 수 있는 복지 기준(안)을 제시하였다. 본 연구에서 제시하는 어류 복지 가이드라인의 내용은 사육 환경, 영양, 취급, 질병ㆍ위생 관리, 도살, 운송, 인력관리에 대한 사항으로 구성하였다(<표 5>).
어류의 5대 복지 고려 사항을 바탕으로 다음의 내용을 가이드라인 내용으로 구성하였다. 우선, 국내 어류양식은 종자 생산 및 일부 특수 어종을 제외하고 대부분 자연 해수에 크게 의존하고 있다. 양식장 대부분이 태풍, 적조, 해파리 등 환경 변화에 직접적으로 노출되며, 이는 어류의 스트레스 증가와 복지 저해를 초래할 수 있다. 그러므로 어류의 스트레스를 최소화하고 건강한 사육환경을 조성하기 위해서는 어종별로 적합한 수온, 염분, 용존산소량, 유속 등의 수질 관리를 철저히 시행해야 한다. 더불어, 유기물 및 질소폐기물의 축적을 방지하고, 양식장의 유입수 및 배출수를 철저히 관리함으로써 양식 어류의 생육에 적합한 수질 상태를 유지해야 한다. 특히 과도한 밀식은 어류의 스트레스와 질병 감염 위험을 증가시키기 때문에 적절한 사육 밀도를 유지하고, 분조 및 선별 시 물리적 상처와 스트레스를 최소화할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
또한 양식 어류의 건강과 복지를 보장하기 위해서는 어종별 영양 요구량을 충족시킬 수 있는 양질의 배합사료를 공급해야 하며, 과잉 공급이나 절식을 피해야 한다. 왜냐하면 과도한 사료 공급은 수질 오염과 어류의 면역력 저하를 초래할 수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적정한 급이율을 준수해야 하며, 사료의 품질, 영양소 함량, 선도, 보관 상태를 철저히 관리함으로써 어류의 건강을 유지하고 질병 발생을 예방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나아가 어류의 성장 단계별로 적합한 영양소를 제공하여 건강하고 균형 잡힌 성장 환경을 조성하는 것이 필요하다.
양식 과정 중 선별 및 분조 작업은 어류에게 높은 수준의 스트레스를 유발할 수 있다. 일반적으로 선별 및 분조 작업 시 뜰채를 사용하여 어류를 한 번에 이동시키는 방식이 주로 활용되는데, 이는 어류의 물리적 손상과 스트레스 반응을 초래할 수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선별 및 분조 시에는 어류의 물리적 상처를 최소화할 수 있도록 신속하고 세심한 작업이 요구되며, 어류가 자발적으로 이동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하여 불필요한 스트레스를 줄이는 것이 중요하다. 이를 위해 어류의 크기에 맞는 이동 파이프를 활용하거나 스트레스를 최소화할 수 있는 자동화 시스템을 도입하는 방안을 고려할 수 있다.
양식 어류의 질병 관리 및 위생 관리는 양식장 운영의 필수적인 요소로, 질병 예방 및 발병 시 신속한 대응이 요구된다. 질병 발생 시에는 감염된 개체를 분리하고 수산 질병사 또는 수의사의 진단을 통해 신속한 치료를 제공함으로써 고통을 최소화하고, 다른 개체로의 전염을 방지해야 한다. 또한 외부 요인에 의한 병원체 유입을 차단하기 위해 양식장 내외 방역 조치를 강화하고, 외부 방문객, 차량, 사육 기자재 등의 방역 관리도 철저히 시행해야 한다.
양식 어류의 운송 과정에서는 어류의 스트레스 최소화가 중요한 과제로 대두되고 있다. 운송 전에는 어류의 소화기 활동을 줄이기 위해 절식이 필요하며, 운송 탱크 내 적정한 수온과 수질을 유지하고 과밀 상태를 방지함으로써 어류의 스트레스를 줄여야 한다. 특히 장시간 운송 시에는 어류의 상태를 지속적으로 모니터링하여 스트레스가 심화하지 않도록 관리해야 한다. 장시간 운송이 불가피할 때는 운송 과정 전반에 걸친 세심한 관리가 요구되며, 어류의 상태에 따라 적절한 조치를 취해야 한다.
이와 더불어, WOAH는 양식 어류의 인도적 도살을 권고하며, 전기충격 기절 방식 등의 방법을 통해 어류의 고통을 최소화할 것을 제안하고 있다. 그러나 우리나라의 경우, 활어회 소비 문화로 인해 인도적 도살 방식의 도입이 어려울 수 있다. 그렇지만 가공용 어류부터 전기충격 기절 방식을 도입함으로써 어류의 스트레스를 줄이고 고통을 최소화할 방안을 마련할 필요가 있다. 이러한 인도적 도살 방식을 통해 어류의 도살 과정에서 발생하는 스트레스를 줄이고, 최종 제품의 품질을 향상시키는 것이 가능하다.
또한 어류 복지의 실현을 위해서는 어업인 및 종사자에 대한 체계적인 교육이 필수적이다. 사육 환경 관리, 영양공급, 질병 및 위생 관리, 인도적 취급 방식 등을 포함한 교육 프로그램을 마련하여 어업인들이 어류 복지를 고려한 양식 관리 방식을 숙지할 수 있도록 해야 하며, 이를 통해 어류의 불필요한 고통과 스트레스를 줄여 양식 어류의 건강과 복지를 증진할 수 있다.
Ⅴ. 결 론
본 연구는 농장동물 복지에 비해 아직 인식이 미흡한 양식 어류를 대상으로, 어류 복지 도입의 필 요성을 확인하고 어류 복지의 개념을 정립하여 양식장 어류 복지 가이드라인을 개발하고자 하였다. 어류 복지의 개념은 이미 해외 사례를 통해 발전해 온 바 있으며, 본 연구는 이러한 해외 사례를 바탕으로 어류 복지의 개념을 국내 실정에 맞게 설정하였다. 또한 현행 양식업의 실태와 어업인의 인식 분석을 통해 어류 복지 도입의 필요성을 도출하고, 주요 양식 선진국의 어류 복지 기준과 전문가 의견 수렴, 동물의 5대 자유 개념을 적용하여 양식장 어류 복지 가이드라인을 체계적으로 개발하였다.
본 연구의 주요 결과는 다음과 같다. 첫째, 어류도 고통과 스트레스에 반응하는 지각 능력을 가진 생명체임이 확인되었으며, 유럽을 중심으로 양식 어류의 사육, 운송, 도살 과정에 동물복지를 적용하려는 움직임이 확산하고 있음을 확인하였다. 둘째, 국제적으로 어류 복지 정책이 추진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우리나라 어업인의 어류 복지에 대한 인식과 양식 방법에의 적용은 여전히 부족한 실정이며, 양식 어류에 대한 복지 기준도 미흡함이 드러났다. 특히, 우리나라 양식 어업인들은 어류 복지의 중요성에 대해서는 인지하고 있었으나, 어류 복지형 양식 방법의 적용에 있어서는 부정적인 인식을 보였다. 셋째, 본 연구에서 개발한 양식장 어류 복지 가이드라인은 동물의 5대 자유인 ‘배고픔과 갈증 으로부터의 자유’, ‘불편함으로부터의 자유’, ‘통증ㆍ부상ㆍ질병으로부터의 자유’, ‘두려움과 고통으로 부터의 자유’, ‘정상적으로 행동을 표현할 수 있는 자유’를 근거로 하여, 사육환경, 영양, 취급, 질병 및 위생 관리, 운송, 도살, 어업인 교육으로 세분화하여 구성하였다.
본 연구의 결과를 종합해 보면, 양식 어류도 고통과 의식을 가진 생명체로서 그들의 복지가 존중되어야 한다는 점이 확인되었다. 그러나 국내 양식업의 영세성과 현행 양식 방법을 고려할 때, 어류 복지의 도입은 시기적으로 이른 것으로 보인다. 이러한 이유로 인해, 우리나라에서는 양식 어류 복지와 관련된 정책 추진이 동물복지 인증제도를 도입한 농장동물 복지 정책보다 다소 늦어지고 있는 실정이다. 그러나 농장동물 복지 정책이 점차 활성화되고 있듯이, 양식 어류의 복지 정책도 향후 도입될 것으로 예상된다. 본 연구는 최초로 우리나라에 적용 가능한 어류 복지의 개념을 정립하고, 양식 어류 복지 가이드라인을 개발했다는 점에서 의의가 있으며, 이는 향후 양식 어류 복지 정책 수립과 관련된 기초 자료로 활용될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본 연구는 어종별ㆍ양식방법별 특성을 충분히 반영하지 못하였다는 한계를 지니고 있다. 따라서 본 연구의 결과는 큰 틀에서 양식 어류를 위한 복지 개념과 가이드라인을 위한 기초자료로 활용 하고, 향후 추가 연구를 통해 어종별ㆍ양식방법별 특성을 고려한 과학적 연구를 기반으로 어류 복지 기준과 평가 방법을 마련해야 할 것이다. 특히, 향후 연구에서는 본 연구에서 제시하지 못한 어종별ㆍ 양식방법별 어류 복지 가이드라인을 마련하고, 이를 바탕으로 양식 어류 복지 수준을 지속적으로 개선할 수 있는 정책적 방안을 도출할 필요가 있다.
마지막으로, 본 연구는 우리나라 어류 복지를 위해 어류 복지 가이드라인에 근거하여 ‘어류 복지 인증’ 시범 사업 도입의 필요성을 제언하고자 한다. 어류 복지 인증 시범 사업은 양식장 내 어류 복지 기준을 평가하고, 복지 기준을 충족한 양식장에 인증을 부여함으로써 양식 어류 복지 도입을 장려하는 제도이다. 이 인증 제도는 양식 어류의 사육, 영양, 질병 관리, 운송, 도살에 이르는 전 과정에서 복지 기준을 적용하고, 이를 통해 양식장에서 생산되는 수산물의 품질을 높이며, 어류 복지형 양식의 확산을 촉진하고자 한다. 인증을 받은 양식장에는 정부 차원의 인센티브를 제공하고, 인증 제품에는 ‘어류 복지 인증’ 라벨을 부착하여 소비자가 윤리적이고 안전한 수산물을 선택할 수 있도록 한다. 이러한 인증 사업은 국내외 시장에서 양식 어류의 경쟁력을 강화하고, 소비자 신뢰도를 높이는 데 기여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