Ⅰ. 서 론
일본은 1971년 기존의 법을 정비하여 도매시장법을 제정하였다. 당시 도시화의 진전과 산지 대형화 에 대응하기 위해 중앙도매시장과 지방도매시장의 계획적인 신설 및 기존 시장의 설비를 정비하였다. 이후 양판점1)이 전국적으로 확장되면서 예약수의매매 및 전송2) 등 거래형태도 변화하기 시작하면서 1999년과 2004년에 법의 개정이 이루어졌다. 그리고 2018년의 일본 도매시장법 개정은 도매시장의 경 쟁력이 한계에 부딪히면서 대응책으로 만들어진 것이었다.
2018년에 개정되고 2020년에 시행된 일본 도매시장법으로 거래제도에 큰 변화가 나타났다. 하지만 새로운 제도는 현장의 반대가 컸었는데, 법 개정의 방향은 기존 도매시장법의 규제를 대폭 완화하면 서 거래의 자유도를 높여 경쟁력을 강화하는 것이었다. 하지만 업계에서는 도매시장의 존재의의가 훼 손된다는 우려도 있었다.
우리나라도 2000년의 ‘농수산물 유통 및 가격안정에 관한 법률(이하 농안법)’의 전면 개정 이후, 2012년 정가수의매매 도입까지 법 개정을 통해 다양한 변화를 모색해 왔다. 하지만 현재에 이르러 도 매시장의 경쟁력이 약화하면서 다시금 개정의 논의가 이루어지고 있다. 한국과 일본의 상황은 차이가 있다. 하지만, 서로 비슷한 제도를 운용하고 있고, 농안법의 개정이 주로 일본 도매시장법의 변화를 참고하고 있다는 점에서 향후 농안법 개정에 대한 시사점을 찾을 수 있을 것이다.
본 연구는 2020년에 시행된 일본 도매시장법 개정 이후의 변화를 분석하여 국내 도매시장 거래제 도의 변화 방향을 모색하고자 하는 데에 목적이 있다. 연구 내용은 다음과 같다. 먼저 일본 도매시장 법의 거래제도 변천 과정과 개정된 거래제도의 특징을 분석하였다. 다음으로 일본 수산물 도매유통의 환경 변화를 도매시장법 개정 전후로 나누어 살펴보고, 이를 통해 일본 도매시장의 거래제도 개정의 영향을 분석하였다. 최종적으로 일본 도매시장 거래제도의 시사점을 도출하였다.
Ⅱ. 일본 도매시장법의 변천 과정과 개정법의 특징
1971년 제정된 일본의 도매시장법은 1923년 제정되었던 중앙도매시장법을 계승하면서 유통 환경의 변화에 맞게 재편한 것이다. 이 법은 중앙도매시장법과 마찬가지로 경매 및 입찰을 거래의 기본 원칙 으로 유지하면서 예외 규정으로 예약수의매매 등을 인정하였다.
이후 1999년의 개정은 시장관계자의 경영체질 강화, 중앙도매시장의 거래규제 완화, 중앙도매시장의 원활한 재편이 목적이었다. 시장관계자의 경영체질 강화는 도매법인3) 및 중도매인의 합병․사업양도에 의한 대형화와 적정한 중도매인 수의 유지4)를 위한 지원 조치(식품유통개선촉진법 개정), 도매업에 대 한 재무적 지도 기준(유동비율, 자기자본비율)의 명확화(1999년 개정법 제51조 2항)를 내용으로 하는 것이었다. 이것은 개정 당시 경영수지가 악화하는 도매법인이 속출하면서 대안으로 제시한 것이었다.
도매법인의 경영수지 개선을 위해 거래규제를 완화하였는데, 경매․입찰 원칙을 폐지하면서 예외로서 인정되던 수의매매5)를 정식으로 인정하였다. 그리고 위탁 집하 원칙의 예외 규정 설치6), 상물일치7) 원칙의 예외 규정을 확대하고, 도매법인의 도매 및 겸업 규제를 철폐하면서 도매법인이 더 자유로운 영업이 가능하게 하였다.
경매의 흐름은 다음과 같다. 출하자가 도매시장에 수산물을 위탁하면, 도매법인이 이를 수탁하여 상 장한다. 그리고 경매를 통해 중도매인이 낙찰받아 판매하는 방식이다. 수의매매 특히 예약수의매매는 경매와는 흐름이 반대이다. 시장 밖의 구매자가 중도매인에게 구매를 요청하면, 중도매인은 도매법인 에 물량, 가격, 품질 등을 정해 주문한다. 도매법인은 주문을 바탕으로 산지에 연락하여 물량을 확보 하게 된다. 산지에서 수산물이 도매시장에 도착하면, 정해진 시간에 주문한 중도매인과 경매사가 만나 최종 확인 후 거래가 완료된다. 수의매매 즉 흥정한다는 것은 마지막 과정에서 거래할 수산물의 시장 상황, 선도와 규격 등을 확인하고, 가격을 조정한다는 의미이다(<그림 1> 참조).
2004년의 일본 도매시장법 개정은 도매시장의 ① 거래규제완화, ② 적정 품질관리의 추진, ③ 도매 시장의 원활한 재편 등이 주요 골자이다. 거래규제의 완화는 중앙도매시장의 거래 수수료 자유화, 위 탁 집하 원칙의 폐지(매수 집하8)의 전면적 허용)과 중도매인의 직접 조달(산지로부터 도매법인을 통 하지 않고 직접 매수), 도매법인에 의한 제3자(중도매인이 아닌 도매시장외 업체) 판매9)를 유연하게 적용한 것이다. 또한 중앙도매시장의 지방도매시장 전환, 매수 집하의 전면 자유화와 상물일치 규제의 추가적인 완화도 이루어졌다. 2004년 개정에서는 도매법인이 개설자에게 신고만 하면 위탁수수료를 자유롭게 설정할 수 있도록 한 것이 주목받았고, 이는 도매법인의 수익성 개선으로 이어졌다.
위탁 집하 원칙의 폐지로 도매법인과 중도매인이 수산물을 자유롭게 조달할 수 있게 되면서 거래 경쟁력을 높여 주었다는 점은 명확하다. 하지만, 출하자의 보호라는 도매시장의 존재의의에는 의문을 남기는 개정이었다. 도매법인에 의한 제3자 판매도 경쟁력 강화에는 도움이 되지만, 도매시장 내의 거 래를 등한시할 수 있다는 우려가 남았다10).
2018년에 개정되고 2020년 6월 21일에 시행된 도매시장법은 상당한 기간 많은 논의를 거쳐 시행되 었다. 최종적인 개정 내용을 정리하면 다음 <표 2>와 같다.
첫째, 도매법인의 제3자 판매금지 원칙 폐지 및 매수 집하의 허용이다. 도매법인이 매수로 집하한 수산물을 도매시장 외부 소매업자나 음식점 등에 직접 도매하는 제3자 판매를 전면 허용한 것이다.
둘째, 중도매인 수탁 금지의 폐지이다. 원래 중도매인은 소속된 도매시장 도매법인 이외의 자로부터 수산물을 구매하지 못했다(중도매인 수탁 금지). 개정된 법에서는 중도매인이 정해진 규정 내에서 산 지와 직접거래가 가능하게 되었다.
셋째, 상물일치의 폐지이다. 농수산물은 모두 산지에서 일단 도매시장으로 실물을 반입해야 했지만, 이 규제가 폐지되었다. 개정법에서는 도매법인이 도매시장을 거치지 않고 산지에서 음식점, 소매점 등 으로 직접 배송하는 것이 가능하게 되었다.
넷째, 민간업자의 중앙도매시장 개설 허용이다. 중앙도매시장을 개설할 수 있는 것은 도도부현이나 인구 20만 명 이상 도시의 지자체뿐이었지만, 이 규제가 완화되었다. 민간 법인도 법에서 정한 기준과 요건11)을 충족하면 농림수산대신이 개설자로 인정하고 중앙시장을 개설할 수 있게 되었다.
다섯째, 기타 사항으로 상기 이외의 다른 사항에 대해서는 각 시장이 자율적으로 정하도록 하되, 거 래 참가자들의 의견을 수렴하여 정하도록 하고 있다. 자율적으로 정하는 사항 중 ‘수탁 거부의 금지’ 에 대해서는 중앙도매시장은 원칙적으로 금지, 지방도매시장은 자율적으로 정하도록 하였다.
이와 같은 개정 도매시장 법에 대해 일본 정부는 농수산물 유통의 경쟁 촉진을 통한 판로 확대로 농어가의 이익을 증가하고, 규제 완화로 수송 효율을 높임으로써 유통 비용을 절감한다는 비전을 제 시하였다. 또한 민간업자가 중앙도매시장을 개설하면 도매시장의 활성화로 이어질 것으로 보았다.
일본 농림수산성이 제시한 법 개정으로 기대되는 비즈니스 모델을 보면 다음과 같다. 첫째, 수출 촉 진이다. 수출을 위한 구색갖추기와 판로 확대를 위해 물량이 적을 때 중도매인이 산지에서 직접 매수 할 수 있다는 점이다. 이는 각 시장이 자율적으로 선택할 수 있도록 하였다.
둘째, 산지 직거래이다. 직거래를 통해 수송 시간이 단축되면서 선도 유지와 물류 효율화를 이룰 수 있다는 것이다. 대금결제는 도매시장을 경유하되, 상품은 소매점으로 직송할 수 있다. 즉 상물분리를 통해 거래는 도매시장 내에서, 물류는 생산자와 수요자를 직접 연결해 효율화할 수 있다는 것이다. 셋 째, 도매시장 간 네트워크의 구축이다. 타 시장과의 ‘전송’을 효율화하자는 것인데, 각 시장 간 수급 상황에 따라 서로의 과부족을 신속하고 유연하게 해결할 수 있다는 것이다.
이상과 같은 일본 정부의 대책에도 불구하고, 민간에서는 우려의 목소리가 지속되었다. 농수산물은 지금까지 도매시장을 통해 수요와 공급의 균형을 유지하면서 적정한 가격이 유지되었다. 하지만 민간 업체가 중앙도매시장을 개설할 수 있게 되면, 가격결정의 중요한 부분을 대기업이 쥐고 가격을 조작 하는 등의 문제가 발생할 것을 우려하였다. 그리고 지금까지 도매법인과 중도매인이 균형을 유지하면 서 생산자와 구매자의 적절한 이익을 보장해 왔지만, 시장외유통이 증가하면 균형이 깨져 도매시장의 기능이 훼손될 것을 우려하였다.
일본의 이러한 도매시장법 개정에 대해 우리나라에서는 위태석(2018)이 다음과 같은 의견을 제시하 였다. 개정된 도매시장법이 시행되었을 때, “① 도매법인과 중도매인의 구분이 없어지고, ② 중앙도매 시장과 지방도매시장의 구분이 없어질 것이다. 또한 ③ 도매시장 시장거래와 도매시장 외 거래와의 구분이 없어지고, ④ 공영도매시장과 민영도매시장과의 구분이 없어지고 강한 자만이 살아남는 약육 강식 체제가 강화될 것으로 판단된다”라고 하여 도매시장 체제의 붕괴를 우려하였다.
Ⅲ. 일본 도매시장 유통의 환경 변화
1. 도매시장법 개정 전(2018년까지)
일본의 중앙도매시장 수는 인구감소로 인해 중앙도매시장의 필요성이 저하되면서 지방도매시장으로 의 전환이 진행 중이다. 1984년 오키나와 중앙도매시장의 개장 이래 전국 주요 도시에서 80개 이상의 중앙도매시장이 개설되어, 그 체제는 2000년 상반기까지 안정적으로 유지되었다. 하지만, 2004년에 「제8차 도매시장 정비 기본방침」이 제정되어, 중앙도매시장의 재편이 결정되었다.
2006년 구시로시와 오이타시의 중앙도매시장이 지방도매시장으로 전환된 이후, 비슷한 움직임이 잇따 라 진행되어 2018년까지 28.3%인 20개의 시장이 전환12)되면서 중앙도매시장 수가 64개까지 감소하였다.
지방도매시장의 수도 2018년에 2006년 대비 많이 감소하였다. 개설자의 형태(공설(公設), 민설(民 設), 제3 섹터)에 따라 다르지만, 전체 지방도매시장은 같은 기간에 1,259개에서 901개로 18.6%가 감 소하였다. 이 중 상대적으로 규모가 작고 경영기반이 약한 민영(민설)시장의 감소 폭이 가장 큰 21.3%로, 통합과 경쟁력 저하로 인한 폐업이 진행되었기 때문이다.
도매시장 농수산물 거래금액은 2006년 8조 2,253억 엔이었던 것이 2018년에 18.5%가 감소한 6조 7,010억 엔이 되었다. 이 중 수산물 거래금액은 같은 기간에 32.0%로 많이 감소하였다. 중앙도매시장 총 거래금액은 19.9% 감소, 이 중 수산물은 33.4%로 많이 감소하였다. 지방도매시장도 마찬가지로 각 각 16.7%, 28.6%가 감소하였다(<그림 3> 참조).
일본 중앙도매시장 수의 감소는 도매법인과 중도매인 등 거래관계자 수도 감소하는 결과를 가져왔다. 2013년부터 2018년까지 중도매인 수는 11.7%, 매매참가인 수는 19.3%가 감소하였다. 이 중 수산부류는 중도매인 수가 9.8% 감소한 것에 비해 매매참가인 수는 23.9%의 큰 폭으로 감소하였다(<표 3> 참조).
다음으로 도매시장의 경유율을 살펴보면, 1970년대에는 도매시장을 경유하는 유통경로가 지배적이 었다. 하지만 도매시장 거래 외에도, 산지 직접거래, 직판장, 인터넷쇼핑 등 다양한 유통경로가 나타나 면서 경유율은 하락하는 추세이다. 또한 거래 방법도 도매시장에 제품을 반입하지 않고(상물분리 즉 상물일치의 반대), 시장의 대금결제만을 이용하는 거래도 있는 등 크게 변화하고 있다.
2006년 중앙도매시장의 수산물 경유율은 62.5%였지만, 점차 감소하면서 2018년에는 47.1%까지 감 소하였다(<그림 4> 참조). 결국 이러한 중앙도매시장의 지방도매시장 전환과 지방도매시장 수의 감소 는 일본의 도매시장 경영수지 악화의 원인이 되었으며, 일본 정부가 도매시장 경쟁력을 강화하기 위 한 대책 마련에 고심하게 되는 계기가 되었다.
다음으로 도매법인의 경영수지를 보면, 도매시장 수의 감소가 거래량 증가로 이어지지 못해 영업이 익률은 개선되지 못했다. 중앙도매시장의 매출총이익률과 영업이익률은 유사 업종인 음식료품보다 크 게 악화하고 있었다. 일본 중소기업청 조사에 따르면, 2015년 음식료품 도매 영업이익률은 0.7%였다. 하지만 중앙도매시장 영업이익률은 청과부류 0.22%, 수산부류 0.19%, 육류 -0.01%로 크게 차이가 났 다. 중도매인 영업이익률도 청과부류 0.46%, 수산부류 -0.07%, 육류 0.68%로 식음료 도매업보다 낮다. 2018년 중앙도매시장 수산부류 도매법인의 영업이익률은 0.18%, 도매법인 중 영업손실을 본 도매법인 의 비율은 무려 38.2%에 달했다.
다음으로 거래 현황을 보면, 도매시장 경매 비율은 1980년에 청과 76.4%, 수산물은 41.7%였다. 하 지만 수의매매 도입으로 점차 비율이 낮아지기 시작하여 2006년에는 경매 비율이 21.6%, 2018년에는 14.6%까지 크게 낮아졌다. 수산물 종류별로 보면, 2018년에 선어 23.4%, 냉동수산물 9.8%로 낮아졌 고, 가공 수산물은 5.2%로 큰 변화가 없었다(<그림 5> 참조). 줄어든 경매 비율은 수의매매 특히 예 약수의매매로 전환된 것이었다.
한편, 수산물 위탁 집하의 비중은 1980년에 41.0%였다. 하지만 2006년에 28.8%, 2018년은 17.3%까 지 하락하였다(<그림 6> 참조). 줄어든 비중은 전부 매수 집하로 전환되었는데, 이는 경매가 줄어들고 수의매매가 증가한 것이 원인이다. 결국, 경매 비율의 하락과 위탁 집하 비율의 하락은 거래 측면에서 도 기존의 도매시장 체재가 경쟁력이 하락하고 있었음을 의미한다고 볼 수 있다.
이상에서 살펴본 바와 같이 일본의 도매시장은 경유율의 감소, 거래 물량의 감소, 경영수지의 악화 등으로 지속해서 경쟁력이 약화하고 있었다. 이러한 상황 속에서 도매시장 밖 유통상인 들과의 경쟁 에서 도매시장이 살아남기 위해 일본 정부가 규제 완화를 선택한 것이다.
2. 도매시장법 개정 후(2018~2022년)
여기에서는 2020년 시행한 일본 도매시장법이 도매유통에 어떠한 영향을 미쳤는지를 살펴보고자 한 다. 먼저 도매시장 수는 중앙도매시장이 2018년 64개소에서 2022년에 65개소로 1개소가 증가하였다. 지방도매시장은 같은 기간에 1,025개에서 901개로 감소하여 12.1%가 감소하였다. 이 중 공설시장과 민영(민설)시장, 제3 섹터 시장이 모두 감소하였다. 이러한 결과는 법의 개정이 영향을 미쳤다기보다 는 기존의 경영 악화로 인한 통합과 폐업의 결과로 보는 것이 타당할 것이다.
다음으로 2018년부터 2022년까지의 거래금액을 보면, 2020년을 최저점으로 상승세를 보이는 것을 알 수 있다(<그림 7> 참조). 大石太郞(2023)에 의하면, 2020년부터 2023년까지 코로나19 사태의 영향 으로 수산물의 판매가 감소한 소매점이 78.4%였다. 이와 관련하여 수산물도매시장에서 수산물을 조달 하는 총액이 감소한 업체는 72.4%, 조달 빈도가 감소한 업체는 61.9%였다. 코로나19 사태가 2020년 에 시작되어 2022년에도 여전히 진행 중이었음을 고려하면, 거래금액의 증가는 법 개정이 영향을 미 쳤다고 추정된다.
2018년부터 2022년까지 중앙도매시장의 수는 1개소가 늘었지만, 중도매인과 매매참가인의 수가 각 각 2.5%, 7.4% 감소하였다. 이 중 수산부류는 시장 수와 중도매인 수는 그대로지만, 매매참가인 수가 8.8%로 감소한 것을 알 수 있다(<표 4> 참조). 이는 일본 수산물도매시장이 매매참가인 중심 구조이 므로 부정적인 결과이다. 하지만 <그림 7>에서 살펴본 바와 같이 2022년의 수산물 거래량이 2018년 과 크게 달라지지 않았다는 점을 고려하면, 매매참가인의 수는 줄었지만, 업체당 평균 구매 금액은 늘 어났다는 것을 의미한다.
도매시장의 수산물 경유율은 2018년 47.1%에서 2021년에는 45.6%로 1.5%P 감소하였다. 본 논문의 집필 시점의 일본 통계에 2022년의 수산물 경유율이 없어 판단하기는 어렵지만, 보합세로 보인다.
다음으로 중앙도매시장 수산부류 도매법인의 경영 실태를 보면, 영업이익률은 2018년에 0.18%였던 것 이 2020년을 기점으로 0.36%, 2022년에는 0.41%로 크게 개선되었다(<표 5> 참조). 도매법인 중 영업손실 을 본 업자의 비율은 2018년에 38.2%였던 것이 2022년에는 25.5%로 많이 감소하였다(<표 6> 참조).
거래 현황을 보면, 수산물의 경매 비율은 2018년에 선어는 23.4%, 냉동수산물은 9.8%, 가공 수산물 은 5.2%였다. 이후 2022년에는 경매율이 다소 줄어들어 1.5%P가 감소하였다(<표 7> 참조). 이러한 변 화는 개정된 법의 의도대로 수의매매를 강화한 결과로 보인다.
위탁 집하의 비중도 2018년에 17.3%였던 것이, 2022년에는 15.6%로 1.7%P가 감소하였다(<표 7> 참조). 이 또한 마찬가지로 개정법에서 의도한 매수 집하의 증가가 원인으로 보인다.
Ⅳ. 결 론
1. 일본 도매시장법 개정 이후의 도매유통 개선 효과
이상에서 살펴본 바와 같이 2018년 개정된 일본의 도매시장법은 도매시장 체제의 붕괴라는 업계의 우려에도 불구하고 2020년 시행되었다. 시행된 법은 기존의 거래 질서 개편과 도매시장의 자율화 등 파격적인 내용을 담고 있었지만, 결국 도매시장 거래 주체인 도매법인의 경영수지 악화를 개선하는 것이 주요한 목적이었다.
개정 전의 도매시장 유통은 시장 밖의 도매유통에 비해 열세로 나타났다. 도매시장 경유율이 낮아 지면서 거래 물량과 금액이 지속해서 하락하고, 도매법인의 영업이익률은 2018년 시점에서 장외 도매 유통업체에 비해 아주 낮은 0.18%에 불과했다. 영업손실을 본 업자의 비율은 무려 38.2%에 달했다. 결국 도매시장의 존립 자체가 우려되는 상황이었다.
법 개정 이후의 상황은 개정 직후부터 2022년까지 2년에 불과하지만, 극적인 변화가 나타나기 시작 했다는 점은 주목할 만하다. 짧은 기간임에도 도매법인의 영업이익률은 2022년에 0.41%로 장외 도매 상의 영업이익률인 0.7%에는 미치지 못하지만, 크게 개선되었다는 점은 분명하다. 도매법인 중 영업 손실을 본 업자의 비율도 2018년에 38.2%였던 것이 2022년에는 25.5%로 많이 감소하였다.
이러한 결과가 나타나게 된 원인을 알기 위해서는 개정법이 의도한 몇 가지 주요 사항들이 이루어졌 는지를 확인할 필요가 있다. 먼저 거래금액과 경유율은 2022년과 2018년을 대비하면 약보합세로 현상 유지 상태인 것으로 보인다. 시장의 수는 중앙도매시장이 1개소 증가했지만, 매매참가인이 다소 줄었다. 이는 부정적으로 보일 수 있지만, 매매참가인의 개별 구매량이 늘었으므로 긍정적인 신호로 볼 수 있다.
거래 측면에서는 경매 비율이 더 줄어들면서 수의거래가 늘었다. 위탁 집하도 줄어들면서 매수 집 하가 늘어나 경영수지의 개선으로 이어진 것으로 보인다. 물론 여기에서 통계적으로 확인이 어려운 상물분리의 효과도 있을 것이다.
이처럼 짧은 기간임에도 일본 도매시장에서 도매시장법의 개정이 긍정적인 변화를 이끌었다는 점을 확인할 수 있었다. 하지만 분석 기간이 짧아 향후 어떠한 방향으로 흘러갈지는 불명확하다. 지금의 시 점이 과도기일 수는 있지만, 단기간에 긍정적인 변화가 나타난 것만은 분명하다. 그렇지만 일본의 도 매시장법 개정이 도매시장의 존재의의를 훼손할 수 있다는 업계나 학계의 우려가 해소된 것은 아니 다. 향후 추가적인 분석이 뒤따라야 할 것이다.
2. 한국의 도매시장 제도에 대한 시사점
한국의 도매시장법인 농안법과 일본의 법은 다소 차이가 있다. 하지만 도매시장 거래제도라는 측면에 서 시장도매인을 제외하면, 농안법이 일본 도매시장법의 개정 흐름을 따라가고 있다는 점은 분명하다. 그리고 한국과 일본의 도매시장이 가진 상황적인 유사점은 시장의 경쟁력이 하락하고 있다는 점이다.
한국 수산물도매시장의 경쟁력 하락 원인은 세 가지이다. 첫째, 장외거래의 증가로, 수요자들이 장 외 도매상이나 산지 유통상들을 통한 직접거래가 증가하였다. 둘째, 국산 수산물 특히 일반해면어업의 생산량 감소가 영향을 미치고 있다. 셋째, 수산물도매시장의 가격차별화에 한계가 나타나고 있다. 결 국 물류의 혁신적인 변화와 정보의 비대칭성이 사라지고 있다는 점 등이 유통구조의 변화를 이끈 것 으로 보인다.
현재 한국 도매시장 제도와 일본의 차이점은 다음과 같다. 첫째, 시장도매인과 상장예외품목이다. 둘 다 도매법인과 중도매인이라는 기존 거래 질서의 문제점을 해소하고자 하는 의도에서 도입되었다. 하 지만, 시장도매인은 활성화되지 못하고, 상장예외품목은 예외로 그쳐야 함에도 계속 증가하고 있어 도 매법인의 수익성이 낮아지는 결과를 가져왔다. 둘째, 수탁과 매수 집하의 비중이다. 한국은 수탁 집하 의 비중이 약 95%로 일본의 매수 집하의 비중이 약 85%인 것과는 반대되는 상황이다. 이는 출하자의 수탁을 거부할 수 없고, 매수 집하가 예외만 허용된 농안법의 법 규정 때문이다. 결국 수요자가 필요한 물건을 제공하는 것이 아닌 출하자가 팔기를 원하는 상품만을 취급할 수 있다는 문제를 발생시킨다. 도매시장만이 도매유통의 대안이었던 과거와는 달리 지금은 도매시장 외의 유통경로를 수요자가 자유 로이 선택할 수 있다. 수산물 총공급량 중에서 수산물도매시장의 시장점유율이 10%가 안 되는 상황에 서, 출하자가 원하는 것만을 취급해야 한다면, 당연히 경쟁력이 상대적으로 약해질 수밖에 없다.
셋째, 거래 방법이다. 한국과 일본 모두 거래 방법은 경매와 입찰, 수의매매이다. 일본은 법의 개정 을 통해 꾸준히 수의매매를 확대해 왔는데, 특히 예약수의매매는 수요자가 원하는 상품을 주문하고 도매법인이 이를 확보하여 공급해 주는 방식이다. 즉, 매수 집하와 연결되어 있는 셈이다. 한국의 경 우는 시장도매인의 매수 집하가 가능하다. 즉 농안법은 시장도매인의 집하 방법과 거래 방법에 제한 을 두고 있지 않다. 한국이 수의매매를 도입한 것은 2012년이다. 그러나 도매법인의 집하 방법은 지금 까지 여전히 위탁 집하를 농안법에서 유지하고 있다. 한국 도매시장의 최근 수의매매 비중은 약 40% 로 경매의 비중이 많이 낮아졌다. 하지만, ‘매수 집하 + 예약수의매매’가 아닌 ‘위탁 집하 + 수의매매’ 의 방식은 수요자가 원하는 상품을 공급할 수 없는 반쪽에 불과한 제도라고 볼 수 있다. 결국 이러한 제약이 한국 도매시장의 경쟁력을 약화하고 있다. 한국의 업계와 학계는 매수 집하의 허용이 도매시 장의 존재의의를 훼손할 수 있다고 보는 시각이 많다. 틀린 말은 아니지만, 애초에 수요자가 원하는 상품을 원활히 제공하지 못하는 유통상인에게 경쟁력이 있다고 보기 힘든 것도 사실이다.
현재 한국은 시장도매인의 도입이 계속 논란이 되고 있다. 도매법인이 제 역할을 못하고 있다는 것 이 그 주장의 근거이다. 하지만 제도적인 결함이 있는 상황에서 제 역할을 바라는 것은 한계가 있다. 한국과 일본의 도매시장은 집하와 거래제도를 보는 시각에 근본적인 차이가 있기 때문이다.
일본의 도매시장법 개정은 분명 한국으로서는 받아들이기 쉽지 않다. 또한 일본의 법 개정이 실질 적인 성과를 거두었다고 보기는 어렵다. 하지만 좀 더 시간이 흐른 후 일본의 법 개정이 성공적이라 면, 한국의 도매시장에도 이를 받아들일 가능성이 열릴 것이다. 이제 도매시장을 바라보는 시각의 차 이를 좁힐 필요가 있다. 출하자 보호를 고집할 것인지, 아니면 도매시장이 수요자의 만족을 중시하는 시장으로서 역할을 하는 것이 중요한 것인지를 말이다. 현대 마케팅에서 가장 중시하는 것은 소비자 만족이다. 현재의 도매시장 제도는 누구의 만족을 위한 것인지 고심할 필요가 있다.